작년 7월 출산 후에 아기가 10개월 가까이 되도록 오롯이 저 혼자 외출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ㅡ
오늘 처음으로 아이아빠한테 3시간 정도 맡겨놓고 미용실에 머리하러 왔네요.
대기시간이 45분쯤 있어서 기다리다가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여 주절주절 푸념 해 봅니다.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있는 30대 중반 아이엄마입니다.
신랑이 전업하기를 원했고 저는 그 역할에 매우 충실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ㅡ
늦은 퇴근에도 따뜻한 밥과 국을 차리고, 집안일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았어요ㅡ
임신기간 때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ㅡ
워낙 바쁜 신랑이라 집에 일찍 오면 밤 열 시,
마감도 해야하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는건 제가 탓할 수 없는 일이라 서운해도 이해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요ㅡ
아이를 낳고서도 독박육아를 했지만 불평불만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아빠가 일부러 아이를 봐주지 않는것도 아니고 우리 가정을 위해 열심히 밖에서 일하니 나는 집안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제 자신을 다독이면서
애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편안히 쉬게 해 주고 싶어 신생아때 새벽에도 몇 번 자지러지는 아이를 밤새 안고 얼렀지요.
퉁퉁 부은 젖을 물리고 쌔근쌔근 잠든 아이를 보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려 금방 힘든것도 잊어버리게 되더라구요ㅡ
애아빠는 여지껏 아들 목욕도 시킬 줄 모르고 분유 먹이는것도 지난주에 처음으로 끝까지 먹여봤어요ㅡ아직 이유식은 먹일줄도 몰라요ㅡ
그러기를 10개월째ㅡ
수많은 주말이 왔고 휴일이 지나왔지만 생각해 보니 저는 혼자서 한 번도 외출을 해 본 일이 없네요ㅡ
인스타에 조리원 동기들을 보면 아이아빠가 애 봐주고 쇼핑도 다니고 친구랑 수다도 떨고 맥주도 한잔씩 하고ㅡ
전 그걸 보며 그저 좋겠다...이런 막연한 생각만 해 왔던 것 같습니다ㅡ
물론 저도 친구도 가끔 만나고는 해요ㅡ아이를 데리고 친구집에서 공동 육아를 하며 맥주 한잔씩 하는 정도요ㅡ그게 저에게는 가장 큰 외출이며 삶의 숨구멍 같은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부터 아이아빠가 그러더라구요ㅡ
제가 이제 젖도 끊었으니 머리 좀 하러 가고싶다고 얼마전부터 계속 이야기를 했더니
이번 주말에 아기 세시간쯤 내가 볼 테니 다녀오라구요ㅡ
그 말이 얼마나 울컥 하던지...
하지만 그 주에는 일이 꼬여 가지 못하고
( 오전일정을 빨리 끝내고 제가 미용실을 빨리 다녀와야
신랑이 골프연습장에 문 닫기 전에 갈 수 있다며)
한 주를 더 보내 오늘 처음으로 아기를 맡겨놓고 오롯이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ㅡ
너무 좋은데...
아침에 일정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이야기 하더라구요ㅡ
제가 오늘 나온김에 아기 옷도 좀 사러 다녀올까 하니 신랑이 "주말에 내가 자기 머리 하라고 시간 쪼개서 애 보는데 그게 우선이지 다른거 하면 자기 머리 언제 또 하러 갈건데ㅡ나 주말마다 협회분들 골프 약속 있는거 안된다고 자기 미용실 보내주려고 계속 캔슬했어"
그 말을 듣는데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더라구요ㅡ
난 이제껏 열달동안 아이한테 내 하루를 온전히 쓰고 있는데 그깟 머리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시간에 쫓겨가며
미용실을 가야하나, 말을 어찌 이리도 야속하게 하는걸까ㅡ남의 아기 봐주는 것도 아니고..
당신 항상 바쁜거 잘 알고 날 위해주는것도 잘 아는데 혼자 아기 봐주는걸 고마워 해야 할까ㅡ
그럼 당신은 나에게 얼마나 고마워 하고 있을까ㅡ
아기아빠ㅡ자상해요ㅡ생활비를 얼마쓰든 터치 안하고 좋은건 다 하라는 사람이에요ㅡ
퇴근하고 늦게 들어와도 아이랑 잘 놀아주고
캔맥주 사들고 와서 색시야~~ 하고 한잔씩 기울이며 티비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할 줄 아는 좋은 사람이에요ㅡ
근데 뭐가 이리 공허하고 울적할까요ㅡ
머리 할 시간 기다리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왜 이리 울컥하는지 모르겠네요ㅡ
너무 좋은데...이 기분을 어찌 설명할 수가 없어요ㅡ
오만가지 기분이 교차하는 순간이네요...
독박육아 하시는 아기엄마들...저와 같은 기분 느껴 보신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