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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책방 그 첫번째 이야기

ㅇㅇ |2018.05.21 03:14
조회 215 |추천 0




안녕하세요.


이 곳은 한달에 단 한번, 새벽 세시에서 네시 사이에 열리는 비밀스러운 책방 '그림책방'입니다.

저는 이곳의 관리인입니다.

이야기는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알고계셨나요?
단지 동물 또는 식물과 방식이 다를 뿐.
사람들이 그들을 읽어줄 때 이야기는 날개를 펴고 사람의 머리에 씨앗을 내려 점점 자리를 잡아가며 그들의 마음 속에서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읽혀지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죽습니다.
이 그림책방은 지금은 세월의 그림자에 흐려지고 사람들의 손을 거쳐가며 점점 변해가 곧 죽을 지 모르는 그림형제들의 옛 그대로의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곳입니다. 이렇게나마 조금 죽음을 미뤄보는 것이지요.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잠시 사과 및 당부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림책방은 이야기들의 소리를 듣고 가장 적절한 날,적절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이야기들이 어떤 날을 원하는지 저로서는 미리 확인할 방법이 없어 한달에 한 번이긴 하나 정확히 몇일에 돌아올지 예고드릴 수 가 없습니다.또한 이야기들은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말한답니다.혹 알던 이야기와 조금 다르더라도 그냥 넘어가주십시오.
또한 부드러운 이야기, 강렬하고 잔인한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으니 부디 차별없이 모든 이야기들을 동등하게 음미하실 분들만 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없으시다면 문으로 도로 나가주시면 된답니다.




자,서문이 길어져버렸네요.
이제 준비가 된 분들만 남은 것 같으니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죠.

우리는 무서운 것을 보면 으레 소름끼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소름끼치는 법을 모른다면?무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기 소름을 느끼지 못한 한 소년이 있답니다.
소름 끼치는 법을 궁금해한 그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그림책방 첫번째 이야기, "소름끼치는 법을 배우러 나선 소년" 시작합니다.



한 아버지에게 멍청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답니다.
"저 아이는 평생 아버지의 큰 짐이 될꺼야."
아들은 늦은 밤 종종 사람들의 틈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들이 "아,소름끼쳐"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도대체 소름끼치는게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늘 '소름끼쳐'라고 말하지만 난 소름끼치지 않아.그것도 무슨 기술이 있어야 되나 봐."
지나가다 아들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교회 사람이 말했답니다.
"나한테 맡기렴.소름끼치는게 무엇인지 가르쳐주마."
며칠 뒤 교회 사람은 한밤중에 소년을 깨워 종탑 위로 올라가 종을 치라고 시켰습니다.
교회 사람은 소년몰래 먼저 종탑 위로 올라가있다가 소년이 나타난 순간 계단에서 유령처럼 천을 뒤집어쓰고 불쑥 나타났습니다.소년이 소리쳤지요.
"누구세요?"
유령이 대답하지않자 소년이 다시 소리쳤습니다.
"대답해요!그렇지 않으면 얼른 가든지!여기서 할일도 없잖아요."
그럼에도 유령이 꼼짝않자 소년은 다시 소리쳤습니다.
"어서 말을 해요!그렇지 않으면 계단 밑으로 던져 버릴 거에요!"
그럼에도 유령은 대리석처럼 서있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소년이 자신을 진짜 유령으로 여기길 바랬기 때문이었겠지요.
결국 참다 못한 소년은 하얀 물체를 계단 아래로 밀어 버렸습니다.
교회사람은 퉁탕퉁탕 굴러 떨어지다 모퉁이에 부딪혀 멈추고는 길게 뻗어 버렸습니다.
새빨간 액체가 흘러나와 흰 천을 붉게 물들였지만 소년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방으로 가 잠이 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소년을 불러 불같이 야단쳤습니다.
"왜 그런 못된 장난을 친게냐!"
"아버지, 제 말 좀 들어보세요.전 계단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 누구냐고 묻고 그만 가라고 했어요!"
"후유 너는 평생 내 속만 썩이겠구나.여기를 떠나라!그리고 다시는 내앞에 나타나지 마라."
"아버지가 원하신다면 그러죠.저는 소름끼치는 법을 배우러 갈 거에요. 그 기술만 익힌다면 평생 먹고살 일은 걱정 없겠죠."
집을 떠난 소년은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제발 소름 끼칠 수만 있다면..."
지나가던 남자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보렴.악당들이 교수형 당했어.저 시체옆에서 하룻밤을 새면 소름 끼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야."


소년은 그 말을 듣고 교수대 밑에 앉아 밤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해가 떨어지자 날이 쌀쌀해졌고 소년은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목매달려 죽은 시체들이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서로 부딪히자 불쌍한 마음이 든 소년은 시체들을 녹여주기 위해 목에 걸린 밧줄을 하나하나 풀어 차례로 모닥불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시체들이 꼼짝 않고 있는데 마침 불똥이 튀어 시체 옷에 불이 붙었습니다.
"조심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저 위에 매달 거에요."
그러나 시체들은 대꾸도 하지못했고 결국 옷에 불이 붙자 소년은 다시 시체들을 교수대에 매달아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어제 만난 남자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남자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되돌아갔습니다.
"저렇게 멍청한 자식은 처음 봤어."
소년은 다시 길을 걸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제발 소름 끼칠 수만 있다면..."
그 말을 들은 짐수레꾼이 코웃음을 치며 소년에게 마법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그의 말에 따르면 그 성에서 사흘 밤을 보내면 반드시 소름이 끼치며 이를 버틴 사람은 공주와 혼인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않았어."
소년은 즉시 마법의 성으로 떠났습니다.
성으로 들어가기 전 생명이 없는 것 중 원하는 것 세 가지를 고르라는 임금의 말에 소년은 불을 피울 수 있는것과 돌아가는 선반, 칼이 달린 작업대를 달라했습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며 커다란 고양이 두 마리가 소년옆으로 껑충 뛰어 왔습니다.이글이글 불타는 시뻘건 눈으로 소년을 보던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친구야,우리하고 카드놀이 할까?"
고양이의 긴 날카로운 발톱을 본 소년은 말했습니다.
"이런, 발톱이 너무 길어! 위험할지 모르니 내가 깎아 줄게"
소년은 고양이들을 칼이 달린 작업대에 고정시킨 뒤 죽여 창밖 연못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태연하게 잠이 들었죠.
그렇게 성에서의 첫날밤이 흘렀습니다.
다음날,소년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궁에 사는 사람 모두가 놀랐답니다.
두번째 밤, 소년은 모닥불앞에 앉아 중얼거렸습니다.
"제발 소름 끼칠 수만 있으면 좋겠어!"
자정 무렵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곧 사람의 몸뚱이가 굴뚝을 통해 뚝 떨어졌습니다.
"뭐야,몸통 반쪽이잖아!그것 참 이상하군."
그때 또다시 괴상한 울부짖음과 신음소리와 함께 나머지 반쪽도 떨어졌답니다.


소년이 외쳤습니다.
"잠깐! 네 몸을 녹일 수 있게 불을 더 피울께."
소년이 불을 지피고 돌아보자 무시무시한 반쪽짜리 몸통이 하나로 합쳐져 소년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습니다.
"장난치지 마.거긴 내 자리야."
남자는 계속 거기 앉아있으려 했지만 소년은 힘껏 남자를 차버렸습니다.
남자는 기괴한 비명과 함께 다시 두동강 났고 소년은 그옆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밝자 임금이 간밤의 일에 대해 물었고 소년은 하품을 하며 "아 이상한 사람이 제 자리를 차지하려해서 조금 피곤했네요."라고 답했습니다.
사흗날 밤 소년이 늘 하던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데 거인 여섯이 관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소년이 말했습니다.
"저건 얼마전 죽은 내 사촌동생이 틀림없어"
거인들이 관을 내려놓자 소년은 시체에 모닥불을 쬐이며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고 이불도 덮어주었습니다.
곧 시체는 따뜻해졌고 입도 달싹달싹 움직였습니다.
"네 목을 조를거야."
"뭐? 기껏 살려줬더니 은혜를 그딴식으로 갚겠다는거냐?"
"네 목을 조를거야."
소년은 시체의 목을 졸라 다시 차갑게 만들어버린 뒤 관에 넣어버렸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소름끼치지 않았어.어쩐지 이곳에서도 배우지 못할 것 같아."
그때 무섭게 생긴 거인이 나타났습니다.


"이 멍청한 자식아!넌 곧 소름이 끼칠거다!내가 널 죽일테니 말이다."
"이렇게 빨리?나를 누가 이기기전에는 죽지않아."
그 말에 거인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소년을 대장간으로 데려간 뒤 도끼를 집어 힘껏 내려쳤습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소년이 도끼를 힘껏 내리치고 거인이 자세히 보기위해 가까이 간 순간,소년은 무거운 돌을 거인의 긴 수염위에 올려놓고 쇠막대기로 거인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겼어. 이제 네가 곧 죽게 생겼네."
거인은 살려달라빌며 소년에게 많은 금을 주었습니다.
날이 밝자 소년은 임금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저는 죽은 사촌을 만나고 거인을 만나 많은 황금을 얻었으나 아직 소름끼치는 법을 모릅니다."
임금은 소년이 성의 저주를 풀었다는 사실을 크게 기뻐하며 공주와 혼인시켰습니다.
소년은 행복했으나 매일 중얼거렸습니다.
"아,소름 끼칠 수만 있으면 좋겠어! 제발!"
공주가 이를 걱정하자 한 시녀가 나섰습니다.
시녀는 미꾸라지가 가득든 양동이를 준비하고 소년이 잠이든 틈을 타 이불을 걷어 양동이를 홀딱 쏟았습니다.
미꾸라지가 몸 위에서 팔딱팔딱 뛰자 소년이 잠에서 깨어나 소리쳤습니다.
"아,소름 끼친다,소름끼쳐!공주,드디어 소름 끼치는 법을 알았소!"





그 어떤 것에도 소름끼쳐하지 않던 소년이 결국 지혜로운 하녀덕에 소름끼치는 법을 알았습니다.
만약 이 하녀가 아니었다면 소년은 소름끼치는 법을 알기위해 훗날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도...
상상은 여러분의 몫이죠.
모두 이야기를 즐기셨기를 바라며 저는 또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모두 소름끼치는 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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