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역하고 꿈을 안고 올라온 서울, 벅차고 설렜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롭던 서울생활, 직장생활에 나날이 지쳐갔었지.
그런 나에게 넌 한 줄기 빛과 같았어. 정말 예쁘고 목소리도 좋았고 노래할 때는 그렇게 예뻐보일수가 없더라. 머리도 좋아서 과탑도 매번 차지하던 너. 동경하는 마음으로, 친해지고 싶던 마음으로 시작한 나도 모르게 짝사랑을 키워갔어. 친구로 만나 해본 적 없던 갖은 노력을 다 해보다 보니 마음이 전해진 모양이야, 결국 사귀게 되었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 서로 마주 손을 잡을 때, 세게 껴안을 때, 보고만 있을 때 마저도 너무 좋았어.
외롭고 힘들던 나에게 의지가 되어준다는 자체로 의미있는 사람이었고 소중한 사람이 되었고 그럴수록 난 더더욱 널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갔어.
점점 잘해주고싶은 마음도 자라났고, 동시에 욕심도 생겨가고, 이제까지 어떤 사람에게도 줘본 적 없는만큼 너에게 내 모든 마음을 줬어. 널 향한 모든 감정이 커다랗게 자라났을 그때부터 였던거같아. 서운할 때는 너여서 더 서운했고 화가날 때도 너여서 더 화가났어.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많은 실수를 했더라고.
우린 서로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세고 난 널 좋아하는 마음에 고집이고 자존심이고 누그러뜨려도 봤지만 넌 변하지 않았어. 아마 내가 모르는 사이 많이 실망했고 반복되는 상황들에 대해서 지쳐갔을거야.
점점 줄어드는 말수와 항상 좋지 않던 표정마저 내가 인정하기 싫었지만 넌 날 점점 멀리하고 있던거지.
그렇게 우린 헤어졌어.
바보같은 난 반성했지. 고치려 사력을 다해봤어. 너가 싫다고 한 부분, 내가 실수를 한 부분마저 찢어진 가슴에 새기고 새기면서 자학하며 스스로 상처받으면서 반성했었어. 남자가 많던 널 구속하려 했던 나, 일 때문에 바빠 연락이 잘 안되던 나, 약속시간에 한번씩 늦던 잠 많은 나... 일에 찌들어 지친 몸보다 힘들고 아픈 가슴에 견딜 수 없어 널 잡아보려 찾아갔지. 혹시하던 마음, 같은 마음일까 하는 기대, 단지 보고싶던 마음, 마음 한켠에 밀어둔 남자가 생기진 않았을까 하는 불안 모두 안고 갔어, 찌질하게 말도 제대로 못할거면서 갔어.
넌 나에게 자기가 밉지 않느냐고, 앞으론 연락하지 말고 찾아오지 말고 마주쳐도 모르는 사람으로 하자고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차가운 눈빛과 표정, 말투로 말했지. 가슴이 너무 아파 아무 말도 못하던 나에게 '화가 났는데 참고있냐'는 말을 했고 거기까지 듣고 있던 난 결국 무너졌고 그렇게 널 포기했지. 비가 오던 날 우산을 들 힘조차 없어 손을 부들부들 떨며 지하철 막차에 몸을 싣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울었어.
나때문에 너가 힘들었을까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한 내가 바보같아서, 끝까지 자학하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새겼지.
일상으로 돌아가보려 네 흔적을 정리하고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 너에게 받은 상처, 스스로에게 준 상처들을 수습하며 다시 처음 내가 꿈꾸던 목표를 위해 달리기 시작했어. 아프던 가슴도 차츰 나아졌고 네 생각은 나지만 잊으려 노력했어.
어느날은 내 친구에게 연락이 오더라, 널 봤다고, 남자와 있다고. 난 무덤덤하게 넘겼는데, 다음 말엔 화가 나더라. 나와 사귀던 때에도 그 남자와 둘이 다니는 널 봤다고 말을 하더라.
남사친이 많던 널 다 이해했어. 남자랑 술 마시는 것 좋아, 단 둘도 굳이 원한다면 마시라고 했지. 바쁜 나는 너와 항상 같이 있어줄 수 없던 것도 미안했고, 너 나름의 학교생활과 친구와의 노는 시간마저 내가 붙잡고 구속하면 네가 너무 숨이 막힐까봐서 그러지 못한것도 있었어. 학교사람들에게 나란 존재를 숨긴것 마저도 이해했어. 널 믿고 사랑했으니까.
어느날은 그랬었지, 술 마시러 간다고 메세지 하나 뚝 남기고 누구랑 마시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을때 알았어야 했을까, 넌 남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고 엄청나게 취해선 나를 데리러 오라며 불렀지. 내가 도착한 장소에선 취해서 나와 부딪히고도 날 못알아보았고 같이 술을 마시던 남자와 결국 다른 장소로까지 이동하곤 나를 다시 불렀어. 남자가 가고, 내가 널 데리고가며 물어보는 말에 너는 오히려 화를 내며 아무 사이 아니라고 했었지.. 믿었어, 그런데.
지금 그 남자랑 사귀고 있더라, 너.
나랑 사귀던 기간 중에 이미 사귀기로 했다더라.
마음을 나누던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져버리고 넌 저울질을 했고, 결국은 환승을 했지.
맞아 바람핀거야. 이 분리수거도 안될 년아.
내가 마음아파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한달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15키로가 넘게 빠졌고 자학하고 상처받고 지쳐 잠들고 일하러 가고. 난 몸과 마음이 망가져가는 동안 너랑 그 남자는 행복했겠지. 돈도 많고 나보다 나이도 많으니 생각도 깊겠지. 나보다 학벌도 좋고 그렇게 넌 날 차갑게 버렸고 난 버려졌지.
난 내가 너무 찌질하고 병신같아 지금 생각하면
왜 아무것도 모르고 스스로에게 상처만 줬을까
왜 너에게 다시 연락을 해봤을까
왜 바람이라는 것을 알고도 연락을 해봤을까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자학을 하고 있을까
왜 찾아가봤던걸까
왜 널 만났을까
왜 마음을 그렇게나 많이 줬을까
왜 ..
그리고 어제는 그 남자한테 네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 밤12시 30분쯤에
아직 널 좋아하냐 물으며 나보다 본인이 더 괜찮고 멋지고 좋은 남자라며 연락하지 말라고,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에게 연락하는건 예의가 아니라며 운운하더라.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만난건 예의바른행동이니?
다시 연락하면 해코지한다고 하고 끊은 뒤에 카톡 페북 전화 문자 인스타까지 모두 차단하더라.
너네 꼭 오래오래 만나길 바랄게. 너희 둘은 절대 헤어지지도 말고 평생 쓰레기같이 살도록 해.
유유상종, 내로남불,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란 말들이 떠오르네.
난 너에게 받은 상처만 기억할거고 널 생각하면 분노만이 떠오를거야. 너한테 끝까지 모진 말 못하던 난 약한사람이고 자존감도 바닥이며 손에 쥔것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사람이지만 꼭 성공해서 너희보다 잘 살거다 쓰레기새끼들아 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