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분들께 올리는 말씀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의 평범한 남자 대학생입니다. 최근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쟁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페미니즘이 사회 전체적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남자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논한다고 하면, 어떤 페미니스트 분들께서는 아예 읽지도 않을 것이고, 어떤 분들께서는 그래 한번 읽어나 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계실텐데 한번만 진지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페미니스트 분들께서 페미니즘을 주장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 지인이 몰래카메라 피해를 입었는데 그분께서 혐오감이 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자신의 사생활을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이 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남성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하셨습니다. 당연히 몰카를 찍은 사람들과 몰카를 찾아서 본 사람들에 한정해서 증오하는 것이 이성적으로는 맞지만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남성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가부장제적인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들이 있어서 남자에 대한 두려움 혹은 증오가 생기신 분도 계실 거고, 특별히 그러한 개인적인 피해를 보지 않으셨더라도 사회 구조상 남성들이 권력을 사실상 독차지 하는 사례들을 접해서 성별에 의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동기에 대해서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저는 사실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보면 어떤 분들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이퀄리즘이 필요하다면서 남성들은 여성들이 힘든 부분을 이해해주고 여성들은 남성들이 힘든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두 집단 간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권력이 약한 쪽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인종차별의 경우에도 그것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던 이유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을 강조했던 인권 운동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사회 구조라는 점이 인정된다면, 여성들이 느끼는 불평등이나 부조리함에 초점을 맞추는 페미니즘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어느 정도 성공하였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을 특별히 공부한 건 아니지만 페미니즘에 관한 기사나 인터넷 글들을 보고 그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격렬한 논쟁을 펼치는 것을 오랫동안 접한 후,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제 시각이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과거에는 그저 오락거리로만 소비되었던 문화적 요소들을 지금 보면 일종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를 종종 접합니다. 일개 대학생인 저로 하여금 과거에 당연시되었던 혹은 등한시되었던 것들을 ‘좀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바꾸어 준 사실 자체가 페미니즘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께서도 느끼셨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의 페미니즘이 사람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적지 않은 수의 페미니스트들이 남성들을 근거없이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것, 남자 화장실 몰카를 찍는 것 등의 행위들은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더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분들께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사회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성범죄가 없고, 성별이 아닌 오직 능력에 따라서 사회적 가치들을 배분 받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수긍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데 지금 벌어지는 사태들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척 당하게 됩니다. 처음에 특정한 사상이 태동하게 되는 원인은 ‘감정’일지 몰라도, 그것의 내용과 전달 방식은 다분히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오죽하면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다’, ‘페미니즘 탈출은 지능순’ 이런 말이 나오겠습니까. 감정이 아닌 논리로서 페미니즘을 주장하신다면 사회가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안티페미니스분들께서 지적하시는 페미니즘의 모순에 대해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게 ‘이중 잣대’, ‘뷔페니즘’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무시하시기보다는 왜 그러한 반박들이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워X드 같이 페미니즘을 신격화하는 흐름이 대세가 되면 페미니즘은 필연적으로 반사회적 사상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페미니즘을 지적하는 의견들에 대해 검토하고 건전한 토론을 거쳐야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설이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토론과 자성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페미니즘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애로 사항에 대해서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위 공무원의 성별 비율이나 경력 단절 여성 사례들을 보면 분명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사회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남성들도 남성으로서 느끼는 어려움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남자가 자초한 문제’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페미니스트로서 그러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남성들도 성차로 인해 겪고 있는 부분들이 있고 이에 대해 부정하시지는 말아주세요. 페미니즘을 남성들에게 전파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언젠가 남녀 모두 서로에 대한 혐오 표현을 자제하고 건전하게 성별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페미니스트분들, 꼭 제가 드렸던 말씀에 대해 한번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글쓴이 넘 멋지지 않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