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글씨체가 예쁘면 거기에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그사람을 좋아하면
글씨체가 못생겨서 그게 너무 귀여워서 죽어버릴 거 같고
당장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 멀리서 쳐다볼 때는 무심하게 보다가도
갑자기 내 쪽으로 오면 놀라서 얼어버리고
그사람이 입으면 흰색티 회색티 남색티 검은색티가 그사람만 입는 옷같이 특별해보이고
별 특징 없는 그 걸음걸이가 너무 단정해보이고 예뻐보이고
문 너머로 정수리만 겨우 보이는데도 심장이 뛰고
더워서 인상쓰고 있는데 그 인상쓴 모습이 너무 잘생겼고
그냥 좋아 죽어버릴 거 같아 와
막 그 사람이 없는데 내 눈 앞에 그사람이 걸어가는 게 보이고
앉아있으면 내 앞에 서있어 무슨 신기루도 아니고
서로 이름은 알고 있지만 이름을 부를 사이는 아니라서 한 번도 입 밖에 내본 적이 없는데
입 안에 계속 그 이름이 멤돌아서 어느 순간 갑자기 나갈 지 모르겠어
10센티 앞에서 눈 마주치고 말할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나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겠지만.
나만 좋아할 때 이러는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