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는 사람이 볼까봐 음슴체 감.이걸 걱정하는 이유는 뒤에 나옴. 양해해주면 좋겠음.
내 나이 30 중반.좀 비전 없는 인문계 대학 졸업 후, 동대문에서 옷장사 하는 친척을 통해 나도 장사에 발을 들임.
원래 이것저것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눈썰미가 좋아 10년 여 전, 블로그랑 카페 공구로 돈을 좀 만짐. 여기 언니들도 내 사이트 와본 사람 있을 수도 있음. 그래서 말투 숨기려고 음슴체 가니 이해 좀.
옷으로 종잣돈을 마련한 후, 가방, 악세로 판로를 넓혔음. 예쁜 옷 좋아하는 언니들은 코디 하는 것도 좋아함. 옷도 팔고 가방도 팔고 장사가 정말 잘됐음.
그러다가 오프 매장도 내게 됨.
남편놈은 오프매장 낼 때 공사 맡긴 인테리어 업체 직원의 친구였음.
삼수에 군대 늦게 갔다가 졸업 하는데 방학이라 먼저 취업한 친구 회사에서 잡일 알바를 한다고 함.
남편은 참 인물이 좋음. 난 남편을 처음 봤을 때 남편이 면바지에 운동화, 면티 입고 왔는데 인테리어 회사 직원인 줄 알았음. 피부도 너무 좋고. 얼굴에서 빛이 나는 느낌이었음.
난 옷장사를 함. 시급 피팅 알바도 많이 봤는데, 사장 젊다고 누나 누나 하면서 붙으려는 애들도 솔까 많았음. 난 객관적으로 미인은 아님. 그리고 어린 애들이 그런 식으로 편히 살 생각 하는 거 별로였음. 한번도 여지를 준 적도 없고 사적으로 연락하는 애들은 다신 안부름.
여튼 남편은 공구도 나르고 자재도 나르고 현장 잡일을 하는데 나이 먹고 자존심 안따지고 알바 하러 친구 회사 오고 그런게 다 긍정적으로 보였음. 그 정도로 내가 반해있었던 것임.
공사가 끝나고 매장 오픈 했는데, 몇달 후에 남편이 매장으로 찾아왔음. 말쑥하게 정장 차림으로 나타남. 시간 날 때 만나고 싶다고 연락처를 주고 감.
난 좀 얼떨떨 했음. 남편 수트 핏이 좋아서 정신을 더 못차린 것도 같음.
그래서 밥을 먹게 됐는데, 갑자기 고백을 함. 내가 정말 인생 성실하게 살고 열정이 있어서 끌렸다고 함. 근데 자기는 아직 학생이고 취업 준비 중이니 처지가 그래서 말을 못했다고 함. 이제 좋은 회사에 취업이 되서 당당하게 말하러 왔다고.
웃기게도 난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굉장히 감동함. 우선 내가 호감 있던 사람이 나를 좋게 봐줬다는 거 자체가 기쁜 일 아니겠음. 근데 면접 본 날도 아니고 합격한 날에 정장은 왠 정장? 그런 연출에 위화감을 못느낄 정도로 내가 남편한테 좋은 감정이었음.
그 후, 남편은 졸업 학점 이수가 끝나고 논문도 냈다며 매장에 자주 들르기 시작 함. 도넛도 사오고 커피도 사오고. 난 남편의 지극정성에 쉽게 감동했음.
남편은 자기 나이가 적은 건 아니라며 합격한 직장도 탄탄하니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함. 난 그것마저 나를 그 남자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고 믿었어. 1년도 안됐는데 금방 그런 마음 먹었다고 바보같은 년이라고 너무 욕하지 말아줘.
나는 그때 매장 근처에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었음. 신혼 집으로 쓸법한 넓은 평수이고 전철 역 바로 앞에 있어서 좀 유명한 건물임.
남자가 이제 막 취업 하는데 돈 없는게 당연하지. 그리고 시댁에서 뭐 받으면 그만큼 해야되잖아. 그래서 우리는 예식만 올리고 내가 살던 집에서 신혼 살림을 차리기로 함. 예식비는 양가 부모님이 부담해서 내주시고, 시댁에서 예물 챙겨주셨고 나도 신랑 예물 해줌. 양가 부모님 옷은 남편이랑 내가 각자 서로 부모님 옷 해드는 걸로 했는데 난 남편이 알바비 모아서 우리 부모님 옷값 드릴 돈 정도 있다고 자기가 번돈으로 해드린다고 해서 이때도 감동 먹음. __.
시댁에서도 날 대단하다 젊은 나이에 대하다 좋게만 말함. 돌아보면 이때가 제일 행복했던 거 같음.
그런데 결혼식에 남편 직장 동료들이 안왔어. 남편 말로는 몇달 같이 다니지도 않았는데 청첩장 돌리기가 민망하고 민폐라는거야. 내 생각엔 어차피 동기들 동료들이 결혼 하면 거기 가게 될텐데 그렇게 민폐인가 싶었지만 그러려니 했음.
그렇게 결혼하고 몇달 뒤에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둘지도 모른다고 말함. 위에서 백 있는 놈이 큰 실수를 했는데, 그걸 신입인 자기랑 다른 동기가 뒤집어쓰게 됐다네? 책임 지고 그만 두게 될지도 모른다고. 근데 난 남편을 위로했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고 저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내가 잘 버니까 내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고 난 오히려 남편한테 내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게 기뻤음. 그건 나의 교만이었고, 그게 내 발등을 찍게 됨.
남편은 공기업을 준비한다고 공시생이 됨. 난 남편에게 생활비 카드를 주고 내가 남편 뒷바라지도 함. 이게 어느 정도냐면 내 손해 감수하고 매장에 점심 시간 알바 이모를 한분 더 모시고 집에 가서 남편 밥을 차려줬음. 안좋게 퇴사 했는데 공부 하느라고 힘든데 예민해지는 거 느껴서.
그 와중에 남편은 시댁에 용돈 드려야 된다고 말을 해. 자기가 대기업 들어가서 자랑스러워 하셨는데, 친척분들이 아들이 뭐 좀 안챙겨주냐 한다면서. 남편 기죽을까봐 시댁에는 비밀로 한 상태였고, 나는 내가 번 돈으로 남편 통해 시댁에 용돈까지 드리게 됨.
여기서 우리 친정은 내가 워낙 밤낮 없이 사입 다니고 하면서 정말 무슨 일 있을 때만 연락 하고 뵙게 된데다 내가 내 앞가림 알아서 한다 식이었어서 돈 좀 벌고나서는 내가 뭐하고 다니는지 잘 모르시는 상태였음. 뭔가 수상하지 않냐 태클 걸고 남 의심하는 분들도 아니심.
그 무렵 나는 오프 매장을 정리할지 말지 고민을 하게 돼. 인터넷 매출이 큰데 굳이 인건비 감수하면서 매장 해야되나. 좀 외곽에 창고 큰거 해서 옮기는게 나을까 싶은거지. 그리고 언니들도 알다시피 공구나 인터넷에서 옷 사는 언니들이 업체 메이커 따져서 사진 않아.
그래서 매장을 정리 하려는 때, 부동산에서 우리 매장 권리금에 좀 보태면 카페 하나 인수 할 수 있다고 귀뜸 해줌.
난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 익명 고객 응대에 지친 마음도 있었음. 그래서 카페나 술집 같이 다른 업종으로 가게 하나 있으면 좀 든든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였어. 그래서 우리 매장 정리한돈에 큰 돈 얹어서 카페를 인수 함. 부동산에서는 좀 보태면이라고 했지만 사실 뚜껑 열어보니 거금이 들어갔으나, 난 만족했어.
남편이 본격적으로 이상해진 건 이때부터임. 카페를 인수할까 한다고 말했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악의적으로 주문 반품을 반복하는 고객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인터넷 쇼핑몰 정말 힘들다고 그런 하소연을 했었어서 그런 줄 알았어.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데 진짜 자기 일이라 그런 줄 몰랐음.
남편은 카페 집기 일부 정리하고 여차저차 하는데 자꾸 매장에 얼굴 비추더라고. 알바 뽑을 때도 사람 잘 써야 된다고 자기가 알바 좀 해봐서 사람 잘 본다면서 끼고, 난 전 매장 매니저를 그대로 데리고 왔거든. 근데 자꾸 그 매니저랑 기싸움을 해서 매니저가 자기가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 적도 있어.
그래서 남편보고 공부에 집중 하라고 매장에 나도 안가는데 얼굴 비추고 그러지 말았음 좋겠다고 했음. 사실 자기가 공부 해보니 나이도 있는데 너무 막막하고 자꾸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함. 내가 카페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자기한테 맡아보고 권할 줄 알았다는거야.
난 여기서 좀 띵 했음. 전혀 그런 내색이 없던 사람이었음.
월급 매니저 쓰는 거 알고 좀 서운했다고. 난 남편이 나한테 서운했다고 말하는데 좀 멍해졌어. 당황스럽구. 아직 결혼한지 1년 좀 넘은 신혼인데 얼나 좋을 때임. 근데 서운했다니, 아 내가 좀 잘못했구나. 남편이 공부 하는데 힘든데 내가 마음 헤아려주지 못했구나 싶었어.
결국 매니저를 내보내고 남편이 카페를 맡아 해보기로 했어. 남편이 알바 많이 해봤다더니 그건 거짓말은 아니었나봐. 커피도 잘 뽑고 매장 관리를 잘 하더라고.
난 새로 옮긴 배송 창고가 좀 멀어져서 남편한테 매장 관리를 일임했어. 근데 매장에 가면 알바생들이 갈 때 마다 바뀌어 있었음. 그래서 물어보면 요즘 학생들도 약아서 자기 스케쥴 겹치고 학교에 바쁜 일 생기면 책임감 없게 쉽게 그만 두고 그래서 또 뽑고 한단 말에 그렇구나, 자꾸 사람 바뀌어서 힘들겠다 위로해줬어.
어쨌든 카페는 잘 됐고, 난 사입과 신상 기획 그런 것만으로도 바빠서 카페에 들르는 일이 없어졌어.
그러다가 창고 알아본 동네가 땅도 싸고 교통편도 괜찮은데 매매 가능한 자리가 좀 있어서 작게 건물을 지을까 싶더라고. 직원들한테 어떠냐 물어보니 다들 이쪽이 월세도 싸고 좋대. 임대료도 비싼데 자꾸 이사 다니지 말고 창고랑 회사 건물 마련할까 싶어서 정말 바빴다. 1년이 우습게 또 지나갔네.
새 건물 짓는 것 까진 안되고, 좀 오래 된 건물을 괜찮은 가격에 샀음. 대신 리모델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았음. 전에 오프매장 인테리어 해줬던 데가 내 취향인 곳이어서, 난 거기 다시 견적 뽑아달라고 연락을 했음. 이게 남편 친구가 거기 직원이라 알바하러 왔던 건데, 난 남편 친구 연락처는 안가지고 있었고 거기 사장님도 파워블로거 거든. 그래서 자연스럽게 블로그로 메시지 보냈는데 이게 정말 신의 한수였네.
여기가 시공은 직원들이 하는데 견적은 사장님이 직접 와서 한번은 자기가 보는데야. 사장님 와서 견적 보고 잠깐 얘기 좀 하자는 거야. 그래서 왜그러나 했는데...
나한테 이런 말 하기 조심스럽다면서 남편이 잘 해주냐 물어보더라. 내가 무슨 의도인가 싶어서 표정 굳히니까 한숨 쉬면서 그러는거야.
자기 회사에서 한번은 회식 하는데, 남편 친구가 입을 털더래.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회사에 자기 친구 알바 왔는데, 매장 사장이 알부자라고 했더니 작정하고 들이대서 결혼했다고. 지금은 카페 사장노릇 한다고 말이야. 뭔가 뉘앙스가 이상했고, 사장님이 정색하니까 "사장님이 그랬잖아요. 젊어도 사업 크게 하는 분이니 기분 상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랬다는거야. 그러니까 사장님은 자기가 직원 주의 준건데, 뭔가 찜찜함을 느꼈대. 그렇다고 나한테 연락해서 남편 좀 이상한지 봐라 하긴 오바고 일 하러 온 김에 생각나서 말해봤다고.
내가 사장님 말이랑 표정 보니까 그게 아닌 느낌이 확 오더라고. 뭔가 있구나. 그래서 나한테 슬쩍 흘려주는구나 싶었음. 남편이랑 잘 지낸다고 걱정 마시라고, 원래 부부들 일은 남들 모르는 거라고 하고 말았어.
그리고 중간 과정은 생략함. 결과적으로 남편은 대기업에 취직했던 적이 없었음. 그리고 나를 작정하고 꼬시려고 한게 맞음. 황당해서 죽을 뻔 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결혼해서 지금까지 다 쇼였고 나를 속였던거야.
나는 남편이 성실하고 노력하려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점수를 후하게 줬던 건데, 그게 다 거짓이었음.
남편이 매달리더라. 난 매우 혼란한 상태인데, 자기는 날 너무 사랑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용서해달라고.
난 정말 속아서 결혼했고,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허상이었단 생각에 실망했음. 정말 이혼 생각을 진지하게 함.
그런데 정말 운명의 장난처럼 임신인 걸 알게 돼. 남편의 거짓말을 알고 스트레스 받는데 아랫배가 뭉치면서 너무 아픈거야. 하혈을 하고. 응급실 갔다가 임신인 걸 알게 됐고, 남편은 울면서 자기가 잘 하겠대.
웃기지? 남편 사기꾼인 거 알았는데, 좀 전 까지 있는지도 몰랐던 애가 생기니까 그래도 아빠는 있어야지 싶더라. 남편이 카페는 꽤 잘 운영해서 꼬박꼬박 자기가 급여 빼고 나한테 입금 하고 있고 그랬거든. 그래서 난 남편을 용서해줌.
그런데 결국 유산을 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 이것도 힘들다. 이따가 이어서 써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