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글이 유명해졌음 좋겠다.
(결시친에 올린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니가 읽었으면 좋겠고
너는 나를 벌레같이 여기고 있지만
내가 그렇게 쓰레기가 아니란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행복해졌음 좋겠다.
(그리고 결시친 여러분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위로와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운 날이었다.
너는 새로 이사간 오피스텔에 전 세입자였다.
전세로 옮긴 너는 층수를 이동했고
그동안 니가 살던 곳을 내가 월세로 들어가게 되었다.
부동산에 가서 몇 마디 나누어보았다.
우연하게도 고향이 같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너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 했지만
초면이고 너에 대해 별 생각이 없어서 연락하지 않았다.
취업때문에 이사한거라 회사적응이 더 절실했다.
하지만 몇일 뒤 니가 카톡을 먼저 했고
밥을 같이 먹으며 친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기뻤다.
너같은 사람이 나같은 사람을 먼저 좋아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너는 우리나라 최고 대기업을 다녔고 연봉도 좋았고, 난 비정규직이지만 학벌만 있었다.
넌 누가봐도 잘생겼고 , 난 뚱뚱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너는 내게 믿음을 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사람이었고, 그런 널 믿었다.
좋은 날들이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고, 내가 다니던 직장을 잠시 그만뒀을 때에도 시간이 많으니 신혼가전 보라고 해줄만큼 배려깊은 너를 만나서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 후 난 꿈꿔오던 새직장을 찾게되었고, 월급이 적었지만 너에게 좀 더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뻤다.
넌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섭섭해했지만, 같이 기뻐해주었다.
사귀는 동안 즐겁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서로에게 참 잘했었다.
싸우더라도 하루가 채 가지 않았고
싸운 횟수도 다섯번이 채 안되었다.
나는 니가 있을 때 가장 나답게 살 수 있었고,
우리가 끝날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믿었던 탓인걸까
아니면 너무 나혼자 좋은 날이었는지 모르겠다.
니가 다니는 회사가 구조조정으로 힘들어졌고,
그런 너에게 나는 부담이었고,
너의 부모님은 몸이 아프셨고,
그런 와중에 넌 이 모든 것을 견디기 힘들었을꺼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족 회사 애인 중 가장 버리기 쉬운 건 애인이었을꺼다.
나이도 삼십중후반이고, 돈은 생길 기미도 안보이고,
난 그저 해맑게 잘될거라고 하고.
니가 하던 주식도 잘 안된다고 하고.
넌 몹시 많이 피곤했을꺼다.
다는 이해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이해한다.
그땐 말하지 못했지만 나까지 우울하면 정말 우울해질 것 같아서
즐거운 척 많이 했었다.
너는 내가 힘든걸 못보는 사람이었고
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
희망이 없다고 믿지만 옆에서 희망을 노래하면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괜찮을 줄 알았다.
혼자 힘들어하던 넌 내게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화가났다. 내게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시간을 언제까지 줘야하냐고 묻자 집사고 차사는 돈을 모으면 가능할꺼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이 현실이 괴롭다고 했다.
난 사실 이때만 해도 우리가 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책에서 본 것 처럼 동굴로 들어가고 싶은 줄 알았다.
다들 그러더라.
그렇게 헤어질 사이 아니지 않냐고...
3주가 지나서 널 우연히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같은 오피스텔에 살긴 했지만 한번도 못만났다가 쓰레기 버리러 가다가만났다.
난 그자리에 멈춰섰고
넌 내 어깨를 두번 두드리고 도망가듯 멀어졌다.
그때 잡았어야 했을까.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해도, 늘 바쁘고 피곤한 너는 카톡으로 이야기하자고 하고, 그마저도 잘 안되었다.
전화는 차단을 해놨더라.
그러다가 번호를 바꾸더라.
그러다가 몰래 이사를 가더라.
그제서야 내가 차인건가 아닌건가 싶을정도로 난 멍청한거다.
속상했지만 예전을 떠올렸다.
니가 내게 변하지 않는건 자신있다고 했으니, 돌아오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돌아올꺼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갖자고 했으니 충분히 시간을 주면 올꺼라고 믿었다.
넌 나를 애인이 아닌 마누라라고 생각할만큼 잘했었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이 상황을 말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헤어졌다는 것만 아신다.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른채 보고싶음 연락해보라고 그러시더라.)
헤어질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힘들 때마다 너랑 대화한 카톡캡쳐를 보고 견뎠다.
그 캡쳐 속의 너의 말투는 참...좋더라.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메일을 썼다.
많이 쓰고 싶었지만 진상될까봐 4통썼다.
그것말고는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만나서 니가 싫으니 헤어지자고 말해주길 바랬다.
끝이라고 한마디만 말했어도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을꺼다.
그마저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너.
그때 알았어야 했다.
대답이 없는 것도 대답이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났다.
내가 드디어 이직을 통해 원하던 회사로 가게되었다.
타지역으로 이사를 해야하기에 정리를 시작하면서
퇴직금 정산을 받았다.
제일 먼저 니 생각이 났다. 두 가지 이유였다.
내 퇴직금을 너에게 주고 싶었다.
사실 퇴직금도 본봉이 작아서 니가 그동안 썼던 것에 비하면 큰 돈도 아니지만,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 좋다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지금 이상황을 헤어졌다고 말해야하는지 아닌지 몰라서 (나도 참 멍청하다)
조만간 답을 주기로 했으니 정확하고 싶었다.
그래야 새로운 사람에게 예의인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 니가 거의 다 돈을쓰고 내 생활비도 챙겨주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용돈도 주고 한약도 챙겨주던 니 모습이 생각나서 한번 쯤은 나도 이제는 좀 베풀고 싶었다.
얼굴 한 번 보고 맛있는 거 사주면서 웃으면서 딱 봉투주고 헤어지고 싶더라.
내가 꽃뱀이 된 것 같아 너무 미안했고 헤어져도 꼭 이정도는 갚아야한다고 계속 생각했었다.
만나서 말하고 싶었다.
고마웠다고, 너를 만나서 좋았다고.
친구로 만나는건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혹시나 니가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건너건너 아는 분을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알아냈다.
연락을 했지만 전화는 여전히 차단이기에
카톡으로 연락달라고 했다.
넌 읽씹을 했고 난 초조해졌다.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에 한번쯤은
시간을 갖자는 말 대신
기나 긴 침묵 대신
그래도 만났던 예의를 차려줄 줄 알았다.
매일 카톡을 한개씩 보냈다. 연락달라고.
그래서 니 주변 사람에게도 연락을 했다.
나도 자존심 상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오늘 드디어 니 연락을 받았다.
정확하게는 부모님과 같이있어 전화를 무음으로 해놨는데,
음성메세지가 와있더라.
화가난 목소리로 얘기하더라.
왜 아직까지 그러냐고 짜증난다고.
넌 시간을 갖자는 말을 끝내자고 말한거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말이없으면 그런줄 알아야지
왜 주변사람 괴롭히냐고.
만나는 사람있고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내가 너무 예의가 없다고.
니 목소리를 그렇게 듣게되고 그렇게 우린 끝났다.
미안하다.
만나는 사람이 있는걸 알았다면(알 방법이 없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연락하지 않았을꺼다.
그리고 다행이다 싶더라.
이제는 금전적으로 심적으로 편해서 여자도 만나고 그러나보다 싶고
나이도 적지 않은데 좋은 여자 너도 만나야 된다 생각은 했다.
근데 내 말은 한 마디도 듣지않고,
니가 할 말만 하는 모습이 슬프더라.
잠수이별을 한 것도, 대답이 없던 것도 너인데
내가 널 괴롭히는 가해자가 되어있더라.
왠만하면 앞으로도 니 성격대로 확실했음 좋겠다.
시간을 갖자는 개소리 말고 니놈이 싫다고 말했으면 마지막은 최소한 좋은 기억이었을텐데
우리에겐 좋은 기억만 있었는데 넌 이제 마지막 내모습만 생각해서
내 이름 석자만 생각해도 욕을하겠지.
내가 힘들었던 1년반은 그냥 지나간 날들이고
니가 카톡받은 일주일은 더럽게 힘들었나보다.
너도 억울하겠지만 나도 받은만큼 돌려주려한 선의가 이렇게 되서 더럽게 억울하고 진상취급 받아서 눈물이 난다.
나를 부모님보다 잘 아는 니가 그래서 더 속상하다.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다.
사귀는동안 넌 내게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힘든시간들도 니가 옆에 있어서 버텨낼 수 있었고.
슬퍼도 너와 함께해서 즐거울 수 있었다.
너도 좋은 사람 만난다니,
이제 나 좋다는 사람 있어서 그사람 만날꺼다.
그 전에도 있긴 있었는데
니가 다시오면 너 만날껀데 괜찮겠냐고 말하니 다 도망가더라.
최소한 너처럼 내 삶의 여유가 없다고 쉽게 버릴사람 말고 끝까지 잡아주는 사람 찾아서 만날꺼다.
너보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마음은 너보다 여유로울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번호고 뭐고 다 지웠으니 연락 안할꺼다.
안심해도 된다.
임자있는 사람한테 구차한 짓 할만큼 자존심이 없지는 않으니.
또 너한테 주려고 한 내 퇴직금은 억울해서 온전히 날 위해 쓸꺼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카톡메인 뒷모습이 애인이었나보네.
나도 이뻐지고 당당해질꺼다.
이사한다고 돈도 부족했는데 잘됐다 싶다.
아직은 널 다 잊었다 장담 못하지만
혹시라도 이글을 니가 본다면 웃으며 통화나 한번 하자.
진심으로 잠수이별 사과받고 또 감사인사 하고싶다.
(난 잘못한게 없어서 번호 안바꾼다.)
아직까지는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또 견뎌낼꺼다.
내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무책임한 희망을 가지는거니.
그리고 판 댓글이 널 잊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려줄꺼라 믿는다.
자존심강해서 주변사람한텐 말못해도
날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언니, 동생, 오빠, 엄마, 아빠처럼 말해줄꺼다.
괜찮을거라고. 그런 날도 있다고.
그럼 안녕.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함께한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