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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어린이집 땅을 팔고 폐원시켰습니다.

경주 |2018.10.30 19:49
조회 7,379 |추천 8
안녕하세요 저는 경주에 있는 모 불교재단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입니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7세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경주에서도 규모가 제법 큰 어린이집입니다.
대한불교 ㅈㄱㅈ 소속으로, 유명한 유적지 근처에 ㅎㅇㅅㅇㄷ이라는 절과 어린이집이 함께 운영중인 곳입니다.

유적지에 있다보니 주변에 늘 차와 사람이 많긴 하지만, 
몇걸음만에 유적지로 나가 연도 날리고 뛰어놀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종교재단이라 비리나 부정행위는 없을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늘 대기가 많았던 불교재단 어린이집이었습니다.

워낙 큰 종교재단이라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도 설마설마 했던 일이,  아이의 알림장에 꽂혀진 안내문을 읽고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안내문을 첨부하려고 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첨부가 되지 않아 직접 썼습니다.


---------------------------아래는 원에서 받은 안내문을 고대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알려드립니다. 먼저 무거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대한불교ㅈㄱㅈ ㅎㅇㅅㅇㄷ 부지가 매각되었습니다. ㅅㅇㄷ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었으며,  어린이집은 2019년 2월까지 그러니까 2018학년도 마무리까지 하고 ㅅㅈ어린이집은 폐원됩니다. 재원신청 해주신 학부모님들께는 말할 수 없이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희 교직원 역시 정든 곳을 떠나게 되어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입니다. 모든 일들이 10월에 이루어졌고,  원장인 저 또한 어제 퇴근하고 정사님과 저녁식사를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이 원아모집 기간인 만큼 빨리 알려드려야겠다는 마음에 정신없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ㅅㅈ어린이집을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신 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2018학년도 졸업, 수료일까지는 지금껏 그래왔듯 최선을 다해서 우리 ㅅㅈ친구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아직도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지만 현실이기에 아프지만 또 나아가야겠지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ㅅㅈ어린이집 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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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재원신청서와 재원의 장점이 적힌 안내문을 받았고
담임 선생님께서 재원 신청서와 상담 신청서를 보내주십사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폐원 소식을 들었네요.
안내문을 보니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한다는데 
어째서 어린이집은 없애버리고 절만 옮겨갈 수 있는거죠?

어린이집 소식을 받을 수 있는 어플에 
수시로 절 행사 공지를 띄우던 곳이었습니다. 
절 행사에 아이들을 동원해 율동을 시켜대던 곳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버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재단이 규모가 약소하고 재력이 없는 곳이라면 
정말 어쩔 수 없구나, 애써 이해라도 해보겠습니다.
전국에서 으뜸가는 불교재단에서, 
더군다나 땅값이 어마어마한 자리를 매각하고 외각으로 옮겨가면서 
어린이집 부지하나 마련하기가 힘들었을까요? 
경주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어린이집과 절이 있던 곳의 위치를 본다면, 
절의 재단을 알게 된다면 그 누구라도 이해하기 힘들 부분입니다.


아이들은 절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절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몸담고 있던 모든 이들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이 그 곳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소식을 듣고 일부 학부모들은 바쁘게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을겁니다. 
저도 그래야하겠죠.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실들을 그대로 수긍하기에는 
너무 속이 상하고 화가나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참관수업을 진행하느라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2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체육대회동안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면서 박수치고 좋아하던 선생님의 모습이 교차되었습니다. 
오늘 폐원 소식을 전하면서 울먹이던 목소리도 다시 생각났습니다.
선생님과 친해지고 나서,  주말 잘 보내셨냐 인사를 하면
절 행사에 불려 갔다는 얘기를 웃으면서 하시는데 놀랐습니다.
불심이 강해서 그런가 순진한 착각도 했었네요. 
그저 재단 소속 어린이집 선생님이라 새벽에도 강제로 동원되곤 했다는데...
결국 이 선생님들은 박봉에 재단 눈치보면서 일하다가 이렇게 쫓겨나네요.
적응이 더딘 아이를 보듬고 또래보다 빠른 아이들을 
챙겨가면서 한 반에서 정을 쌓아온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성장을 강제로 지켜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뛰어놀고 엄마만큼이나 
믿고 의지하던 선생님의 손을 강제로 놓게 되었습니다.

원래 어린이집은 이런 곳인가요?

팔리면 내몰리고 끝-?

요즘 유치원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와중에
일부 대규모 재단 어린이집도 재단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문책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불교 ㅈㄱㅈ은 
이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 어린이집 직원들에게 
심리적인 불안과 생계의 위협을 주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했을까요.

이건 정말 이렇게 끝날 일인가요...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 이 곳에 머물러야 하는 저희의 마음이
 어떨런지 절에서는 조금이라도 이해는 할까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요

말주변도 없고 머릿속이 정리 되지 않아 글이 너무 두서 없습니다.

추천수8
반대수37
베플ㅇㅇ|2018.10.30 20:14
부지 판매 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닌가요...? 사실 종교시설에서 유치원이 부가적인거고 종교시설이 주가되는거 잖아요 부지가 매각 되면서 이전하는과정에서 사정에 맞지 않으면 폐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베플ㅇㅇ|2018.10.30 20:29
지난주까지 재원신청 받고서, 이번 유치원 비리 터지고 나니까 갑자기 폐원이라는게 좀... 현정부에 갑자기 폐원하는 유치원들 단속한다 하니까, 좀 지켜봐야할거 같네요. 그건 그렇고 종교쪽도 그렇고 멀쩡한 데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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