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깨진 결혼이지만 아직도 억울하고 화나서 여기다 글 써 봅니다.
기왕이면 구남친 누나도 이 글 봤으면 좋겠네요. 판 하는 거 같던데.
저는 아버지 직장때문에 중학교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살았습니다.
그 후에 아버지가 직장을 한국으로 옮기시면서 온 가족이 들어오게 됐어요.
남동생은 그때 초등학생이어서 한국 초등학교로 전학을 했고
저는 중학교는 졸업하고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때 한국에 오게 된건데
교과과정이 많이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지도 모르고..
아 물론 검정고시라는게 그 교과과정의 숙지 능력을 보는 거지만
어린 동생 보다는 적응이 쉽지 않을거라는 부모님의 판단과 제 동의 하에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수능 재수 해서 서울에 뭐.. 서연고서성한은 아니지만
그 밑에 이름 대면 다들 들어는 본 대학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졸업해서 지금은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구요.
구남친은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맥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브루어리에 다니다가 만났습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만나다가 둘다 서른이 넘은 상태라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양가에 인사드리고 내년 가을에 결혼하는 걸로 이야기는 됐지만
구체적인 날짜나 식장 예약 같은건 아직 안한 상태였습니다. 천만 다행이죠.
저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서 그쪽 국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인사 갔을때 구남친이 자기 집에다가 저를 온 가족이 다 같이 유학을 간것처럼 이야기 해놨더군요.
그래서 가서 바로 말씀드렸죠. 아니다.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서 결혼해서 나를 낳았고 그냥 거기 국민처럼 중학생때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오게 돼서 유학... 이라는 개념하곤 조금 다른것 같다고.
한국에 사춘기때 와서 적응하지 힘들지 않았느냐고 시어머니 되실뻔 한 분이 물으셨고 그 점이 염려가 되셨는지 제 부모님도 저를 검정고시 보게 하셔서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안정적으로 적응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좀 싸했는데.. 그때 도망갈걸 그랬네요.
그때 같이 앉아 있던 시집간지 3년 됐다던 구남친의 누나가 검정고시 출신이냐며 눈을 크게 뜨고 물었고. 저야 그게 뭐 문제 될거 있느냐는 표정으로 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했어요. 했습니다. 근데 나이도 그렇고 학번도 그렇고 그냥 3년 다 고등학교 다닌 사람이랑 같다고 물어봐서 대학은 재수하고 한국 교과 과정이라 어려웠지만 1년 열심히 공부해서 검정고시 치뤘다고 말씀드렸죠.
그 후로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 묻길래 그냥 궁금했나 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 누나란 사람이랑 시어머니 될뻔한 사람이랑 뒤에서 아주 별 얘기를 다 했더라구요.
지금 둘다 일이 바빠서 식장 알아보는건 12월에 가서 하기로 했고, 데이트도 자주 못하다가
지난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데이트하는데 구남친이 우물쭈물하다가 묻기를
혹시 대학을 특별전형으로 들어갔느녜요. 그래서 뭔 소리냐고 했더니
외국인 특별전형 같은거냐구요. 그래서 아니다. 정시로 갔다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수능 몇등급 나왔는지 묻대요?? 그래서 언3수1외2과2112 나왔다 했습니다.
남들이 학교에서 내신이랑 수능 둘다 챙기고 있을때 제 경쟁력은 정시 올인이라고 생각했고
아직 한국 정서나 한국말이 완전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문과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딱히 수학을 잘하지 않았음에도 이과로 선택해서 죽도록 공부했습니다.
첫수할때 언어 5등급 나오고 정말 때려치고 싶었지만 이 악물고 재수할때 3등급까지 올려서
대학 붙었을때 저 정말 너무 기쁘고, 어려운 결정 해준 부모님한테도 진짜 감사했습니다.
계속 그런거 물어보는게 아무래도 찜찜해서 왜 자꾸 그런걸 묻냐고 했더니
아무래도 네가 그 대학갈 성적은 안됐을텐데 외국인 전형 같은걸로 들어간거 같다고 누나가 얘기를 했고, 엄마도 그랬을지도 모르니까 구남친한테 기죽지(?)말라고 했다는 겁니다.
저 한번도 구남친 앞에서 대학 부심 같은거 부린적 없습니다.
구남친은 서울에 있는 대학의 지방 캠퍼스를 나왔습니다. 본교는 꽤 높은 클라스구요.
한번도 구남친이 저보다 학벌이 떨어진다거나, 제가 더 잘났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런 소리를 했다는 것에 도대체 무슨 컴플렉스가 있길래 그런 소릴 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데이트 끝나갈 무렵에 구남친 어머니가 전화 오셔서는 궁합을 봐야겠다며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어보셨고, 태어난 시간을 제가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넌 뭐 그렇게 모르는게 많니? 라고 하시더라구요.;; 왜 그걸 알아야 합니까 도대체??
그렇게 찜찜하게 전화 끊고 구남친한테도 불만이 쌓인 상태로 주말에는 헤어졌는데
어제 구남친이 실은 월요일이 자기 누나 생일이었다면서 축하 전화 한통만 하라길래
아니 이미 지난 생일을 뭐 축하 전화까지 할일이 뭔가 싶어서 갸우뚱거렸죠.
그리고 제가 이 전에 들은적이 한번도 없는걸 무슨 수로 제때 축하하나요.
그래서 그건 네가 말을 안해서 그런건데 내가 불편하게 다 지난 마당에 축하전화는 좀 아니다 했는데, 제가 그러면 자기 누나가 배운게 없어서 그렇다면서 흉본다고 하는겁니다.
뭔소린가 했더니 제가 검정고시출신이고, 사실 그다지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배운게 없어서 이제 곧 결혼할 집에 손윗사람한테 생일 축하 전화도 안하는거라며
가르칠게 그렇게 많은 애를 데려다가 꼭 결혼을 해야 겠느냐는 소릴 누나가 했다는겁니다.
저 그말 듣고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구남친의 행동에서도 어쩌면 그놈의 검정고시출신이라는 것과 연관지어서
저를 깔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구요. 정규교과과정 다 밟고 나온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건지 잘 모르겠네요. 검정고시 출신 무시할 수 있을 만큼요.
그래서 너네 누나한테도, 너한테도, 너네 엄마한테도 이런 말 들을 이유가 없다고 하고 일어났고 결혼은 하지 않을거고, 아니 사실은 너랑도 지금 이순간부터 끝이라고 하고 돌아섰습니다.
검정고시 출신인게 그렇게 큰 흠인가요?
그래도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잔데 제가 제 인생에서 내렸던 큰 결정을 존중해주지는 못할 망정 까내리기 바쁜 광경을 보니까 앞으로도 누구도 만나고 싶지도, 결혼은 더더욱이 더 싫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