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은 알다시피 랩라인이 워낙 안정적이고 개성있는 그룹이지.
그에 비해 보컬라인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는 것도 관심 있는 사람은 대부분 알거고.
지니 어워즈에서의 콜라보 '위돈 톡 애니모어'는 정국의 보이스컬러, 호흡 조절, 안정감 같은
정국의 보컬 매력이 십분 드러나는 굉장히 좋은 무대였다고 생각해.
음악 전공자 출신에다 스킬까지 훌륭한 찰리 푸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그런데 '페이크 러브' 무대는 실제로 아쉬웠지.
방탄 보컬들 뿐만 아니라
찰리 푸스를 포함해서 그 무대에 있는 모두가 아쉬울 정도로
편곡적으로 너무 정직하게 짜여진 무대였다 생각해.
보컬 신 정도나 되야 화음과 화려한 스킬로 단조로운 편곡 구성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였달까?
많이들 얘기하는 것처럼 백프로 컨디션 난조도, 음향 실수도 일단은 아니었다 생각해.
말하자면 구성의 단조로움이 방탄의 보컬 라인이 지닌 어떤 약점을 드러냈다고나 할까...
방탄의 보컬은 모두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정국을 빼고는 다들 기복이 좀 있다는 점은 아마 맞을거야.
지민이는 연약하고 감정적인, 아주 특별한 보이스톤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목소리 자체가 얇고 성대가 잘 상하면서 고음에서 곧잘 뒤집어지기 쉬운 톤이고
뷔는 호소력 짙고 약간 관능적인, 아이돌 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레어한 목소리지.
싱귤래리티나 네시처럼 자기 음역대랑 찰떡인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거의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휘어잡는걸 볼수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본적으로 방탄 곡들은 뷔 자신의 음역대와는 거의 맞지 않지.
진은 감정 처리나 기교 부분에서 좀 미숙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진 보컬의 진가는 큰 공연장에서 빛을 발한다고 할까.
방탄 공연 도중 짱짱하고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공연장 저 끝까지 직선으로 꽂히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그건 십중팔구 진 목소리야.
그리고 생긴것과 달리 스태미너가 엄청나서 (아마 죽어라 운동하기 때문이겠지),
공연이 진행될수록 반비례해 목소리는 더 짱짱해지는 보기드문 보컬임.
그래,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 바닥이니까 단점이 거의 안보이는 월등히 잘하는 보컬은 있겠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완벽한 보컬은 아마 없을거고
대부분 한 부분이 좋으면 이건 좀 아쉽고, 그래서
아마 가수 본인은 데뷔 후에도 끝없이 스스로를 단련하고 고민하는 과정에 놓이는 거라 생각해.
그런 고민은 아마 아티스트라면 재능의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지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함' 같은걸꺼야.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건
보컬라인이 가진 각각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숨도 쉬기 어려운 격한 안무에 여자 키만큼 높은 음역대의 노래들로 가득찬 방탄 곡들을,
이제껏 립싱크한 무대를 왠만해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들은 맨 몸으로 부딪혀 죽을만큼 열심히 소화해왔다는 거야.
간혹 이번처럼 말이 나오는 무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별 문제없이 격한 안무와 병행해
훌륭한 퍼포먼스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야.
이건 그냥 운좋게 그동안은 넘어갔다고 하기보다는
이들이 얼마나 매 무대 스스로의 한계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죽도록 노력해왔는지
노력의 증거라고 봐야 한다 생각해.
물론, 회사가 좀더 전문적으로 보컬들의 성대를 관리하고
안정감있게 들리게 하는 스킬을 관리해줘야 할 필요도 느껴.
하지만, 청중이 감동을 느끼는 지점은
완벽한 관리와 그에 따른 결점없는 보컬이 아니라
멈추지않고 노력하고, 또 그만큼 성장한 결과를 눈으로 보여주는
과정의 아름다움에도 존재한다 생각해.
일단 데뷔만 하면, 그뒤엔 하나도 성장하지 않고 답보상태인 가수들도 꽤 있어.
근데 방탄 초창기 무대들을 한번 봐봐.
보컬 라인들 중 그때와 똑같은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할 만큼
하나같이 전부 성장한 걸 느낄수 있을거야.
가수의 결점은
머글보다는 팬이
팬 보다는 그 자신 스스로가 가장 정확히, 그것도 뼈저리게 알고 있을거라 생각해.
스스로 먼저 자책하고
변하려고 하고
말로만이 아니라 게으름 부리지 않고 실제로 죽도록 노력하는 방탄이라는 걸 알기때문에
나는 이런 사람들에겐
채찍같은 말보다
가만히 지켜봐 주는게 훨씬 큰 자극이 될거라 생각하는,
그냥.... 그런 흔한 아미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