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영정 속 그의 얼굴은 너무도 해맑다. 어딘가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옆 모습에서 삶에 대한 공포는 찾을 길 없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극심한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유서와 오빠의 증언에 따르면 그 우울증은 다름아닌 영화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22일 오후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이은주의 빈소에는 밤 늦게까지 영화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절친한 친구인 가수 바다는 피붙이처럼 상주와 함께 빈소를 지켰고, 김소연 강성연 등 또래에서부터 안성기 박중훈 전인권 등의 대선배들도 잇따라 찾았다. 영화계와 연예계에서 보낸 조화는 빈소를 에워쌌다. 그러나 현장은 정막 그 자체였다. 간간이 이은주 모친의 오열과 문상객들의 짧은 울음이 들려나올 뿐 장례식장의 공기는 착 가라앉은 채 숨 쉬는 소리만이 들릴 정도였다. 정상을 향해 질주하던 스물다섯 꽃다운 여배우의 자살이 도저히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주홍글씨'의 파트너 한석규와 '번지 점프를 하다'의 이병헌은 거의 말이 없이 2시간 가량을 머물렀고, 배우 설경구는 새벽 1시 40분께 도착,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빈소를 찾은 사람들은 알려진 자살의 원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믿으려하지 않았다. '주홍글씨'는 전국 150만명을 모았고, 이은주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성인 연기자로 다시금 거듭났다. 또한 그는 이후 신규 cf도 계약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연말 청룡영화제 무대에서 자신이 '주홍글씨'에서 보여줬던 재즈공연을 즐겁게 재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빈소를 찾은 한 영화인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정기적으로 정신과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고민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 때에 따라서는 시간이 오래 흘러도 작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 너무 무관심하다." 이은주는 지난달 말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를 찾아 우울증 상담을 한 바 있다. 또 그의 오빠는 "'주홍글씨'에서의 노출연기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경찰에 밝혔다. 이 영화인은 이어 "아마도 본인은 주변에 나름의 사인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그만큼 둔감하다는 것"이라면서 "물론 죽음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겠지만 최소한 영화에 관한 부분은 손을 쓸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매니저와 가족들은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 대해 "아직 보지 못했다"는 말로 함구했다. 그러나 유족과의 상의를 거쳐 영화인을 대표로 약식 기자회견을 연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는 자살의 이유에 대해 "직업에 대한 고민의 강도가 다른 연기자에 비해 강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은주를 잘 아는 이들은 "그애가 얼마나 당찬데 영화 때문에 죽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황상 이은주의 죽음과 영화는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그렇다면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다. 적어도 제2, 제3의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하지 않을까. 새삼 연예계의 화려함이 씁쓸해지는 안타까운 죽음이다.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