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곧 수능을 앞둔 고3입니다. 공부도 안 하고 이렇게 판에 글이나 올리냐,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복잡한 머리로 공부 해도 머릿속에 안 들어올 것 같아서 이렇게 여기에나마 털어놓습니다.
저는 어릴 때 제가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꿈도 확고했고, 열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 자신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커가다보니 세상은 그게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전 음악, 국악이라는 제 꿈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5년에 걸쳐 부모님과 싸웠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의견을 굽히지 않으셨고, 언젠가는 이해해 주시겠지 하며 계속 설득하던 전 결국 꿈을 접는 걸 택했습니다. 물론 제가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국악 전공을 하는 친구들 연습시간에 몰래 밖에서 소리를 들으며 손짓으로 따라했고, 유튜브 일시정지와 시작을 누르며 소리 하나하나를 들으며 외웠습니다. 동아리 활동은 무조건 국악으로 했고, 동아리 선생님께 최대한 많이 배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손에 물집이 잡혀도 연습을 쉬지 않았고, 공연도 여러곳 다녔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놓은 건 또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전 꿈이 있었기에, 제 꿈이 있기에, 국악하는 사람들이 무시받는 걸 원치 않았기에 더욱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반에서 1~3등은 계속 유지했고 돈이 없었기에 폐지창고에서 문제집 주워서 공부했습니다. 물론 음악이란 게 돈이 많이 든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생각도 했습니다. 아, 그냥 접을까. 우리 집에서 나를 케어해 줄 돈이 있긴 할까. 부모님께 폐만 끼치는 걸까, 하면서요. 그래도 그럴수록 더욱 열정을 가졌습니다.
'열정은 돈을 이긴다.'
언젠가 본 이 글귀 하나만을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글귀는 역시 그저 글귀더군요. 결국 현실에 전 순응하고 공부에만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핑계라고 욕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렇게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아직까지도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꾹 참고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아버지께서 사고를 당하셔서 큰 수술을 하시고,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동생이 학교폭력을 일으키고, 집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 일을 못하게 되자 돈은 더욱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살아가는 걸까. 난 왜 공부를 했던 걸까. 제가 왜 공부를 했는지, 뭐 때문에 이렇게 대학을 가려고 하는지, 진짜 모르겠더군요. 흔히들 말하는 수험 스트레스가 오고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오니까 제가 왜 이 펜을 쥐고 있는지 심란해졌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꾹 참고 열심히 했습니다. 머리에 안 들어와도 억지로 쑤셔넣었습니다. 남들 다 수험생 선물 받을 때, 들어오는 선물 하나 없고 신경써주는 부모 하나 없어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수능날에는 좀 다를 줄 알았습니다.
수능날에 부모님께서 못오신다군요. 동생 학폭위 때문에. 그새 또 동생이 사고를 친 겁니다. 어머니께서는 휴직을 내야 쉴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휴직을 제 수능이 아닌 동생 학폭위 가는데 쓰고, 아버지께서도 오실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냥, 그 작은게 그냥 너무 서럽더군요. 그동안 고생한 제가 아닌 왜 사고친 동생에게 가는 건지. 물론 머리로는 이해 합니다. 그래도 가슴으로는, 정말 너무 서럽더군요. 다른 친구들 다 부모님 배웅 받고, 교문 앞에서 부모님 얼굴 보고 들어갈 때 전 혼자서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저처럼 혼자 가는 사람들 있겠죠. 그래도, 인생에서 정말 큰 시험인데 혼자라는 그 상황이 너무 싫더군요. 이 수능을 위해 그동안 달려온건데 전 누구랑 같이 달려온 걸까요? 돈이 없어서 원서도 몇 못씁니다. 제가 가고 싶은 대학? 못씁니다. 그저 등록금 싸고, 국립대인 곳으로 써야 합니다. 부모님 힘든 거 저도 다 압니다. 그래도, 저도 힘들다고 말 하고 싶은데 말 못하는 그 상황이 저도 힘듭니다. 정말,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능날 망쳐버리는 생각도 자꾸 들고 왜 살아왔는지 회의감도 듭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해 이렇게 판에 끄적여보네요. 혹시 누군가 제 글을 읽으셨다면 이렇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 글은 누군가와 함께 읽어 내려가네요. 감사합니다. 모든 수험생들 수능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