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혁필의 방은 여전히 눅눅하고 침침했다. 혁필은 작은 상을 펴 놓고, 책들을 그 옆에 놓았다. 그리고 작은 스탠드를 켜고는 자신이 스스로 봉인했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메피스토펠레스 “관능과 향락을 맛볼 수 있습니다.
코는 향긋한 냄새가 날 것이고, 혀에는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분은 황홀해 집니다.”
방은 조용했다. 그의 책 읽는 소리만이 환청처럼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메피스토펠레스 “모든 속박을 끊고 자유롭게...
인생이 어떤것인지 체험하기 위해서...”
파우스트 “그대신 나는 뭘 해주면 좋겠는가?”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서 내가 당신께 봉사할 의무를 지고,
끊임없이 쉬지 않고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승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당신은 내 심부름을 해 주십시오.”
파우스트 “저승같은 것을 나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네.
나는 그런것들을 알고 싶지도 않네.”
메피스토펠레스 “그렇다면 과감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계약을 하십시오.”
파우스트 “그럼, 악수하자.”
메피스토펠레스 “다만 한가지. 만약을 위해서 두어줄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파우스트 “증서도 필요한가?”
메피스토펠레스 “피야말로 특별한 액체니까요.”
파우스트 “내가 이 계약을 깨뜨릴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전력을 다 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혁필은 책을 덮고 그대로 드러누워 생각에 잠겼다. 방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생각에 잠겨서 누워 있었다.
“악마… 그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아니면… 무성인가…? 내가 왜 이런 의문을 갖는거지…?”
그러다 혁필은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고 갑자기 일어나서 책 한권을 들고, 옷을 입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