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의식 과잉이라는 말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정확한 학술적 의미는 모르지만,
소위 말하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그래서 특별한 행동을 연출하기도 하고,
자아에 대한 의식이 강해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심리라고 알고있어요.
(나무위키 참고) (틀렸다면 알려주세요)
누구나 ‘자의식 과잉’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구요. 지금 생각하면 흑역사지만...
하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치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자의식 과잉이란게.
지금부터 쓰는 글은, 어디에라도 아픈 기억을 털어놓고, 오랜시간 저를 괴롭혀온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벗어나기 위한 넋두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고딩시절, ‘자의식 과잉’ 같았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편의상 A라고 할게요.
지금은 물론 인연을 끊었구요.
이 친구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데에 요즘 나오는 ‘자의식 과잉’ 이라는 단어가 딱 맞더라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이비에 빠진 사람같았어요.
그리고 전 이친구 때문에 정신적으로 미칠 것 같았고,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구요.
처음부터 사이비같고, 그렇진 않았습니다. 그냥 성격이 좀 나쁜의미로 독특한 아이였어요.
본론을 위해 잠시 성격을 설명하자면,
잘난 척이 강함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았음. 근데 그걸 스스로 잘 드러냄)
남자들의 관심에 민감함.
(자신이 맘에 들면 여친있던 남자에게도 대시하고 양다리 걸치게 만듦. 그리고 피해자 코스프레)
타인의 외모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함.
(친구들의 몸매나 외모에 대해 은근슬쩍 깎아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기를 높임)
말을 조심성 없이 함.
친구들을 자기보다 아래로 봄.
스스로가 타인보다 높은 존재라고 인식함. (이게 진짜 중요함)
잘못해도 절대 사과할 줄 모름.
(자기는 남에게 작은 거 하나라도 사과 받아내려고 하지만, 자기는 정작 사과를 잘 안함)
상처 엄청 잘 받는 성격인데, 정작 본인도 남에게 상처를 쉽게 줌.
타인을 교묘히 깎아내리고 후려치며, 자신을 올려치기함.
(누가보면 선행과 배려는 자기 혼자 다하는 줄, 사람을 개념없고 생각없는 사람처럼 만드는 말투)
자신이 잘난 것은 크게 드러냄.
가진 것에 대한 과장이 심함. (집이 주택이라 작은 화단과 텃밭이 있는데 그걸 정원이라고 한다던지...누가 들으면 저택인 것 마냥)
적어놓고 보니 진짜 최악이네요.
그리고 가장 저런 성격과 더불어, 스스로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성격을 연출하는 것 같았어요.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여리고 사실은 친구들을 아주 많이 생각하는 사람’
= 평소엔 자주 빈정상하게 만드는 애가, 특별할 때 좀 친구다운, 착해보이는 행동을 합니다.
진심인 것 같긴 한데, 평소에 말이나 좀 까칠하게 하지말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본인이 사실은 친구들을 생각하는 사람이란 걸 스스로 강조하는 느낌이었어요.
‘자기는 친구들이 가끔 귀찮지만, 친구들은 자기를 아주 좋아하고 찾아줘야 함’
= 그래서 약간 남일에 관심 없다는 듯 말을 툭툭 내뱉어요.
근데 그게 시크해보이는 게 아니라, 참 사람 빈정상하게 말을 합니다.
뜬금없이 “그건 네 일이지, 내 일이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말한다던가요.
‘사람들이 알아서 자기를 떠받들어주고, 왕처럼 군림해야하지만 사실은 속은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 나는 친구들에게 막 대하고 장난쳐도 되지만, 친구들은 자기한테 그러면 안됨’
= 그래서 인지 자주 친구나 타인을 자기보다 아래로 보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합니다. 그게 어른이든, 선생님이든, 친구이든.
‘친구들에게 뼈가 되는 충고를 잘하고, 또 그게 멋져보이는 사람. 독설잘하는 사람’
= 가끔 보면 만화에, 말을 좀 시크하게 내뱉고, 인생 교훈 같은 충고잘하는 그런 캐릭터있잖아요.
그런 캐릭터인것 마냥, 가르치듯 지적질하고 자기가 나보다 위인듯 평가질을 할때가 많았어요.
자기 입으로 “나랑 있으면, 솔직히 진짜 배우는 거 많지 않아?” 라고 한 적도 있네요.
장난인 줄 알고 받아주긴 했는데 돌이켜보니 진심으로 한말이더라구요.
백종원 대표같은 인생선배들이 할 법한 독설을, 스스로 독설을 잘한다고 자랑하듯 말하고는 했어요.
왜 저런 애랑 친구를 했는지는, 가끔 보이는 저 친구의 장점이나, 좋았던 기억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 때의 제 성격은 사람 얘기를 제 일처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친구라면 그 친구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나름의 신념 같은게 있었어요.
그걸 지혜롭게 잘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네요 바보같이.
저를 비롯한 제 친구들도 그랬구요.
그때의 저와 제 친구들의 성격은 나름 착하고 무난한 성격이었습니다.
딱히 모나지 않고, 그래서 그 친구가 나쁜 의미로 좀 독특하고, 빈정상하고 기분이 나빠도,
악의가 없겠지, 그래도 장점도 있으니까, 하며 좋게 넘어가려 했던 게 컸어요.
그리고 ‘내가 예민한 건가?’ 하고 스스로의 탓으로 돌렸어요. 그냥 나쁘게 말해 호구같았네요.
지금은 그게 참 후회가 되지만요.
본론을 위해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본론입니다.
A와 1학년을 함께 보내고, 2학년 때는 A는 이과라 반이 갈라졌습니다.
2학년이 되고부터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사이비에 빠진 사람처럼요. (진짜 사이비에 빠진건 아닙니다.)
이과부심도 엄청 부렸죠. 물론 이과 공부 대단하지만 부심부릴 만큼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면서...아무튼.
어느날 원석 목걸이 두 개를 학교에 하고와서 저한테 보여줬습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원석으로 만든 목걸이더라구요. 약간 블루 에메랄드 빛깔이었어요.
목걸이 두 개를 동시에 착용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게 자신의 ‘수호석’ 이라고 했습니다. 이 원석안에 수호석 정령? 영혼같은 것이 있는데,
자기 수호석은 이 ‘아이들’ 이라고 하면서요. 판타지 소설에 나올법한 이야기들을
정말 진지한 얼굴로 푹 빠진 것처럼 이야기하더라구요.
여기까진 뭐 그냥 혼자만의 즐거움인가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B라는 한 친구가 있었는데, 약간 남들이 보지 못한걸 잘 보는, 오컬트적 성향이나 그런 이야기를 자주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주술, 정령, 이런 것들요.
이 친구가 B와 많이 어울리며 이야기를 많이 하더니, 갑자기 아주 이상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개소리지만, 사이비에 빠진 사람마냥 심각할 정도로 A는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1. 자신은, 즉 A는 사실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다.
이 몸 안에 2명의 여신이 깃들어있다. 이름은 ‘칼리’ 와 ‘루카스’. 칼리와 루카스는 하늘에서 쌍둥이 여신이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고, 그 두 여신이 지금 이 육체에 모두 들어와있다. 즉, 자기 안에 두 명의 인격이 있다.
(그냥 자신의 모순적인 성격을 멋대로 합리화하는 것 같음)
2. 자신의 진짜 아버지는 ‘신’ 이다.
아버지 신이 자신을 인간세계에 내려 보낸거다.
이 아버지는 딸인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날 위해서 뭐든지 하는 딸 콤플렉스가 강한 신이다.
그래서 나에게 함부로 하거나 상처를 줬던 인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익을 받거나 안좋은 일을 겪는다. 아버지가 손을 쓴거다.
(이 친구는 친아버지에게 분노와 상처가 많은 친구였습니다.)
3. 인간이란 존재는 그냥 신이 만물을 만들다가 심심해서 만든거다.
그냥 나뭇가지로 장난감 만들듯이 만든거다. (모든 인간이 자기 아래인 것 마냥)
참고로 꽃은 꽃이 아니라 사실은 사람머리다.
사람의 영혼과도 같은게 깃들어있다.
근데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예쁘다며 꺾고, 꽃다발을 만든다. 졸업식 땐 볼만하다, 피투성이로 울부짖는 사람머리들이 곳곳에 보이니까.
4. 자기가 태어나고부터 한국이 발전했다.
아버지 신이 자신을 인간계에 내려보낸 후, 자신을 위해 내가 태어난 나라를 발전시켰다.
(진짜 개소리)
5. 사람에게는 모두다 자신만의 ‘수호석 컬러’가 있다.
그리고 자신은 수호석 컬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컬러가 보인다. 단, 상처가 너무 많은 사람은 컬러가 보이지 않는다.
(진짜 개소리...이걸로 사람을 엄청 괴롭혔습니다.)
6. 신계에 살던 시절 내 원래 눈동자는 블루 에메랄드 였다. 지구도 사실은 내 눈동자나 다름없다.
= 그 뒤로 원래 자신을 찾겠다며 파란색, 초록색 컬러렌즈를 사서 끼더라구요.
그 렌즈 하고 같이 놀러나간 날, “사람들이 자꾸 나 쳐다봐. 눈동자 보고 외국인인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놀라는거봐.” 라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사람들이 착각할 정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전혀요.
7. 인간은 너무 많은 죄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걸 모른다. 신들은 너무나 많이 참고 있고,
언젠가 거대한 물길로 이 세계를 쓸어버릴 것이다.
= 자신이 아주 많이 참고 있다는 듯, 지금 인간들을 많이 봐주는 거라며 말했습니다.
자기가 친구들보다 위 인것 마냥, 자신을 더는 화나게 하지 말라며, 더 자신을 실망시키면 이 세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듯, 뭔가 힘이라고 가진 것 마냥 개소리를 해댔어요.
성경에 나올법한 얘기를 자기 얘기처럼 하더라구요.
8. ‘칼리’ 와 ‘루카스’ 는 쌍둥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칼리는 잔인하고 냉혹한 성격, 하지만 동생인 루카스만은 정말 사랑하며, 루카스는 칼리보다는 따뜻하고 다정하다.
칼리는 어둠의 여신, 루카스는 빛의 여신이다.
우리는 하늘의 왕좌에 오를 여신이었다.
루카스는 다정하니까 실망시켜도 몇 번은 봐주지만, 칼리는 냉혹하므로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 칼리 인격이 자기에게서 나올 땐 조심해야한다. (개소리)
= 혼자서 왔다갔다 두 인격을 연기했어요.
세상 잔인한 사람처럼 굴다가 갑자기 혼자서 막 다정하게 굴다가. 가
끔 다른 존재도 접신하듯, “칼리님의 전언이십니다” 이런 글로 시작하는 이상한 손편지도 주고 그랬어요.
9. 칼리와 루카스는 둘다 자기 자신이다. 둘다 자신의 인격이다.
둘은 하늘에 있을 때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의상의 여신이기도 했다. 중세 유럽때 입던 화려한 드레스가 자신이 하늘에서 입던 옷과 비슷하다.
그리고 하늘의 피어있는 피의 꽃이었다.
=쓰면서도 괴롭네요. 중2병스러운 저런 말을 옮기는게....천화혈이라나 뭐라나.
10.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자신이 뭐라도 된 듯 두 분을 평가함
제가 고2때, 두 전 대통령께서 짧은 사이에 서거하셨습니다.
그때 학교에서도 많이 놀랐고,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던 때가 생각이 나요.
그 때 A가 블로그에 글을 썼습니다.
(A와 저, 친구들은 그때 블로그를 많이 했어요. 서로이웃으로 서로만 보는 글을 많이 썼습니다.)
‘인간들은 사후에 어디로갈지 재판과 평가를 받는데, 두 분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시니 특별히 이 ‘칼리’와 ‘루카스’가 힘을 써볼게요. 아버지(신)께 말씀드려서 좋은 곳으로 가게끔 해볼게요. ‘
라고 하더니,
‘당신들은 합격입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애도할 정도면 충분히 좋은 곳으로 가실 자격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합격입니다.’
라고 썼던 걸 봤습니다.
치기어린 행동으로 보기엔, 건방지고 무례한 A의 성격을 알기에 이건 지금봐도 화가 나네요.
자신이 정말 뭐라도 된 거라고 믿고 자신의 이상한 판타지에 저 일들을 이용한 것 같아서요.
11. ‘강동원’ 이 자신의 미래의 남편이 될 거라고 말함.
영화 ‘의형제’ 를 보고난 후였어요.
얼굴도 피지컬도 이미지도 완벽에 가까운 배우 강동원씨에게 A가 푹 빠졌고,
강동원 또한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라고 개소리를 시전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렇게 모든게 완벽하다구요.
하지만 기억을 잃었고, 몇 년안에 자신을 만나 결혼할 운명이라고 말했어요.
강동원과 만날 루트, 결혼해서 살 집 등을 그려서 보여주고 장난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망상에 빠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불편했네요.
(강동원씨가 안보시겠지만 미리 죄송합니다)
12. 자신이 진짜 ‘신’ 인 것처럼 친구들을 아래로 봄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서로에게 너는 내 ‘농노’ 라면서 놀던 때가 있었는데,
A도 어느샌가 자기를 뺀 나머지 친구들을 농노라고 부르더라구요.
근데 그게 장난이 아니라, 진짜 친구들을 아래로 보는 뉘앙스였어요.
농노1, 농노2, 농노3 이런식으로 부르고, 친구 한명이 A를 업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너는 내 ‘마차’ 라고 불렀어요. 위에서 사람을 손가락으로 부리듯 하는 느낌.
보통 친구들끼리 하는 장난과는 다르게, 같은 말도 왠지 참 기분이 나빴습니다.
하지만 그냥 내가 예민한 걸까, 스스로를 탓하며 웃으며 넘기려고 했어요.
한 1년가까이 했던 A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간추렸지만, 다 못쓴 얘기도 많네요.
A 때문에, 한해가 너무나 힘들었어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자기만의 세계관에 빠져서, 사이비에 빠진 것 마냥 단단한 믿음을 가졌던 A는 자신이 진짜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고 친구들을 대했어요.
자기 허공에다 대고 귀신과 대화하듯 말을 하기도 했구요.
자꾸 신, 오컬트 같은 이야기를 저한테 하고, 저는 딱히 뭐라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저를 자기 세계관을 털어놓기 위한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보는 것 같았어요.
점점 A가 저에게 말을 걸때마다 또, 그런 얘기 하려나 싶어서 불편해졌어요.
가장 힘들었던 것이 수호석. 자기 맘대로 제 생일도 아닌데 원석 목걸이를 선물해주더라구요.
이 안에 든 수호석의 영혼? 정령이 널 지켜줄거라면서, 핑크색 원석 목걸이를 줬는데, 목걸이는 이쁘지만 뭔가 불편했어요.
혼자서 망상에 빠져있는 건 상관없는데, 그걸 저한테까지 주입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 뒤로 사람을 엄청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자기 얘기를 믿든 안믿는 네 자유라고 해놓고서, 어느날 오더니 다시 목걸이를 내놓으래요.
영문을 모르고 다시 줬더니, 갑자기 그뒤로 사람을 무시하듯 차갑게 대하더라구요.
정말 스트레스였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화난게 있는듯 그렇게 대한다는게 서럽고, 겁이나고 무서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알고보니 수호석 때문이래요
네 수호석 안에 있는 영혼이 다쳤다. 네가 잘 관리를 못해서 그 아이가 다쳤다.
내가 특별히 인간인 너를 아껴서 선물한 건데 너는 내 마음을 무시하고 그 정령이 다치게 했다, 실망이다, 인연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
라며 그깟 돌덩어리 하나에 인연을 끊을 정도로 얘한텐 우정이 그렇게 가벼운가...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사람을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마냥 넌 실격이다, 실망이다 이런 말들로 몰아세웠어요.
개소린데 무시하면 되지 않냐,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땐 이게 뭐가 뭔지 그냥 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이왕이면 친구랑은 잘지내고 싶어해서 많이 맞춰주는 성격인데, 혼자서 단단한 믿음에 빠져있는 A를 대체 어떻게 대해야할지, 어디부터 풀어나가야할지 몰랐어요.
그때 인연을 끊지 않은게 참 후회가 돼요.
더구나 자책을 좀 심하게 하는 성격인지라, 그냥 ‘내가 다 잘못한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너무 사람을 몰아붙였으니까요.
그 뒤로 A는 걸핏하면 편지로, 혹은 말이나 블로그 글로 저를 압박했습니다.
저는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그냥 친구사이에 서운했던 일을 인간이 신인 자신을 실망시켰다며 과하게 반응했어요.
“난 인간을 믿고 마음을 줬는데 어떻게 인간들은 이기적이고 이렇게 신을 실망시키는 거야?”
“언젠가 내가 아버지와 함께 인간세상을 다 쓸어버리더라도, 너희들은 살려서 내 성으로 데려가려고 했어. 근데 끝까지 인간은 날 실망시키는 구나.”
라면서요.
내가 뭘 잘못했냐, 그만좀 해라 고 말하고 싶어도, 그러면 또 “인간은 자기 잘못을 모른다” 며 망상에 빠져서 떠들어댈게 뻔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사이비에 단단히 빠진 사람처럼 상식과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자꾸 사람을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사람, 실격인 사람, 아주 죽을 죄를 지은 사람처럼 몰아가는 것 같았어요.
저희 학교가 휴대폰이 금지라 그때 손편지를 친구들끼리 자주 썼는데, A가 편지를 줄 땐 또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무슨 말로 사람을 지치게할까? 겁이 났습니다.
어느순간 저도 서서히 세뇌가 되는 것 같았고, 자존감도 낮아졌습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A의 이야기는 그냥 망상정도로 치부하려해도, A의 말에 자꾸 압박감을 느꼈고, 친구로서 ‘실망’, ‘실격’, ‘인연을 끊을 수도 있다’ 라는 말들이 듣기 싫어서 그 말을 안하게끔 맞춰주기 시작했어요.
그냥 A입에서 나올 말들이 무서워서 맞춰주고 들어주고 적당히 동조해주다보니, 어느새 저도 이상해진 것 같았습니다. 진짜 신이 있는건가? 하고요.
수호석 돌을 붙잡고, 또 사람을 들들볶을까봐 있지도 않은 정령인지 뭔지와 대화하려고 하고,
언제 또 내게 ‘실망’ ‘실격’ 같은 말을 할까 무서워 오늘 하루 내가 친구들에게 뭐 실수한거 없나 혼자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또 검열하고. 어느새 나 자신을 죄책감에 몰아붙이고 있었습니다.
멀쩡한데 사이비에 왜 빠질까, 이러다보면 빠지는구나, 저는 사람이 왜 사이비에 빠지는지 이해될것 같았어요.
정신적으로 압박을 주고, 몰아가고, 죄책감을 심으면서 서서히 정신적으로 장악을 하면, 평범한 사람도 그렇게 만들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그 뒤로 A와 저 사이에 여러 일이 있었고, 저는 점점 더 정신적으로 벼랑 끝까지 몰려, A와 그 A의 망상같은 이야기에서 모두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자살까지 생각했어요. 미칠 것 같아서요.
정말 그만했음 좋겠고 다 무서웠습니다. 그냥 다 무서웠어요. 근데 친구 한명과 불편해지면 다른 친구들과도 멀어질까봐, 선을 긋고 A와 멀어질 생각을 못했어요.
고3이 돼서야, 강동원 얘기로 넘어가면서 A의 개소리는 점점 줄었고, 대학에 가고나서는 자기도 현타가 왔는지 일절 없었던 일처럼 말도 안꺼내더라구요. 그렇게 저도 저를 괴롭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A의 저런 언행은 저한테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 외에 몇 명의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대했어요. 그리고 A가 그 시절 망상에 빠져서 했던 그 언행들로 인해, 5년전 저를 비롯한 친구들 C, D 는 A와 인연을 끊었습니다.
A가 다른 친구 C에게 ‘난 널 자살하게 만들 수도 있다’ 라고 했었거든요.
당시 C와 제가 잠시 사이가 멀어져있었고 저도 C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기였던지라, A가 마치 저를 위해 총대메듯이 블로그에 C를 저격한 글을 썼고, 그 글에서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다’ 는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그만큼 타인을 몰아붙일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다. 인간인 너희들은 나의 강함을 모른다, 뭐 이런 뉘앙스로요. (지금은 C, D가 저의 제일 친한친구입니다.)
C는 할 말도 당당히 지혜롭게 잘하는 친구라, 바로 A에게 따졌고, 저에게 한 것처럼 그런 말들이 통할거라 생각한 A는 C의 반응에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은 사과를 대충하고, C도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C 또한 저처럼 가슴 깊이 상처로 남았습니다.
저와 A,C,D 는 대학을 가서도 우정을 유지했지만, 여전히 사람을 상처주듯이, 빈정상하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난 A는 몇 번이나 저희를 기분나쁘고 거슬리게 했고, 어느새 그게 참다가 터졌습니다.
거기다 C는 고2때 자살하게 만들겠다는 그 말이 여전히 마음깊이 남아 다시 얘길 꺼냈지만, 대충 피하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A의 태도와 그간의 모든 언행에 질려버린 저희는 그렇게 A와 인연을 끊었습니다.
압니다. 제 스스로가 바보같았던거.
친구나 타인의 얘기를 좀 깊이 공감하면서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걸 지혜롭게 잘하지 못해서, 바보같이 들을 얘기, 무시할 얘기 분간도 못해서, 그냥 내가 다 바보같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제 탓도 분명히 있어요.
그땐 우정이 너무나 중요하고, 이왕이면 친구 모두와 잘 지냈음 해서, 괴롭고 힘들어도 이제부터 잘지내면 된다고, 그래서 좋은 친구 나쁜친구를 가리기보다는, 친구와 멀어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해서 더욱 선을 긋지 못했습니다.
A는 친구들 중에 표현은 싸가지없게 하지만 저를 가장 좋아했다고 다른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그렇겠죠. 가족 얘기든, 어떤 얘기든 그 어떤 고민도 잘 들어줬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더 그런 망상을 털어놓고 했겠죠.
저는 저를 가장 가깝게 생각하고 많은 비밀을 털어놓는 A가 날 친한친구로 생각해주는구나 하는 작은 감동도 있었지만 마음 한켠이 불편했어요.
내가 제일 친한친구로 너를 여기니까, 내 얘기를 다 들어달라고, 족쇄를 씌우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A와의 기억은, 지금, 자기 전 생각나면 괴롭고 눈물나서 잠들지 못할만큼 깊은 트라우마입니다.
A가 던진 말과, 압박감과 사람을 아래로 보던 그 아만에 크게 상처받고 또 그게 가슴깊이 남아있어요.
이상한 걸 눈치챘을 때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지켰어야하는데 그렇게 못했다는 억울함과 나에대한 미안함, 혐오감도 트라우마가 되어 일상 중에서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자꾸 저를 괴롭혀요.
C, D 와 만나 그 때 얘기를 자주 합니다. 저희끼린 아주 잘맞고 사이도 좋아요.
그래서 그 때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왜 그때 뭐가 씌어서 걔랑 친구를 했을까?
하며 안주거리처럼 얘기해요.
러면서도 그 기억에 괴로워하는 저에게 C,D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냥 우리가 걔를 너무 많이 이해하려 하고 선을 긋지 못했다고 위로해줍니다.
저를 괴롭혔던 사람과, 또 그 기억과 마주하고 털어내기 위해, 처음으로 글로 옮겨봅니다.
이 기억을 털어놨을 때, 힘들었던 저를 위로해준 사람도 많지만, 누군가는 그러더라구요.
그건 A가 문제가 아니라, 그 얘기 다 들어준 친구들이 ‘병신’인 거라고. 자기라면 그런 거 절대 곱게 안들어준다고요. (‘병신’ 표현 죄송합니다. 들은 그대로 옮긴거예요)
그 뒤로 누군가에겐 털어놓지 못하겠습니다. 모두에게 위로와 이해를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바보였던거 저도 인정하지만, 다 제 잘못이라고 하기엔 저도 억울하고, 괴로우니까요.
여기에 이렇게 털어놓고, 저도 이제 트라우마와 자신에 대한 미움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