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저보고 예민하다고 하는 댓글들이 많아 욱하는 마음에 이래도? 하는 마음에 추가도 썼네요. ㅎㅎ 끝까지 닭다리가지고 그런다고 하는 분들에겐 더 할말은 없는거 같고요.
댓글들 읽다보니 그래도 아이 먹을걸 뺏어먹냐 하는데 구차한 변명까지도 하게 되네요. ㅎㅎ 찜닭은 닭다리가 10개라 큰애 3개 작은애 둘은 2개씩 배분해주어 남은거 먹었어요. 또 잠깐 방에 있던게 아니라 한참 있었냐길래 혹시 기다린다고 못 드실까봐 음식하느라 벗어뒀던 가디건 입고 머리만 다시 묶고 나갔어요.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먹고 있었지만요.
그리고 쓰진 않았는데 남편은 우리집 오면 아빠한테 잡혀 장기 두고 텃밭 구경하고 그런다지만 어쨌든 손하나 까딱안하고 잘먹기만 해도 예쁨받는 사위잖아요. 부모님께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우리집은 딸만 있고 언니네는 해외파견나가 살고 있어서 귀한 사위라고 엄청 잘해주세요. 그러면서 지네집가서 안챙기는게 너무 짜증났어요.
암튼 어제 목요일에 뜻밖의 사건이 생겼어요. 글은 좀 길어질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이 토요일에 언니네가 있는 곳으로 2주동안 여행가세요. 낮에 전화와서 여행준비로 잊고 있었는데 우리아이 크리스마스 선물 사줘야한다고 어떡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침 제가 금요일부터 신정까지 휴가라 처리해놓고 갈일이 늦어질것 같아서 그럼 아이 하원시켜 선물사고 집에 가서 계시라고 했어요. 그리고 남편한테 연락해서 부모님께서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 사주러 들리신다고 같이 저녁먹을거냐고 연락하니 친한 팀원들끼리 간단하게 송년회 겸 한잔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부모님께 우리끼리만 저녁먹으면 되겠다고 하니 준비해놓을테니 집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제가 좋아하는 회에 산낙지, 소라, 개불, 멍게, 해삼, 전복, 가리비까지 사놓고 기다리시더라고요. 친정집은 다 해산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수산시장에 대놓고 먹는집이 있어요. 전화해서 준비해달라고 해서 포장해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집 식구들은 날거를 안좋아해요. 생선탕이나 찌게 구이는 먹는데 회종류를 안먹어요. 고기 좋아하죠. 그래서 남편이 친정집에 오면 거의 한우 먹으러 가고 가끔 중국집이나 한정식집 가요.
집에와서 옷벗고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남편이 왔어요. 회식하고 온다더니 왜왔냐고 하니까 친한사람들끼리만 모이려고 했는데 알려져서 이사람 저사람 낀다고 하길래 장인어른 장모님 오신다니 그냥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배고프다고 식탁을 보는데 자기가 안좋아하는것만 있으니 당황한 눈치더라고요. 엄마는 ㅇ서방 먹을게 없어서 어떡하냐고 뭐라도 만들어주냐고 막 하시고 아빠는 뭘 물어보냐고 빨리 냉장고 보라고 하고 난리가 난거에요.
남편이 손씻으러 가서 아이 먹이려고 전복죽 만들어 놓으신것도 있고 우럭매운탕 먹으면 된다고 하니 어떻게 그러냐고 하세요. 조용히 괜찮으니 그냥 계시라고 하니 엄마는 뭔가 눈치 채셨는지 가만히 계시며 아빠에게 눈짓 하시더라고요.
남편은 나와서 저 없으니 해산물 파티가 열렸다며 멋쩍게 웃더라고요. 아빠가 "ㅇ서방이 안좋아하니 안먹었지 우린 원래 외식하면 무조건 회먹어" 하니 "그러게요. 저는 다른거 아무거나 괜찮은데 먹을거 없을까요? 연락드리고 올걸 죄송해요" 하고 쭈삣쭈삣 식탁에 앉더라고요.
저는 아빠랑 술한잔하면서 먹고 남편은 다음날 출근이라 전복죽에 매운탕 먹고 애가 놀아달래서 방에 들어갔어요. 부모님이 무슨일 있냐고 해서 아니 그냥 좀 다퉜다고 하고 다먹고 집에 가셨어요. 정리하고 아이 씻기고 재우고서 다음날 쉬니 영화나 보자 싶어서 거실에 있으니 얘기 좀 하자며 옆에 오더라고요.
사실 제가 글쓴거 낮에 알았대요. 회사에서 점심먹다가 어느 직원이 이 얘기를 해서 이슈가 되어 다들 글읽고 논쟁이 벌어졌대요. 근데 거의 자기네집 욕하고 특히 남편이 생각이 없다고들 하는데 얼굴이 달아올라 혼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끝나고 술한잔 하자는 분위기가 되서 저한테 얘기하려는데 제가 먼저 부모님 오신다고 얘기해서 고민하다 안되겠어서 집에 왔다고 하고요. 근데 집에와서 7년동안 한번도 본적 없는 상차림에 더 놀랐고 당황했대요. 여태 본인은 처갓집가서 항상 대접받았는데 생각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네요.
그래도 본인이 스스로 뉘우친다니 다행이다 싶어요. 다음주에 가족여행 가기로 한거 취소할까도 싶었는데 가서 재밌게 놀다와도 되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