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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 11

독백 |2004.02.05 07:16
조회 425 |추천 0

" 자도 돼."
" 응?"
" 피곤하면 자라구."
" 아냐. 넌 운전하는데 다자면 너두 졸리잖아."
" 훗. 그럼 얘기 할래?"
" 무슨 얘기?"
" 그냥 아무거나."
" 그래..."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잠시동안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왜 아무말도 안해?"
" 너두 아무말도 안했잖아."
" 뭐? 그럼 니가 말해야지."
" 그런게 어딨어. 니가 먼저 얘기 하자고 했잖아."
" 푸흡. 푸하하하"

 

녀석의 웃음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왜 웃는거야. 기분 나쁘게...

 

" 너 진짜 곰같다."
" 뭐?"
" 해우가 너한테 왜 곰탱이라고 하는지 알겠다구."
" 왜 그러는데?"
" 너 그럼 아직도 그 이유 몰라?"
" 어? 어..."
" 답답하잖아."
" 그게 무슨소리야."
" 답답하다구. 곰 하는 짓 봤어? 가만 보고 있으면 되게 답답하잖아. 그러니까 미련한 곰이라고
하는거라구."
" 그래서 지금 나보구 답답하고 미련하다는거야?"
" ......."
" 너 해우 사촌이라고 해서 너랑 해우랑 같다고 생각하지마. 해우가 나한테 뭐라 부르건 해우는
내 오랜 친구니까 상관없는거야. 근데 넌, 아니야."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내가 답답하다는 거 알고 있지만... 처음 본 사람... 아니 얼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게 그런말을 하는게 굉장히 기분 나빴다.

 

순간적으로 화를 내버린 나때문에 차안은 서울에 갈 때처럼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살벌하게
까지 느껴지는 차안... 그 적막을 깨는 해우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이해우. 제발 눈 좀 뜨란 말이야. 나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구.

 

그리고 한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했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이 되어 가고 있었고, 해우는 하늘이
가 내린것도 모른채 한없이 잠에 빠져있었다.

 

" 이해우. 일어나."
" 음...냥냥..."
" 집에 다왔어. 일어나."
" 됐어. 들어가."

 

낮에 까지만 해도 조금은 친해진 듯 했었는데 다시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차가운 말투로 돌
아갔다. 조금만 참았더라도 이렇게 까지 어색하고 미안하진 않았을텐데...


나는 둘을 뒤로 하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굳게 잠긴 문. 나는 가방을 뒤졌다. 열쇠가 있을리
없었다. 평소 이렇게 늦게까지 다닐일이 없었기에 열쇠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쯤이면 아빠가 한참 주무시고 계실텐데 벨을 누를 수도 없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해우는 잠에서 덜 깬듯 눈을 감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어 은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을리 만무했다. 난 지금 은별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고개를 돌리자 녀석은 나를 외면하고 해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녀석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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