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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자친구와 바람피웠지만 당당한 남자친구

ㅎㅎ |2018.12.30 18:52
조회 394 |추천 0
장기 휴면 상태이던 판. 읽지도 쓰지도 않던 곳인데 털어놓을 데가 없다보니 답답함을 참지 못해 대나무숲이다 생각하고 글을 쓰게 됐네요.

제 연애사는 좀 복잡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저와 남자친구 아니 이젠 전남자친구인 사람과는 몇년전 썸을 타고 있던 차에 확신이 생기지 않아서 흐지부지 되었었어요.
그 당시 남자친구를 좋아하고 있었던 전여자친구는 저랑 남자친구가 연락을 하고있는 줄 알면서도 그에게 꾸준히 어필을 했고 어쩌다가 둘이 사귀게 되었어요.
그러다 전여자친구가 유학을 가게 되었고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남자친구를 유학생활까지 하며 견뎌내기가 힘이 들었는지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여자쪽에서 헤어지자 통보했나봐요.
그리고 나서 남자친구가 먼저 제게 연락을 시작했고 곧 저와 사귀게 되었죠.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 남자친구의 기분에 따라 저에 대한 그의 태도는 극과 극을 달렸고
마구잡이로 툭툭 내뱉는 폭언에 가까운 말들에 많이도 울었어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그래, 이 사람은 다만 지금 좀 힘들 뿐이야. 나아질거야. 괜찮아질거야.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저 믿었어요.
당시 저도 상황이 좋지 못했음에도 서로 의지하며 나아가면 될거라 생각했으니까요.

힘든 일이 있어도 말을 못했어요. 제 기분이 좋지 않은게 보이면 남자친구의 기분은 그 이상으로 가라앉았거든요.
삶의 의지가 없다고 죽고 싶다고만 말하는 그사람을 끌어 안고 달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그렇게 지옥과 보통을 오가는 날들이 일년 조금 지났을까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죠.
외출 자체를 할 수 없었던 그는 이제 함께 어디론가 여행도 갈 수 있게 되었어요.
역시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길 잘했다 생각했죠.
그때부터 그도 저에게 잘해주려 최선을 다했어요.
정말 잘해줬어요. 이래저래.
물론 함부로 기분나쁜 말을 뱉는건 여전히 가끔 있었지만 그건 정말 한두번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 그냥 넘겨버렸죠. 그래서는 안되었는데.

그러다 또 다시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그가 식어가는게 보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힘들어 하는 자신을 보듬고 편히 쉴 수 있게 만들어준 건 자신도 알지만 그 편함이 자기를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든다고. 그래서 헤어지고 싶다고.
남자친구는 제가 자신을 채찍질 해주길 바랬나 보더라고요.
사실 조금 황당했어요. 무언가를 열심히 해 나가는 건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지 타인이 대신 열정을 불어넣어줘서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저만의 삶의 속도에 만족하고 있었고 그걸 강요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남자친구가 스스로를 비하하며 스트레스를 받아했기에 저라도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늘 괜찮다고 말하며 북돋아주었을 뿐.
긴 대화 끝에 헤어지지는 않고 한달간의 시간을 각자 가져보기로 했어요.
서로 그동안 서로에 관해 생각해보자고.
각자 할 일 열심히 해나가면서.
그 한달 동안 전 그렇게 했어요. 그러면서 마음이 차분해졌고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만약 한달 뒤 헤어질지라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해져갔죠.

그러던 어느 토요일 아침 일찍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어디선가 많이 보던 사람이 걸어가더라고요.
제 남자친구였어요. 전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이더라고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그런 일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당장 무어라 할 것 같았는데 막상 그 상황에 놓이니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기 전에 했던 평소와는 달리 무언가를 숨기며 누군가를 만나고 왔던 그의 행동이 갑자기 떠오르며 화가 났어요.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걸었죠.
따박따박 따졌어요. 아무 말도 없더라고요. 심지어 미안하다는 말 조차도.
그냥 욕을 하라고 했어요.
내가 이런 사람을 여태껏 사귀었구나. 제 자신이 한심해지는 순간이었죠.
차라리, 차라리 한 달이 지나고 깔끔히 헤어지고 사귀던가
그 짧은 시간을 못 견디고 이미 그녀와 만나고 있었던 그가 그렇게 제 좋은 추억마저 진흙탕에 쳐박아 넣은 그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도 없구나, 싶어서.

힘들다고 그사람을 차놓고 이제와 다시 만나는 전여자친구도 우스웠어요.
내가 요양병원인가? 치료될거 다 되니까 이제 다른 사람 찾아 떠나겠다는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 후 마지막으로 만나서 이야기 하던 날도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고요.
이 뻔뻔한 인간은 네가 나를 견뎌준건 고맙지만 전여자친구는 네가 못주는 걸 나에게 준다. 라는 말을 내뱉더라고요. 그것도 뚫린 입이라고.
미래는 생각도 못한 채 죽고싶다는 말만 염불처럼 외우던 사람을 눈물로 범벅된 밤들을 인내해가며 겨우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놨더니 그 미래로 나아가는데 제가 방해가 된다네요.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네가 예전 남자친구들에게 상처받은 과거를 알고있어서 자기가 이렇게 전여자친구를 만나는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라고 하는데, 와 말이나 말 것이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심지어 전여자친구도 알고 만나고 있었다며 미안해한다는 소리를 짓걸이더라고요.
그 전여자친구분은 저에게 현장적발 당한 바로 그 날에도 제 전남자친구와 웨딩드레스 사진을 올리며 꽁냥거리는 뻔뻔스러움을 보여주셨죠.
그런 여자분이 따듯한 일러스트를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괜찮은 동화책을 쓰고, 어린이 교육을 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니 정말 사람이라는건 그 속을 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나봐요.
게다가 제 전남자친구는 저와의 기억까지 미화시켜서 벌써 아련한 추억쯤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더군요.
여전히 그 둘은 잘지내고 있어요.
세상이 참 짜증나게도 남에게 상처 준 사람은 오히려 잘지내네요.

물론 저도 언제나 어른스럽고 좋은 사람은 아니었고 그 역시 참아온 저의 단면들이 있었을거예요 분명. 한쪽만 일방적인 관계는 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가 했던 행동이 합리화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슬프지도 않고 그사람한테 한톨의 미련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허무하네요. 화가 나고.
더이상 사람을 믿기가 힘들 것 같아요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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