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 거 아니긴 한데 그냥 지금 너무 힘들어.
엄마 피아노 강사셨고 친아빠 선생이었는데
엄마아빠 나 애기일 때 이혼하셨고 친아빠가 나 매주 보러오셨었어. 초등학생 땐가 친아빠한테 성폭력 당하고도 그냥 계속 만났었는데 지금은 한 이년째 만나기는 커녕 연락도 안 한다ㅋㅋ 다단계에 빠져서 공무원직 그만 두신 후로 잘 안 풀리나봐.
여기까지는 뭐 다들 한번쯤은 겪어 봤을 일이니까 별 생각 안 들고 힘들지도 않은데 저번주에 우리 엄마 암 판정 받았다. 신장암이래. 유방에도 종양 하나 있고 나 낳고부터 계속 있던 자궁근종도 엄청 커져서 십 몇센치 한다더라.
솔직히 우리 엄마 친아빠랑 결혼 하고나서 까지 아무것도 자기 선택대로 해 본거 없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그냥 이용당하고 억압당하면서 컸어. 과 선택도 대학 선택도 결혼도 정말 다. 이혼이 제일 처음 해 본 선택인데 그 이후로도 할머니 그거 숨기느라 급급하고 쪽팔려하느라 우리 엄마 챙길 시간 없었어.
정말 어렸을 때 목욕탕에 갔다가 목욕탕 아줌마가 이번 주말에 뭐 할거냐고 물었는데 친아빠네 집에 갈 거라고 대답했다가 집에 와서 할머니한테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 초등학생 때 쓴 일기장 보면 나는 잡종이다. 별종이다 하는 말이 자주 쓰였던데 나는 지금 그게 너무 마음아파.
아무튼 어떻게 잘 지내다가 새아빠 만나서 다른 지역으로 나갔어. 할머니랑 안 산다는 게 제일 기뻤는데 새아빠도 만만치 않더라ㅋㅋ 어느날은 새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있던 나를 안는데 발로 새아빠를 차버린거야ㅋㅋㅋㅋ 나도 몰랐는데 아직 술취한 중년 남자는 무서운가보더라. 난 엄마가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그날 새아빠가 안는데 발로 차냐고 조카 혼났다ㅋㅋ. 새아빠랑 살고 난 후론 엄마 아빠 사이에 껴서 걷는 애들이 그렇게 부러웠어. 둘은 결혼 한 게 아니라 연애를 하고 있는 거였고, 나는 그 사이에 꼽껴있는 느낌이었으니 길을 걸을 때나 뭘 할 때나 항상 엄마 새아빠 옆에 내가 있었지. 둘 다 내 손을 안 잡아주니 다리가 짧아서 걸음이 늦어지는데 그러면 화를 냈어. 엄마가 늦게 들어와서 먼저 밥을 차려먹으면 또 화를 냈고. 불화의 원인이다. 악마의 딸이다. 별 소리 다 들었는데 엄마도 그런 할머니 밑에서 컸으니 어쩔 수 없는 거라고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뭐였는 줄 알아? 결혼은 해도 애는 절대 낳거나 키우면 안 되겠다. 나도 엄마 밑에서 컸으니 무의식 중에 저럴 것 같더라고ㅋㅋ
그러다 중학생이 됐는데 왕따 당하고 자퇴했다. 정신병이 생겨서. 할머니는 나 엄청 쪽팔려했어. 한번은 내가 할머니한테 내가 쪽팔리냐고 화를 냈었는데 그럼 쪽팔리지 안 쪽팔리냐 하는 말이 돌아와서 아 조카 성공해야지. 성공해서 돈만 꼬박꼬박 보내주고 얼굴 한번 안 비춰야지 다짐했음ㅋㅋ. 그 후엔 어케어케 해서 중학교 졸업장, 고등학교 졸업장 따고 수능까지 봤어. 근데 참 막막하더라. 대학 등록금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그냥 고등학교 가기러 하고 알아보다가 할머니 집 있는 지역 고등학교에서 장학금 준다는 데가 있어서 다니기로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엄마가 암 판정 받은 거야. 암 판정 받고 나서 나는 할머니 집에서 있어야 하니 엄마가 먹으면 안되는 음식 쭉 써서 새아빠한테 보내줬는데 나중에 뭔 지식인 블로그 그런 데 올라온 정보 가지고 할머니랑 나랑 엄마랑 있는 자리에서 엄청 나불거리더라. 이 상황에서 잘난체가 하고싶은 건가 생각도 들고 정말 어리구나 생각도 했다. 운동만 해서 지식도 얕고 어휘력도 떨어지는 사람인데 항상 엄마나 내가 더 잘 아는 분야에서 조차 틀린 정보로 잘난체 하고 노래방 가서 아가씨 불러 놀았던 사람인데 엄마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엔 할머니랑 목욕탕에 갔는데 장학금 받고 고등학교 간다. 일년만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장 따냈다 이런 말을 자랑으로 하고 다니더라. 보고 너무 짜증났어. 정말 가식적이더라. 그래서 그날 밤에 처음으로 할머니한테 소리질러봤어. 할머니 그때의 나 쪽팔려하고 숨기기 급급했으면서 지금의 나 자랑스러워 할 자격 없다고. 진심으로든 거짓으로든 남들한테 그딴 말 자랑으로 하고 다니지 말라고. 그러고 나서 독서실 다녀 왔는데 다음 날에서야 하는 이야기가 너랑 나랑 서로 서운한거 오해하는거 없어야되지 않겠냐. 앞으로 성적 이야기 안 하겠다. 이 말 듣고 머리가 핑 돌더라. 나는 평생을 서운하게 살았는데 이제와서. 또 그렇게 넘어가는 건 싫어서 할머니는 끝까지 당신이 안 했다는 말만 하지 잘못한 게 뭔줄은 모른다고. 그러니까 잘못한게 뭐냐 그러셔서 지금까지 할머니가 그랬듯이 나도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을 때 말 할 거라고 했어. 너네한테 어떻게 보일 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할머니 너무 끔찍하고 진절머리 나는 사람이야. 뉴스에 미투 이야기나 성추행, 성폭행 고발 이야기 나오면 미친년들이 당시에 싫다고 하고 신고해야지 즐겨놓고 이제와서 그러냐는 소리를 하는데 난 그때마다 진짜 무섭고 돌아버릴 것 같아. 내가 친아빠한테 성폭력 당한 그날 밤 덜덜 떨면서 전화했는데 나 데리러 와선 아빠는 그럴 수 있어. 아빠니까 괜찮아. 이런 말만 했으면서 사람이 어떻게 저럴까 증오감이 너무 많이 들어.
나 친구도 별로 없고 내 속사정 정말 처음 이야기 했던 친구한테 왕따 당했던 거고, 내가 들었을 땐 다들 너무 가벼운..?(나쁜 의미는 아니야 단어가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나네 미안해) 고민들 만 나한테 털어놓아서 내가 이런 이야기 하면 부담 될까봐 몇년지기 친구들 한테도 이런 이야기 평생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서 여기 밖에 이야기 할 곳이 없네. 쓰다 보니까 주제를 너무 많이 벗어난 것 같다. 그냥 정말 너무 궁금해서. 너희는 별 일 없이 살아? 아니면 정말 다 이러고 살아? 그런 거면 너희는 어떻게 버텨? 정말 어떻게 버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