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럽에서 유학 중인 박사과정 학생이야.
전남친은 한국에 있을 때 연구실 선후배 관계에서부터 만나기 시작했고, 난 유학을 오게 되었어. 갑자기 결정된 유학길이라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눌 틈도 없었지.. (사실 나보다 10살 많은 사람이라 정말 모든 것이 애초부터 불투명하긴 해서 만남을 망설였지만 정말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연애를 시작했지 )
나도 그 사람도 미래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없었지.
감정적인 결정은 유학가지 말고 이 사람 곁에 머무르는 거였지만 난 이성적으로 날 위한 결정을 택하고 유학을 왔어.
역시나, 3개월이 지나자 우리 관계는 삐걱댔고 결국 전남친이 나에게 이별을 고했어. 우리가 앞으로 뭘 할 수 있겠냐며.
그렇게 하고서도 난 생각보다 잘 살았어. 공부 열심히 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너무 그리워서 침대에 누우면 눈물도 낫지만 연락도 굳이 하지 않고, 한국 갈 날만 기다렸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한국 가서 얘기하리라, 하고. 혼자서 그 사람을 몇번이나 허공에 그러봤는지 몰라.
그런데 한국 가기 한달 전에, 내가 그 분과 연애한다는 걸 몰랐던 연구실 사람들 중에 한명이 그 분한테 소개팅을 시켜줬다는 걸 단톡 창에서 강제노출당했어. 나랑 헤어진지 한 4개월 지났을 때였을거야. 심지어 몇번 만났다는걸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그제서야 완전 멘탈이 붕괴가 왔어.
그리고 두려움반 설렘반으로 갔던 한국. 사실 가족들 친구들 모두 그리웠지만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건 전남친이었어. 하지만 선배들을 통해 그 사람은 새로운 여친을 만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 때 완전 무너져버렸어. 행복하게 지내야 할 한국에서 밤마다 울었던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전남친 생각이 더 크게 다가왔고.. 내가 포기하고 떠난게 어떤 거였는지, 그런게 너무 크게 다가와서 그냥 혼란의 시간이었어.
전남친은 자그마한 회사에서 이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회사는 내 연구실 선배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새로 확장 이사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선배들에게 인사를 할겸 회사를 찾아갔어. 이미 새 여친이 생긴 사람을 개인적으로 찾아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너무 그리운 전남친의 얼굴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하지만 전남친은 내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했더라.(나와 전남친의 관계를 알고 있던 사장님이 말해줌) 참을 수 없이 슬펐지만 난 사장님한테 그오빠 주라고 선물도 전해주고 왔어 ㅋㅋㅋ(선배들한테 드리는 선물이었음)
나중에 그 선물을 전달받은 전남친은 사장님한테 나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더라. 사장님은 '고맙다는 건 직접 말해야지' 라고 했지만 아무 말도 안했대 ㅋㅋㅋ 역시나 나한테도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고.
한국에서 떠나오는 비행기 내내 난 참을 수 없는 상실감에 시달렸어ㅋㅋㅋ그렇게 그리워하던 그 모습을 한번 못보고 떠나야하다니. 내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사람에게 거부를 당할 정도로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바뀌었다니. 내가 지내는 곳으로 도착하고 나서도 도저히 힘이 안나. 한국 가기 전에는 열심히 살았던 것 가은데 갑자기 맥이 탁 풀린 것 같아. 전남친과의 카톡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 날 보기를 거부한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새로운 여친이랑은 얼마나 행복할까. 행복해서 나 따위 다 잊었을까.. 그래도 타지에서 혼자 고생하는걸 누구보다 더 잘 알았을 사람이 그래도 수고했다 한마디 선배로써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별 생각을 다하면서.
벗어나고 싶어. 이 거지같은 쳇바퀴같은 생각 속에서ㅠㅠㅠ 너무 힘들고 안그래도 외로운 유학생활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 같아. 이별한지 7개월이나 지나서 왜 이렇게 더 힘든지 모르겠어. 툭치면 눈물날 것 같아서..일상생활이 힘들어. 경험이 있는 사람은 꼭 도와줬으면 좋겠어...긴 글 읽어주느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