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고 연애상담 혹은 하소연을 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신입으로 들어온 여자후배와 썸??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그녀를 설명하자면 흔히 말하는 슈퍼인싸.. 정도가 되겠네요.
한달에 경조사비로만 몇십만원을 쓰는 사람이고,
첫 회식 때 윗사람들과 술잔을 마주치며 종횡무진 술자리를 누비는 그녀를 보며
세상에는 저런 대단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었죠.
저는 어느쪽이냐고 하자면 아싸에 가깝고 인간관계는 성가셔서 최소한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타입입니다.
저하고는 절대로 접점이 없을 것 같은 그녀와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같은 팀에 배치되면서 서로 업무관련으로 대화할 일이 많아졌는데
저에게 굉장히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길래 저에게 관심이 있다고 착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착각할 만한 것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가 자신에 대한 사적인 정보를 막 던지는 거에요.
예를 들어, 자신의 신체적 약점이나 이력 사상 같은,
새어나가면 주변사람들에게 안좋게 보일 수도 있는 그런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막 저에게 말하니까
착각할 만도 하죠..
그녀가 다른 직원들과 술마시러 갈 때도
저에게도 같이 가자고 적극적으로 권해오기도 했었고
거기 가서도 술마시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평범하게 결혼해서 애 키우고 그런 생활이 하고 싶다고 하소연했었고
그때 술자리에서는 미혼남자는 저밖에 없었거든요. 나머지는 다 여자나 기혼남자였고.
그녀에게 다가갈 결의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싸남과 슈퍼인싸녀.. 서로가 거쳐온 환경이나 생활습관이 완전히 극과 극이다보니
도저히 행복한 결말이 예상되지 않는 겁니다.
당연히 제가 그녀에게 맞춰줘야 할 텐데
제가 그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도중에 차이거나
어찌어찌 결혼했다 해도, 오만 남자 다 겪어봤을 그녀의 눈에 안 차서
무시당하고 멸시당하는 무늬만 남편으로 남을 결말밖에 예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안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그녀에게 대쉬를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단 둘이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말들은 제 새가슴을 쪼그라들게 만들었습니다.
자기가 원래 성격이 활달하고 말을 막 걸고 그래서 오해하게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말.
그리고 서로의 가치관이나 취미 등이 너무 달라서
그녀가 반 웃으면서 농담처럼 한 '하나도 맞는게 없네' 라는 말.
막연하게 들이대보면 길이 나올것이라 생각하고 다가선 제 결의를 비웃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같은 직장이니만큼 공통의 화제는 많아서 대화자체는 잘 굴러갔고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내가 이정도로 그릇이 작은 남자였구나, 내 결의는 고작 이 정도의 고비에 꺾일 정도의 수준이었구나 하는 자괴감에
멘붕 상태입니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고작 이정도의 결의로 대쉬했다가 마음대로 꺾여서 물러난다면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게 될 것 같아서요.
그래도 그녀는 남자 만드는 데 어려울 것 같지는 않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아마도 저는 그녀에게 보험? 안전빵? 어장 내 물고기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녀와 즐겁게 웃으면서 대화하던 순간들은 진짜였습니다.
이를 즐거웠던 지난날의 추억으로 보내줘야 할 지, 아니면 다시 결의를 굳히고 전진할 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한번.. 속내를 털어놓는 진지한 대화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한심한 남자와 시간을 낭비했네 라며 떠나간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그녀에게 다가간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한 순간도 마음이 편한 적은 없었거든요.
이 마음이 그녀를 좋아한 거라기 보다는.. 동경이나 존경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주저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언이나 쓴 소리가 있다면 한 마디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