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1년차, 36세 남자이고, 와이프는 저와 동갑입니다.
아이는 없습니다. 맞벌이로 생활하고 있고요.
여기에 기혼 여성분들이 많이 계시다 알고 있기에
현명한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씁니다.
와이프 계정으로 쓰는 것이고, 댓글도 같이 볼 겁니다.제목이 자극적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목 그대로 제 와이프는 누군가의 극성팬입니다.
미혼 여성이었다면 빠순이 범주에 속하지 않을지 몰라도,
가족이고 배우자인 입장에서는 이렇게밖에 생각이 안 됩니다.(와이프가 좋아하는 가수를 A라고 하겠습니다.)
와이프는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전혀 A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A 뿐만이 아니라 아이돌 자체에 관심이 없었고,
드라마도 잘 안 보는 타입이었기에 좋아하는 배우도 없었습니다.그렇게 지내다가 작년 가을 외식하러 나가려던 어느 날,
제 폰은 컴퓨터방 충전기에 꽂아 둔지라 와이프 폰으로 네이버를 켰는데
지난 검색 기록이 죄다 A 관련한 것이더군요.
브라우저가 여럿 띄워져 있었는데 그 중 절반은 또 A 관련한 것이고.이 때 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워낙 핫이슈가 많은 가수니
뉴스같은 거 보다가 궁금해서 검색 좀 해 볼 수도 있는 것이고,
(저도 검색해 봤을 정도니까요...) 이후로도, 자기 전에도
사진 보고 영상 보다 늦게 자고 이러더라도 그냥 아, 좋아하는갑다,
와이프가 아직 소녀같네 하는 정도였습니다.
가끔 제가 뭐하냐고 물어보면 꼭 자식 자랑하는 엄마같은 투였어서
참새처럼 종알거리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팬 전용 소품?을 사는 것. 솔직히 집 인테리어에 어울리지 않아
조금 짜증나긴 했지만, 설마 저기서 더 있겠나 하며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 때 좀 놀란 게 요즘은 별 게 다 있더군요... 불 켜지는 봉부터 해서
핸드크림, 텀블러... 제 세대 아이돌은 엽서나 브로마이드 정도였는데.)
화면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길래 그래 한번 다녀와라
얼마나 잘생겼나 좀 찍어와라 하면서 농담까지 하며 좋게 보내줬는데...
여기서부터가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이 날이 후회가 되네요.시상식이었는지 한번 다녀오고는... 거기서 만났는지는 모르겠는데
자기같은 팬 몇명이랑 친목을 조금씩 하는 것 같더니
점점 퇴근 후 그 쪽으로 새는 빈도가 높아지더군요.
(카톡으로, 자기는 '늦덕'이라는 거라서 더 열정적인 거라며 헤헤거립니다...)
결혼 후 '저녁 알아서 먹어' 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싸우더라도 둘 다 각자 맡은 집안일은 무조건 하는 스타일이었어서...저는 청소는 끝내주게 합니다만, 요리는 잘 하지 못합니다.
(와이프 말로는 가스렌지가 더러워진다고 제가 하는 걸 원치도 않고요.)
그렇게 밖으로 도는 일주일 가량을 저는 매일 배달음식으로 때웠습니다.
둘 다 쉬는 주말임에도 아침부터 알람까지 맞춰 놓고 나가려는 와이프를 보고도
잠시 욱했지만, 참았습니다. 잠깐 저러다 말겠지, 그냥 과도기겠지 하면서요.
오늘은 어디 가냐고 물어보니 공항에 간다며 차를 빌려달라길래
그것도 빌려 줬습니다. 이렇게 글로 제 정황을 나열하고 나니
새삼 병신같이 느껴져 또 자괴감이 드네요.그 다음 주, 어느 평일 저녁에 온 택배는 고급 카메라와 렌즈...
박스에 써 있는 모델명으로 검색해 보니, 카메라 본체만
네이버 최저가가 2백만원 정도, 렌즈는 5백만원 정도...
당장 때려 부수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와이프를 기다렸습니다.
(그 날은 카메라 온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왔죠.)오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붙들고 거실에 앉혔습니다.
카메라 박스를 보더니 표정이 굳더군요. 몰래 사려고 했던 거죠.
전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까지만 말했습니다. 용도는 어차피
짐작하고 있었던 바고, 정말 그 용도가 맞는지를 듣고 싶었습니다.
네. 맞답니다. 그냥 조금 비싼 취미로 생각해주면 안되겠냐며
애원하네요. 나중에 애 생기면 애 찍어 주기에도 좋지 않겠냐면서요.그래, 좋은 카메라야 뭐 하나 있어도 괜찮은 것이고, 취미로 인정은 하되,
가정에 충실하면서 유지를 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펑펑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일 집 일 집 반복되는 생활이 너무 무료했다고 하는데,
저도 잘못했나 싶기도 해서 부둥켜 안고 같이 울었습니다.
(그 땐 그런 마음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가 갈립니다.
주 1~2회 외식하고, 월 4회 정도는 영화관이나 볼링장, 노래방도 갑니다.
2달에 한 번 정도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호텔 패키지로
쉬다 오기도 하고요. 결혼생활 1년 동안에만 일본을 두 번 다녀왔는데
다른 기혼자분들이 보시기엔 이게 부족한 건가요?)그렇게 몇 주는 확실히 눈에 띄게, 늦게 오는 횟수도 줄었고(주 2회?)
거의 열흘치 반찬을 한꺼번에 다 해놔 먹기가 좀 고역이었던 것만 빼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12월부터는... 똑같이 밖으로 돌더군요.
제가 뭐라고 하면 그냥 미안하다고 하는 그때 뿐, 오히려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좋아질 게 없었습니다. 가끔 일찍 들어와 제가 기분 좋은 날,
베개맡에서 애교를 부리며 경차 한대를 사달라네요. 황당했습니다.
같이 다니는 무리들 태워 아예 대놓고 쫓아 다니겠다... 이거겠죠.와이프가 사생팬 이런 것이 된 걸까요?
아직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혼은 생각도 안 해 봤고,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사람인지라 전처럼 저에게,
가정에 충실했으면 좋겠는데, 뭐가 그렇게 부족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저는 뭐 억대 연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세후 3천 후반인지라
먹고 살만한 정도고,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성장 추세의 기업이어서
추후 제가 배워서 차릴 만한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취를 오래 해서 살림도 와이프보다 더 잘 하고, 술은 조금 하지만
담배도 안 피우고, 성격은 좋은게 좋은거지 하는 타입이어서
타인과 크게 마찰을 일으켜 본 성격도 아니고...전 와이프 때문에 소위 '팬질'을 한다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생겼고,
가수 A는...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왜 악플을 다는지, 왜 안티가 되는지,
그것조차도 공감하게 된 지경입니다.끝으로, 와이프와 같이 볼 것이니 많은 조언 부탁드리며,
제가 잘못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지적도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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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을 보니 도무지 잠이 안 와서잘 마시지도 못 하는 소주를 잔뜩 마시고 잤더니 이제 일어났네요.아직도 정신이 없지만... 후기라기 보다는 내용 좀 추가하겠습니다.
먼저,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 보다 너무 많아진 댓글 수에 정말 놀랐고,얼굴도 모르는 제 일을 본인 일처럼 걱정해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불편한 댓글 몇 가지는 해명하고 싶습니다.자작글이라고 하시는데, 이건 뭐 어떻게 인증을 해야 할지... 당황스럽네요.게시물은 철저히 익명인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라는 걸증명하기 위해 제 신변이라던지 실사라던지 등을 공개하는 것에는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못 믿으신다고 하시면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저는 이렇게 긴 글을 지어 낼 만큼의에너지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행여 이 곳에 그런 사람이 워낙 많아서저도 의심받는 것이라 한들, 전 그런 의도를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이렇게 추가글까지 적고 있구나 하시는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카메라 가격 때문에 많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당시의 제 심리상태까지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고 싶지는 않지만,정말 이성을 잃기 직전까지의 상태에서 겨우 검색한 것이었고,제가 잘못 봤을 수도, 제가 영문을 잘못 입력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원문을 작성할 땐 이성이 있었을 때니,차라리 가격 말고 모델명을 적고 그냥 제 기준으론 비싼 것이라고만 적었으면그런 논란이 없었을텐데, 카메라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대강 검색해서무턱대고 가격만 띡 적어 놨으니, 제 불찰이 부른 오해라고 생각합니다.(지금이라도 모델명을 적어드리고 카메라를 잘 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가격 감정이라도 받으면 좋을텐데, 제가 오늘은 워낙 늦게 일어났다 보니와이프가 이미 집에 없기도 하고, 카메라 모델명을 물어 볼 정도로...네. 일상적인 대화는 거의 안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매력이 없어 와이프가 겉돈다라...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외적이든 내적이든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가 읽은 댓글 뉘앙스로만판단하여 답변을 드리자면, 저 배도 안 나왔고 머리숱도 많습니다.ㅜㅜ그렇다고 해도 A 발끝도 못 따라갈 게 팩트지만... 많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나름 스타일리쉬하게 살고 싶어서 많이 투자하는데... 울컥... 죄송합니다.)
무튼 해명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걱정해주신 고마운 분들께 이후의 상황을 보고드리자면,댓글은 제 부모님 집, 와이프에게는 시댁에 가는 내일 모레 보여 줄 겁니다.가기는 처가를 먼저 갈 것인데, 처가 특성상 아무래도 조금은 더 프리하게노는 분위기이다 보니... 보자고 해도 회피할 가능성이 높은지라...
그리고 그 세계를 잘 아시는 분들께서 조언해주신 내용들,제게는 무지한 분야였기에 너무 많이 충격받았습니다.특히, 홈마라는 직책과 홈이라는 공간의 영향력... 모든 정황상 와이프가그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본문에는 적지 않았지만, 컴퓨터방에 굴러 다니는 A의 앨범이라던지,지나가는 말론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데 경력은 막내라며 툴툴댄 점 등등...)
무지한 분야인지라 와이프와의 대화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말씀해주신 이 부분 위주로 진행을 해야겠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익명의 글로 이렇게까지나 정서적인 도움을 받았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여러분의 조언으로 많은 정보와 정서적인 위로를 얻었습니다.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