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여자고 대학졸업하자마자 4년다닌 직장 때려치웠습니다
전공계열에 바닥도 좁아서 옆집 앞집 다 알아요 그만뒀으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할지 막막하긴 해요
일 하다가 쓰러져서 119불러 실려갔고요 바로 다음 날 수술받았어요
직장에서는 2주 쉬게 해줄테니 바로 출근하라고 하더라고요
상태가 다리 마비에 소변장애까지 올 정도로 심각했고 완전히 정상인되려면 6개월은 요양하고 1년은 재활하라네요 그래서 그냥 때려치웠죠 뭐
일 안해도 평생 월 180~200 고정수입 나오는 거 있습니다 그거 믿고 그냥 때려치운거죠 재취업으로 고생할 예정이긴 하지만.. ㅠㅠ
지금은 수술받고 소변장애는 없어졌고 발가락마비는 절반 정도 돌아왔어요 ㅠㅠ 그래서 걸을 때 조금씩 절면서 걷습니다... 교수님은 신경회복하면 좋아질 거라고 쉬라고 하세요
근데 남자친구한테 때려치웠다고 말하니까 앞으로 뭔 일하려고 그렇게 쉽게 그만뒀냐 허리 디스크면 목숨이 위급한 일도 아닌데 천천히 복직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길래
이 새기 사이코패스인가 싶어서 나 지금 다리 절면서 걷고, 그나마도 하루 23시간 누워있는데..? 너도 와서 봤잖아 물어보니까 공감해주는 척 하더니 임신도 안했는데 벌써 백조됐다고 놀리네요 ㅋㅋㅋ
결혼하려면 널 몇년을 기다려줘야 하냐 나 아니면 너 누가 기다려주냐
언제 회복하냐고 독촉하고 ㅋㅌㅋㅋㅋ...
얘가 이런 애가 아니였는데... 사람이 아프고 힘들때 본성이 나와버리는게 사실인가봐요
문병왔을 때도 그냥 멀뚱히 내려다보고, 아프냐고 물어보고, 옆자리 아줌마, 할머니들이랑 수다떨다 낮잠자고 가더라고요
아줌마들이 어휴 훤칠하네 잘생겼네 여자친구 문병도 오고 착하네 하니까 기분좋아서 헤벌쭉...
그땐 그래도 와준게 고맙다..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왔었냐라고 묻고 싶네요
서로 나이가 있으니 결혼얘기도 나왔었는데 더 늦기 전에 속마음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지
제가 1mm도 못 움직일때 옆을 지켜준건 엄마밖에 없더라고요 ㅎㅎ 다 큰딸 배변까지 받아주고...
워낙 갑자기 쓰러진거라 처음엔 간병인 고용도 못하고 오로지 엄마가 다 해주셨어요
남자친구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큰일을 겪고 나니까 우리 사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였단 생각이 들면서 정이 뚝 떨어지네요 정말 인간의 감정이란게 신기하구나 싶을 정도로 남자친구를 봐도 아무 생각도 안들고 오히려 연락오는게 귀찮아서 알람도 다 꺼놨어요
한달 정도는 침대생활해야해서 만나서 헤어지자고는 못하겠고 전화로 말해야겠죠 휴...
결혼이고 남자고 다 필요없고 인간사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네요 그냥 평생 엄마랑 지지고 볶고 살면서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은 기분... 저보다 엄마가 더 몸고생, 마음고생해서 한달 뒤 병원 가는 날에 그 근처 백화점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G가방 하나 지르러 갑니다 ㅠㅠ
남자가 뭔 소용이여 ㅠㅠ 그냥 엄마랑 살래여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