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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ㅇㅇ |2019.03.24 23:45
조회 391 |추천 5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로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 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 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이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이 막혀.
이제는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장이지,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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