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30대구요, 미혼입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제가 이기적인건지 알고 싶어서 여쭤봅니다. 제 생각엔 이 글을 쓰게 한 친구들이 더 이기적인 것 같은데 기혼자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서요.
저는 외국어를 전공해서 직업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언어부담도 없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는 편이고요.
갑자기 짧게 떠나기도 하고, 장기여행 목적으로 들어둔 적금타면 길게 여행을 다니는 편이기도 해요. 동생이 해외에서 살고 있어서 몇 달씩 가 있기도 하고요.
문제가 된 건 두 친구인데요. 모임에 다섯 명이 있고 15년을 넘게 알았어요.
30대기 때문에 결혼한 친구들이 대다수이고, 이 단체톡방에서도 저 빼고는 다 기혼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대화 주제가 시댁, 남편, 아이, 육아 등에 대한 이야기라서 저는 자연스레 멀어졌어요.
결혼 전에는 자주 놀러 다니고 친하게 지냈는데 결혼하고 관심사가 달라지고 대화 주제가 달라지다 보니 전처럼은 못 지내지만 주기적으로 만남은 가지는 편이고요.
저 빼고 다른 친구들은 수시로 만나는 편인데 저는 이 친구들보다 미혼인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됐어요.
아무튼 작년 말에 미혼인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걸 보고 얘기를 하다가 이제 또 어디 계획 중이냐 하길래 지금은 일이 바쁘고 여름쯤에 시간 되면 한 번 다녀오려고 한다 하니 아이 있는 친구 둘이 그때 자기들도 같이 가자는 거예요. 전 당연히 아이들은 두고가는 줄 알고 오랜만에 같이 여행가면 좋지~하고 어디로 갈까 얘길하는데 아이들이 있으니까 여행지 몇 군데를 이야기하면서 여기가 애들 데리고 가기 좋다더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뭐야 애들은 남편한테 맡기고 가야지 하다가 말다툼이 생겼어요.
시댁 눈치부터 남편이 애를 어떻게 보냐는 둥, 애들도 너랑 여행가면 좋아할 거다, 너 신경쓰는 일 없게 하겠다, 애들 사진 보내면서 이모 우리도 데려가요 하는데..
제가 멀어진 이유 중 하나는 늘 아이를 데리고 오는 친구들 때문이예요.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아요. 평일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할 때도, 밥 한끼를 할 때도 데리고 오는 것도 다 이해했지만 주말에 남편이 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건 불만이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메뉴 선택권이 적어지잖아요. 매운 걸 먹고 싶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바람에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차로 주변을 배회하는 건 물론이고 카페를 가고싶어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게 없다보니 키즈카페에서 커피 마신 적도 있었어요. 조용히 밥먹고 싶었는데 놀자고 찡얼대는 아이들 때문에 밥 몇 숟가락 들지도 못하고 손잡고 놀러나간 적도 있구요.
그러다보니 남편이 쉬는 주말까지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건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멀어졌지만 친구들도 섭섭했겠죠.
그러면서 서로 감정이 좀 격해진 것 같아요. 만나서 대면하는 이야기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하는 대화다 보니 좀 제 말이 더 딱딱하고 공격적이게 느껴졌나봐요.
애들 데리고 가면 신경쓸 게 너무 많다, 너네 자식이 싫은 건 아닌데 우리끼리 즐기고 싶다, 니네 남편들은 왜 매번 애를 안봐주냐, 내가 가이드로 가는 것 밖에 더 되냐..난 싫다, 그럴바엔 나 혼자가겠다 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친구들은 넌 진짜 이기적이라고 우리는 너가 항상 배척된다고 생각할까봐 널 신경 썼는데 너는 우리의 상황을 이해조차 안해준다 하는데 솔직히..저는 배려받았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어떻게 시간내서 당일치기로라도 놀러가면 육아에 지친 친구들 대신 아이들을 놀아주는 일은 제 몫이었지만 어쩌다 한 번 놀아주는거니 저도 잘 놀아줬어요. 나중에는 남편도 안하는 육아를 왜 제가 하고 있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멀어진 것도 없지않아 있고요.
저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지만 친구들 결혼식, 돌잔치, 출산했을 때 출산선물부터 가끔 아이들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선물도 챙겨줬어요.
친구들도 아이 데리고 해외여행 생각하다가 늘 무산됐어요. 여행지가 한정적이고 음식이나 언어적인 문제, 시간..여러가지 문제들로요. 부모인 자신들도 아이들 데리고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여행지 알아보면서 알텐데 제가 그 부담을 짊어져야하나요? 그러면서 저한테 결혼 이야기하면서 너는 평생 결혼안하고 애 안낳을 거 같냐면서 훈수를 두는데 정말 너무 기분 나쁘더라구요.
저는 20대 때부터 늘 결혼생각이 없고, 아이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에 대해서 악감정은 없구요, 각자 추구하는 삶이 다르잖아요.
듬직한 남편과 토끼같은 자식들 보며 사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거고, 저처럼 제 삶에 다 쏟으며 살고싶은 사람도 있는거잖아요.
저는 결혼한 친구들 가치관 존중합니다. 그런데도 늘 저에게 돌아오는 말은 이런 애들이 시집 일찍간다, 너 진짜 두고 보자는 둥 농담으로 포장한 악담 뿐이었습니다.
친구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강제로 소개팅한 적도 있구요. 그때 미친듯이 화내면서 꼴도 보기 싫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싹싹 빌면서 우리는 다 남편이고 남자친구고 있는데 너 혼자인게 마음 쓰여서 그랬다 다신 안그러겠다 해서 넘어갔는데 지금도 제 삶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결혼이 당연시되다보니 이해 못하는 것도 이해 했고 제 딴에 했던 배려들은 당연한 것들이었나봐요.
미혼인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니 저와 같은 생각인데 다른 분들 생각도 궁금합니다. 미혼인 제가 다 이해해야 하는 문제인가요?
다들 미혼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