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2살입니다.
제 스펙은 지방거점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 학점 4.2점 만점에 3점 중후반 / 토익 900 초반
27살 상반기에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중견기업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연락 받았을 때는 정말 행복했는데 그것도 잠깐.
2년 6개월 다니고 직장 상사의 갈굼 과 잦은 야근 때문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제가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한다면 그런 것 정도야 버티겠다지만 아니더라구요.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무엇보다 이렇게 수십 년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도저히 못버티겠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9급 공무원 지방직 일행 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나름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시험 준비 시작한지 정확히 11개월 만에 합격했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환경 , 업무강도 , 직장 내 대우관계 , 등등 전체적으로 전에 있던 회사와 비교 해보았을 때
지금이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월급은 전에 있던 회사와 약 100 ~ 120 정도 차이가 나는 편인데
이정도 금액 차이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저는 다시 고르라 해도 지금의 삶을 택하겠어요.
왜 사람들이 어른들이 공무원 공무원 하는지를 회사 다니다가 이곳에 와보니 알겠더라구요.
근데요. 생활이 조금 나아져서 그런가요. 요새는 또 다른 쪽으로 신경이 쓰이고 씁쓸하네요.
고등학교때 저와 굉장히 친했던 친구 세명이 있습니다.
A 는 할아버지 , 아버지가 모두 육사 출신 군인이라 집안 따라 육사에 들어가 현재는 대위 직급으로 있습니다
B는 SKY 대학교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현재는 중앙부처 5급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C는 B 와 같은 대학교 , 로스쿨 졸업 후 현재는 신입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세후 연봉 1억이 넘는 금액을 받으면서 유명 로펌에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 보면 정말 똑똑한 친구들뿐이죠? 친구 잘 뒀구나 싶죠?
C는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기 전 까지만 하더라도 저보다 공부 못했던 친구이고, 무엇보다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던 친구였죠. 그런 놈이 갑자기 고3부터 공부를 시작해 재수 삼수를 끝으로 SKY 대학에 간 놈이예요.
B는 원래부터 공부를 좀 하던 친구였어요. 그래도 SKY에 갈 정도는 아니였는데 이 친구도 재수를 하더니 SKY 대학에 진학했어요.
저희 넷은 정말 친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 같은 문과를 지원했고 그렇게 저희는 2~3년내내 같은 반이였고
A 빼고 저희 셋 모두 집안 사정이 비슷 비슷해서 노는 것도 서로 잘 맞았어요.
요새 말로 흙수저 다음 동수저? 정도 되는 집안이였죠
A는 할아버지때부터 군인 집안이라 저희보다 훨씬 잘살았지만
그래도 저희와 모든 면에서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때 당시 그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리더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잘난 친구들 앞에서 제가 단 한 번도 기가 죽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저는 대학 때문에 계속 지방에 남게 되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서울로 대학을 가는 바람에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게 되었습니다.
B 와 C 는 같은 학교 다니면서 같이 자취를 했으니 서로 항상 붙어있었겠죠.
A 는 B 와 C가 항상 붙어있으니 자연스레 B 와 C 가 있는 곳으로 자주 가게 되었고 그러면서 대학시절 A B C 서로 자주 보았겠죠.
저도 대학교 4학년 되기 전까지는 서울로 자주 올라가면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지고,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시간적으로도 부족하더라구요.
자주 보지 못하니까 연락도 뜸해지고 공감대도 적어지고 ..
그렇게 지금은 2~3달에 한번 잠깐씩 연락 주고 받을까 말까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그래도 작년과 요새 결혼 문제로 가끔씩 연락이 와요.
행정고시에 합격한 친구는 작년 가을에 결혼을 했는데 3대 의사 집안 딸과 결혼을 하더군요.
(3대 의사 집안 딸은 의사가 아니라고 해요)
그 친구 지금 전세 가격이 7억이나 되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더라구요.
아마 처가 쪽에서 해왔겠죠?
아무리 고위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공무원 봉급 그리고 친구 집안 재산으로는 32살에 전세 7억 아파트 절대 꿈도 못꾸죠...
그리고 친구 결혼식때 보니까 정말.. 인맥이 좋더군요. 하객분들과 화환이...
참 주례사는 전직 보건복지부 차관분께서 해주실 정도로 제가 여태 본 결혼식 중에 최고였어요.
그리고 이번 가을에 식 올리겠다고 연락 온 유명 로펌 변호사 친구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정말 이쁘신 변호사분 하고 식을 올린다고 하네요.
여자 분의 재력이 어느 정도 일지는 모르나 결혼하게 되면 친구와 친구 와이프 같이 맞벌이 하면 연봉은 계속 상승할테니 세후로 1년에 2억은 족히 넘게 벌겠죠.....?
지금 당장 친구 연봉만 해도 세후로 1억이 넘는데.....
맞벌이 1년에 2억씩만 생각해도 40살 되기 전까지 10억대 아파트 한 채 장만 하겠네요.
더군다나 결혼할 여자가 능력도 좋고 정말 이쁘기까지 하니.. 더할 나위 없겠죠
육사 친구야 뭐.. 할아버지가 대령 출신 아버지가 준장 출신이셔서 인맥과 부가 상당했죠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육사 친구를 어려워했었을 정도로 인맥이 탄탄했었죠
약 15년 전 그 당시 최저시급이 3000원쯤이였나요 하튼 그런 때
그 친구네 아파트 가격이 5억이였고, 상가도 있었으니까 당연히 육사 친구야 지금 잘살고 있죠
친구들 SNS 를 보면 A B C 셋이서 같이 여행 다니고, 셋이 근사한 곳에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셋이서 우정 사진도 찍고 얘기를 나누는 모습.
너무 부럽더라구요.
집안 사정이 서로 비슷했어도 결국 이렇게 차이가 나네요.
저는 이 친구들이 모두 기업에 입사해서 연봉 차이는 나더라도 같은 회사원으로서 서로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며 지낼 줄 알았는데 잘나가는 변호사 , 고위 공무원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육사 친구 외에 친구들 모두 고등학교 시절 꿈이 뭐냐는 질문에 그냥 취업이나 해야지~ 라는 말 뿐이였으니까요...
저도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나름 열심히 했다고 한건데..
친구들과 갭이 너무 나니 이제는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다가갈 수가 없네요
그냥 후회가 되네요.
그때 친구들 따라서 SKY 대학 목표로 재수 삼수 사수 오수 몇 수든 해볼껄...
예나 지금이나 돈 없어도 공부만 잘하면 혼테크 여전한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