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걔 곧 군대가 "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달력을 보니 이번 달이 맞았다. 나와 헤어지기싫다고 하며 겨우겨우 입대일을 선택한 너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너를 만나고싶었기에 아니 꼭 봐야만했기에 나는 발을 동동 구를수밖에 없었다.
' 잘 다녀오라고 말 한마디 쯤은 해주어야 할까? '
몇시간을 고민한 끝에 연락을 하기로 했지만 결국 쉽게 하지못하고 3일만에 조심스럽게 연락을 할 수 있게되었다. "안녕. 곧 군대간다고 해서 연락해봤어"
예상보다 다르게 너는 너무 빨리 나에게 답장을 해주어서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좋지 않다고 말 할 수는 없겠다. 그 동안 잘지내고 있었는지, 동생 대학교 입학은 잘했는지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농담식으로 던진 만나자는 나의 말에 너는 선뜻 동의하였고 우리는 다음날 만나기로 하였다.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우리의 고등학교 3학년 연애 초때의 풋풋함이 그대로 전해진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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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만큼 로맨틱하지 않고 평범하게 따듯한 초봄.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동그란 안경이 잘 어울리는 단발여자가 이상형이라 말하는 너는 나를보며 자신의 이상형과 딱 맞아 떨어진다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속상한 나에게 처음 잡는 벚꽃잎은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있듯이 너는 나에게 그런 벚꽃잎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매일 예쁘다해주고 공주처럼 대해주던 너에게 내 마음은 이미 너의 품 안에서 살고있었다.
봄에 생일인 너의 생일 자정 12시에는 친구와 함께 멀리있는너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을 축하해 주기도 하였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친구들과 간단히 술을 마신 나는 너와 전화를 하다가 너가했던 "만약에 우리가 결혼을하게되면~"
이라는 말을 듣고 술김에 그러자고 해버렸다. 더운 초여름 밤 너는 내 남자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최고 고3의 시절을 보냈다. 서로 학교가 멀어 자주 볼 수는 없었고 가끔 고향에 올라오는 너와 서울 데이트를 즐기곤했다. 수도권과 영남권 너무 멀었던 장거리였지만 우리는 어렵지 않게 사랑할 수 있었다. 비트윈 소리가 울릴 때, 집에 도착한 뒤 전화를 할 때 이런게 정말 사랑이구나 느꼈다. 그 동안 몇명의 남자를 만나봤지만 진정한 첫 사랑은 너라고 생각했다. 나를 잠깐보고 학교에 가야하는 너를 보내려 기차역에 갈때면 입이 삐죽나와 우울해 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금방오겠다 웃으면서 나를 달래주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고3 막바지.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취업을 준비했던 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서로 정말 축하해주고 잘 되어서 기쁜 마음이었다. 우리는 많이 바쁘게 되었다. 만날시간이 훨씬 줄어들었고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에 한 번꼴이 되었다. 하지만 더욱 더 예전보다 서로 바쁘고 시간이 잘 맞지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남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헤어졌다. 길다면 긴 또는 짧다면 아쉬웠을 1년의 시간이 허무하게 끝이나는 순간이었다.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자국은 지워지질 않고 오래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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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SNS 스토리에 기록이 남던 너, 항상 궁금하고 연락하고 싶었었다. 너도 꼼꼼히 내 SNS를 확인 했는데 만나자는 말에 좋다고 한 뜻도 나와 같은 마음 이었을까.
밤 9시 20분경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다. 만나는 장소는 연애 때 자주 갔던 놀이터였다. 우리집에서 3분거리다. 그 짧은 3분동안 많이떨리고 보자마자 눈물이 나면 어쩌지라는 걱정과함께 빠른걸음을 재촉했다. 조심스럽게 들어가 너를 보았을때 예전의 너와 달라진 모습이 없어 신기했다. 똑같은 눈빛 똑같은 머리스타일 똑같은 체형 달라진 건 새로보이는 신발이 나와 같은 신발. 우리는 항상 같은 신발을 신었고 모든 신발이 젓가락 짝 맞추듯이 다른 신발이 없었다. 그런데도 너는 새로 산 신발 마저 나와 같은 신발을 신고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신기하단듯 왜 우리는 매일 같은신발이냐며 웃어 넘어갔다. 헤어진지 약 10개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한 기분이 없었다. 마치 아직 서로의 사람인 듯 자연스럽게 장난을 치고 아이처럼 웃었다. 걸어도 걸어도 우리 동네의 모든 곳을 지나갈 때 마다 이 곳에서 또는 저 곳에서 함께한 너와의 기억이 내머리속에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 뒤 어느 술 집으로 들어갔다. 탁자식 술 집이었는데, 나와 같은 신발을 벗고 예전의 습관처럼 헝클어진 채로 신발을 놓는 네가 눈에 아른거렸다. 각자 한 병씩 술을 마신 뒤 너는 내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때 헤어지자해서 정말 많이 후회한다고. 아직도 날 많이 좋아한다고. 그 말을 듣고 믿기지가 않았다.
나도 사실 너를 정말 많이 보고싶어했고 헤어지기싫고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속부터 이 말이 끓어넘쳤다. 하지만 말 할 수 없었다. 너와 헤어지고 난 뒤 내가 무척좋다던 사람을 만나고있기에. 그런데 꽤 오래전부터 이 사람에게는 마음이 없어졌고 너만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담배를 피우려 밖으로 나왔다. 너와 만나기전 피워왔던 담배를 너를 만난뒤 당장 손에 갖다대지 않게되었지만 너와 헤어진뒤에는 너가 그토록 싫어하던 담배를 바로 다시 물게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는 너는 그 동안 날 만날때는 어떻게 참았냐며 장난스럽게 박수를쳤다. 너라면 불가능 할 것이 뭐가 있을까. 이것저것 그 동안 비워졌던 서로에 대해 알아간 뒤에 너는 항상 그래왔듯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너는 내가 어딜가든 항상 데려오고 데려다 주기를 반복했다. 알바하는곳부터 우리집까지의 짧은 5분의 거리도 너는 나를 보러 너의 집부터 내가 일을 하던 곳까지 20분을 걸어와 데려다 주고 정말 긴 1시간 30분의 거리도 졸며 전철을 타고 데리러 와주었다. 괜찮다고 혼자갈 수 있다고 하는 말에도 안된다고 꼭 같이 있어야한다고 잠깐이라도 보고싶다고 했다. 지금의 남자친구는 그러지 않는다. 자주 데려다줬던 네 모습이 가끔 그립기까지 하다. 집앞에서 나는 말했다. 너가 너무 보고싶었다고. 다시 만나고싶다고. 너는 그 말에 고맙다고 해주었다. 그리고는 서로를 껴안았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집에 오고 잠을 자기전에 저장이 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많이 익숙한, 그 동안 잊고있었던 보자마자 외워버린 너의 번호 였다.
" 나 집 가는동안 전화해줬었잖아 "
그랬다. 항상 나를 바래다주고 바로 전화를 걸어 내가 자기전까지 전화를 해주고 잠에 들던 너였다. 바로 어제도 이랬던 것 처럼 너무 익숙했다. 아직 마치 연인사이 인 것 같이. 그렇게 나는 너의 목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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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역하면 꽃신들고 기다릴게 꼭 나한테 와줘 "
1년을 넘게 너란 세상에서 살고있었다. 미래에도 너와의 만남으로 가득채웠고 짧은 10분뒤까지도 너와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설레했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는 너의 흔적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내가 어떻게 너에게 다시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제든지 어디든지 너에게 갈테니 나를 사랑하는 그 마음만 꼭 간직해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시간보다 더 많이 너를 기다릴 수 있다. 다시 서로의 것이 되는 순간 그 때는 서로 많이 성숙해져있는 어른이 되어 만나겠지. 그 동안 나를 정말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이제는 내가 많이 사랑해 줄 수 있을텐데, 우리는 왜 이별을 하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