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저는 방자랑 결혼한 향단이 입니다.
저희 남편은 겉보기엔 남 부러울것 없는 사람이예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사업체를 8년째 운영하고 있고, 서울 외곽이지만 깨끗한 아파트 전세를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을 만큼이고 또, 남편 총각때부터 B사의 자동차를 소유 하고 있었어요.
한마디로 경제적으로는 꽤 만족할 만큼 괜찮습니다.
그런데 남편에겐 남들은 모르는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자신이 고졸 출신이라는 것과 어릴때부터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것..
그 넉넉치 않은 형편에 아버지는 사고만 치고 다니셔서 남편20대때 부모님이 결국 이혼하시고
그 후로 아버지는 뭐하고 사시는지 연락 끊긴지 오래 라는것..
그래서 그런지 자존심이 무척 세고 남들에게 무시 받는걸 극도로 싫어해요..
그 자존심 때문에 연애 초반에는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제가 무던한 성격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네요.
각설하고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얼마전 남편의 첫사랑? 같은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둘이서 오붓하게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지난 연애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편의상 전여친이라고 부를게요.
남편의 전여친은 본인 친구들 중 누군가의 친구였고 우연히 술자리에 합석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연락을 하게 되고 사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의 환경은 정말 자기와는 정반대였대요.
아버지가 어떤 기업체의 사장님이셨고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이시고..
그 여자는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직장도 좋았다고 합니다.
외모도 예뻤고, 집안 환경도 화목해서 가족끼리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냥 말 그대로 넉넉하고 평안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 특유의 귀티가 나는 여자 였다고 합니다.
(이건 남편 표현 그대로 쓴거예요)
그 여자랑 오래 만나지는 않았지만 만나는 동안 남편은 지금껏 몰랐던 세상을 많이 경험 했대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건 아니었던거 같은데 그 당시엔 자기에겐
굉장히 신세계였다고 하는 걸 보니 좋은 추억들이 많았던 모양이더라고요.
근데 왜 헤어졌냐고 물으니 남편은 그 여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나이는 점점 결혼할 나이가 되어가고, 여자 쪽에서는 은근히 결혼을 바라는거 같은데
그 쪽 부모님 앞에 설 엄두가 안 났대요.
남자인 자기 쪽이 너무 기우니까 자꾸 초라해지고 그 자격지심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거죠.
그래서 결국은 본인이 헤어짐을 고했다고 합니다.
남편의 얘기는 대강 이정도였던거 같은데.. 듣고나니 솔직히 화가 납니다..
마치 춘향이를 못 잊은 방자와 결혼한 향단이가 된 느낌이랄까요.
네. 솔직히 저 그 여자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학교도 직업도 집안환경도 그 여자에 비해 변변찮아요. 그래서 마치 남편 본인이 떵떵 거리며 살 수 있는.. 한마디로 현실과 타협한 지점이 저 인거 같아서
너무 속상해요.
제가 속상한걸 눈치 챘는지 남편은 에이 그래도 자기를 사랑하니까 결혼 했지 그리고 그 여자랑 결혼 했으면 나 매일 눈치보고 불행했을껄. 이라고 말하긴 했어도
여전히 저는 아직 그 여자를 못 잊은건 아닌지, 혹시 나를 끊임없이 그 여자랑 비교를 해왔던건 아닌지, 나랑 결혼한 이유가 결국 내가 만만해서 인지.. 라는 생각에 너무 괴롭습니다.
더 신경 쓰이는 이유는 그게 바로 몇년 전 일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친구들이 아직 연결 되어 있어서 가끔 어떻게 지낸다 소식은 듣는거 같아요.
그냥 과거는 과거 뿐이라며 넘어가 줘야 할까요.
혹시 그 여자 아직 못 잊은거 아닐까요.. 그게 제일 신경 쓰여요.
(판에 남자분들 계시면 남자분들 입장에서도 댓글 좀 부탁드려요)
역시 판도라의 상자는 여는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