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더이상 얽매이고 싶지 않고 싶어서 이제는 털어내고 싶어서 너에게 편지를 써봐.
아마 내가 알고 있는 너라면 여기에 들어올 것 같아서 제목이라도 지나가다 읽을 것 같아서.
아마 길거야. 그때부터 지금까지 몇년동안 내 속에 쌓였던 말들이거든.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래, 우선 반갑다.
몇년만에 건내는 인사인지 모르겠어.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
왜 잘 지내?
왜 잘지낼까 너는?
니 기억 속엔 내가 있니?
나는 절실하게 기억 속의 널 잊고 싶어.
넌 왜 날 싫어했어?
왜? 내가 뭘 했어? 너한테? 왜 날 그렇게 싫어했어?
나 이거 진짜 많이 물어보고 싶었어.
기억 속 처음부터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많이 생각해봤어.
내가 새터가서 친해진 동기 언니랑 수능 이야기하면서 솔직히 이 학교 수능 망해서 근데 재수할 형편은 안 되서 온거라고 해서 싫었어?
왜? 어차피 같은 학교에 동급인 처지가 됐잖아. 근데 왜 날 그렇게 째려봤어?
너랑, 너희 집단 애들이랑 얘기를 했던 것도 아닌데. 지나가다 들은거면서. 왜?
솔직히 기분 나쁠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만약 그렇다면 그래도 그게 날 그렇게 괴롭힐 일이야?
나랑 친해진 너희쪽 애들한테 왜 이간질하고 눈치줬어?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었던 애가 너 옆에서 니 눈치보면서 나 무시하는데 내가 모를 수 있겠어?
내가 너처럼 화려하게 안꾸며서 그래?
내가 그때는 너처럼 그렇게 화장을 잘하는 법을 몰랐어.
내가 니가 친해지고 싶었던 동기 언니들이랑 다 친해져서 그래?
내가 외동이고 사촌동생들은 많은데 위에는 아무도 없어서 언니들하고 친해지고 싶었어.
술자리에서 자기소개하면서 노래 안겹치게 한소설씩 부르라는데 소위 말하는 분위기 띄우는 노래를 앞에서 다하고 뒷순서였던 나는 그냥 주워들은 흥나는 판소리불러서 그래?
그걸로 선배들이 나한테 관심 쏠리니까 왜 나 그렇게 이상한 애 보듯이했어?
그리고 그 후에 선배들에게 뭐라고 했길래 호의적이었던 시선들이 아무것도 안느껴지게 만들었어?
집부 회의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1학년 중에 나만 앉으면 되는데 왜 자리 안내줬어?
다른 애들한테 대체 뭐하고 했길래 아무도 나 도착한거 신경도 안써?
계속 어쩔 줄 몰라하면서 서있었을때 선배들이 들어와서 안타까웠겠다.
더 서있어야했는데 그치? 내 귀에 들렸어.
왜 매번 나 없는 술자리에서 날 그렇게 깠어?
내 앞에서 안그런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매번 너랑 갖는 술자리가 늘어날수록 그 후 너랑 함께한 동기들, 선배들의 달라진 눈과 말투들.
은연중에 나오는 말들로 금방 알아버렸어. 끝에는 집부엠티 갔을때 선배의 확인사살이 있었고.
근데 차마 선배가 너는 왜 애들하고 따로 노느냐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야돼?
나는 너희랑 겹치는 시간표가 없는 오전시간에 너희가 만나서 집부 파티에 필요한 장을 보러 간다고 같이 지금 갈 수 있는 사람은 가자고 했는데 통학하는 나는?
너희는 같은 수업을 들었고 같은 교시에 끝났는데, 오전 수업이 없어서 집에 있던 나는?
그 카톡을 보고 바로 택시 탔어도 학교까지 정말 빨라야 한시간이야.
1학년 엠티때 집부 선배들이랑도 같이가고 해서 같이 준비했잖아.
그리고 게임 뭐할지 회의한 날 왜 그거 1학년들한테 알리면 안된다는거 말 안해줬어?
그거 회의하고 나서 너희가 개인적으로 가진 술자리에서 정해진거잖아.
근데 내가 회의 끝나고 회의내용 정리해서 공지하는데 그 후에 그걸 정하면?
우리가 무서워했던 집부 선배한테 미친듯이 카톡오는데 문자를 보면서 손이 덜덜덜 떨리더라.
학교 축제때 집부대표로 1학년 집부 단체로 춤 준비하는거 왜 말 안해줬어?
왜 춤 연습때 나 한번도 안불렀어?
그래놓고 당일에 너는 춤 안출거지? 이러고 내가 춤? 이러면서 당황하니까
아 됐어 이러면서 축제때 우리 춤춰야 한다면서 붙잡을 새없이 너희들끼리 가버리면 나는?
선배들이 다 관심이 없었어서 다행이었지 만약 관심있었으면
너는 왜 빠졌냐는 질문을 받았을 생각에 아직도 머리가 새하얘져,
내가 핸드폰이 고장나서 카톡을 못쓰고 연락을 하려면 문자메세지나 전화통화만 가능했을때
집부 엠티 우리가 준비했어야 하잖아. 근데 모든 건 다 너희가 카톡으로 정하면 나는?
나한테 통보라도 해주지. 내가 물어봐도 시원찮게 답해주고 먼저 말해주는 것도 없고.
가평이라는 것만 알고 나 모이는 역에 일찍 도착 안했으면 엠티장소까지 어떻게 갔을지 참.
거기서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들 속에서 술게임을 하는데 나만 계속 뭐가 없더라.
나 게임 못하는거 알고 깍두기 시켜준거야?
어쩌다가 벌칙 하나 걸리니까 그 싸해진 분위기 진짜 숨막혔어.
눈치 없는 척 하는 것도 힘들더라 여차저차 그냥 웃으면서 넘기는데 진짜 다 놓고 싶었어.
이제는 하나둘씩 정리하고 자자고 하는데 나 빼고 나가서 또 나 깠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더니 너무 힘들어서 잘 준비하는데 문 벌켝 열리더니
한 선배가 나 혼자 왜 참여 안하고 따로 노냐고 할때 왜 뒤에서 내 눈치 봤어?
내가 사실대로 말할까봐? 니가 나 교묘하게 빼고 선동한거?
근데 거기서 내편 없잖아. 내가 어떻게 뭘 말할 수가 있었겠어.
아니 솔직히 너 없었으면 술기운도 좀 올랐겠다 말할 수 있었을 것 같아.
근데 근데 나 너만 보면 말문이 막혀. 말이 안나와.
답답하다고 표현할때 쓰는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말이 안나왔어.
가끔씩 너랑 말을 해야할 경우 나 정말 너랑 말하는게 힘들었어.
아니 그냥 니가 있는 곳에선 숨소리도 내면 안 될것 같았어.
우리학교 경기권이지만 그렇게 좋은 학교는 아니고 장학금 진짜 짜고 주는 인원도 적잖아.
그래서 장학금 주는 대외활동이 있길래 신청해서 붙었고 여름방학때부터 교육받고 활동하게 됐었어.
근데 거기 가보니까 내가 제일 학교 후달리고 다들 다른 세계 사람들 같더라
나는 그래서 내가 지금 너무 힘든 상황에 있는게 별로 좋지 않은 학교를 와서 그래서 고만고만한 별로 좋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것 같았어.
그래서 그걸 핑계로 2학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회장선배에게 말하고 집부에서 빠지고 그 이후부터 미친듯이 대외활동에 전념했어.
모든 게 이 학교를 온 탓 같았어.
그래서 더이상 학교에는 별 신경을 안쓰고 다행히 내 곁에 있는 친한 친구들 대여섯명하고만 지내고 그렇게 학교에선 조용하게 학교 밖에선 쥐잡듯 대외활동을 했어.
그거 알아? 3학년을 다 마치기도 전에 한 대외활동 수가 열손가락을 넘어갔다?
근데 그러다보니까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3학년 2학기에는 평균이 3.0밑으로 떨어졌어.
아맞아 갑자기 성적하니까 생각난건데 너 내 등수 물어봤더라.
다른 과는 모르겠고 우리과 그냥 전화해서 누구라고 하면 알려주니까 그랬지?
왜 그렇게 나를 가만 못놔두는거야 대체 왜.
내 성적을 알은 넌 무슨 생각을 했어? 비웃었니? 수능망쳐서 여기왔다더니 별 볼일 없다고?
나한테 모르는 거 물어보던 애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더니 나중엔 아예 없더라.
뭐 나는 편했어. 솔직히 니곁에 있다가 시험때만 오는 애들이 진짜 싫었거든.
여튼 다시 돌아와서 대외활동도 그렇게하고 성적이 그렇게 바닥을 치니까 좀 쉬어가야겠더라.
그리고 니가 휴학 절대 안할거라는 말 듣고 내 마지막 학년도 너랑 보내기 싫어서 겸사겸사 휴학을 했어.
근데 휴학하고 돌아왔는데 너도 휴학을 했었더라고. 너랑 같이 집부에서 나 따돌렸던 애들 몇명이랑.
나 그때 진짜 바닥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
같이 집부했던 남자애들도 군대갔다 와서 간간이 얼굴 부딪치는거 감수하고 휴학한건데
니가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래도 다행히 막학년이라 그렇게 겹치는 시간이 없더라 필수인 과목 몇개만 빼면.
그래서 마지막 내 학교 생활도 괜찮게 돌아간것같아.
근데 무슨일이 있었는진 모르겠는데 끝으로 갈수록 너 혼나 겉돌더라.
그거 보면서 행동하는대로 받는다고 느꼈어.
통쾌했냐고 글쎄 그냥 덤덤했어. 그때의 내 입장이 된 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어.
솔직히 나도 못된 마음이 들때가 있고 니 얼굴을 보면 이게 자꾸 속에서 치밀어 올라서 물어보고 싶기도 했어.
그리고 특히 졸업식날때 너희 부모님 오셨잖아.
휴학도 했었고 걱정했던 것보다 너랑 부딪치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했고 그래서 그런지 내가 겁을 좀 상실했었나봐.
나 그때 너희 부모님 보면서 니가 나 따돌린거 그동안 있었던 일 다 말하고 싶었어 이러는거 아시냐고.
니 머리 다 쥐어뜯고 싶었어 내가 머리를 얼마나 쥐어뜯었는지 알아?
꽃다발 들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데 꽃다발로 미친듯이 너 때리고 싶었어.
할까말까 사진찍는 걸 보면서 걸음을 뗏다 붙였다만 몇번을 했어.
근데 졸업식 쯤에 애들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었나봐 너?
혼자만 사진찍고 부모님이랑만 찍고 부모님이 자꾸 친구들하고도 찍으라니까
굳이 이미 졸업했던 친한애 붙잡고 사진찍는데 그거 좀 불쌍하게 느껴지더라.
부모님한테 나는 애랑만 찍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냥 발걸음을 돌렸어.
그렇게 잊은 줄 알았는데
우리 복지학과였잖아.
솔직히 너랑 같이 나 따돌렸던 애들 다 복지 관련 기관으로 갔다고 들었고
너는 졸업쯤에 학교복지쪽으로 하고 싶다고 하고 학교폭력관련 프로그램에 가서 교육한걸로 알아.
근데 니가 학교폭력으로 무슨 강사 자격으로 해?
니가 나 중심 가해자잖아.
너 나한테 미안하단 말 했어? 단 한번이라도 했어?
니가 무슨 자격으로 복지관련 일을 해?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복지기관에서 일을 한다는 거야?
나 그래서 솔직히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서 복지학과를 간거였고
지금도 그동안 공부한게 아까워서 너희같은 애들 때문에 하고싶었던 걸 포기하기 싫어서 붙잡고 있는데.
우리 복지는 연계랑 협력사업이잖아.
나 혹여라도 일하다가 너희를 볼 자신이 없어. 자꾸만 수렁으로 빠질 것 같아.
그래서 최대한 부딪치지 않을 영역에서 고르고 골라서 취업 준비하는데 이거 안되면 나 복지 포기할려고.
솔직히 너희가 복지기관에서 일을 한다는데 그 자체에 환멸이 나.
얼마 안있으면 시험인데 내가 손톱이 많이 길었고 길러지고 있더라구.
갑자기 그래서 문득 너가, 너희가 내 속에서 치밀어 올랐어.
너희를 만나고 나 손톱 물어뜯는거 심해서 피도 본적 꽤 있거든.
시험이라던가 좀 초조해지면 심해지던데 시험이 다가오는데도 안물어 뜯더라고.
졸업한지 1년쯤이 되서야 이제서야 손톱을 깎을 수 있게 됐어.
길어진 손톱을 보면서 좀 자각했어. 이제서야 벗어나고 있구나.
나는 이제 더이상 너를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털털 털어내고 싶어.
이 글을 읽을지 안읽을지도 모르지만,
이 글을 읽어도 분명 십중팔구 자신인지도 모르고 하나도 안찔릴것 같지만
하나라도 찜찜하고 걸리는게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간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그 감정을 다 털어내서 쓴 이글을 읽고
너도 치밀어 오르듯 니가 한 행동들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했으면 해.
그리고 우리 평생 만나지 말자. 접점이 없으면 좋겠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