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자고, 제가 차였어요. 이제 헤어진지 5일 됐고요.
차이기 전엔 제가 너무 지쳐서 여러 번 헤어지자 얘기했었고, 그때마다 상대는 너가 헤어지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자기는 헤어질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얘기했어요.
저는 붙잡아 주길 바라서 한 말이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 관계가 나만 놓으면 끝날 관계라는 걸 상기시켜주는 느낌이었어요.
1년하고도 한 달 만나는 기간 동안 연락 문제로 정말 많이 싸웠어요. 제가 늘 닦달하는 쪽이었고, 상대는 노력하겠다 말하곤 했는데 제가 봐도 정말 처음보다는 많이 바뀌고 노력해 준 걸 알았어요.
상대는 돈이 많이 없었어요. 저는 직장인이었지만 상대는 취준생이라 데이트 비용을 1월부터는 거의 제가 다 냈고, 그게 미안해선지 4월 들어서는 만나는 횟수를 줄이자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더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일주일에 두 번은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게 너무 미안해서 안 되겠대요. 그래서 주에 한 번 만나는 걸로 합의를 보고 이해하겠다 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남자친구가 연락이 잘 안 됐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도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예민한 상태였구요.
그러다가 남친이 취업이 되었어요. 저보다 훨씬 연봉도 세고, 좋은 회사로요. 저도 몸을 회복하고 있던 때라 일이 잘 풀리나 싶었어요.
한 주를 내내 못 보다가 드디어 보는 날이 되었고, 저는 몸도 몸이지만 여러가지 다 잘 풀린 덕분에 기분이 좋아서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었어요. 근데 남친은 친구를 보러 가야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보고 집에서 쉬라고 얘기하면서.
이제 겨우 마음이 놓이는데, 저렇게 얘기하니까 그동안 참아왔던 게 다 터지면서 엄청 크게 싸웠어요. 저는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이야기했다가, 너무 쿨하게 오케이하길래 또 붙잡고, 생각할 시간을 갖을 바엔 헤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가, 헤어져도 친구로 지내달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제 말에 울었구요. 미안하다고요. 여태까지 너무 못 해준 거 같다고. 저도 그 말 듣고 너무 속상해져서 부둥켜 안고 같이 울었어요.
폭풍 같은 한 시간이 지나가고, 남자친구가 조금 묘하대요 기분이. 이상하다고, 자기 얼른 집에 가보겠다고, 그래서 그냥 보내줬어요. 생각할 시간은 없던 걸로 얘기가 됐고요.
그렇게 집으로 가는 줄 알았더니, 친구들 보러 간다더라고요. 그래서 가라고 했어요. 만나고 와서는 평소처럼 전화하고 여느때랑 똑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 날이 되었는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갑자기 얘기하더라고요.
연락하기 싫으냐 물어보니 연락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지금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할 게 많대요. 사실 제가 그때 남자친구 집 앞으로 서프라이즈를 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어제 울고불고 얘기하고 보니, 제가 여러 얘기들을 털어놨던 게 미안하기도 하고, 남자친구 상황도 많이 힘들 텐데... 하고 생각하니까 당장 달려가서 맛있는 거라고 먹이고 싶더라고요.
여러 달달한 음식들 바리바리 싸들고, 문 앞에 내려놓고, 연락을 남겨도 깜깜무소식, 전화를 몇 통이나 해도 안 받길래 그냥 근처에서 기다렸어요. 얼굴이라도 한 번만 보고 가려고.
그리고 3시간만에 얼굴을 봤는데, 엄청... 뭐랄까 화가 나있더라고요. 자기는 오늘 쉰다고 이야기했는데 미안하게 왜 이런 짓을 하냐는 늬앙스로 얘기를 하는데, 솔직히 너무 서운했어요. 제가 제 마음대로 찾아간 행동은 잘못했던 거긴 하지만... 기분을 풀어주려고 한 행동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해서요.
그래도 어영부영 제가 잘못했다고 얘기하고, 그냥 사이 좋게 지내자며 또 그 날은 잘 풀었어요. 이틀 뒤에 데이트 때 볼 영화까지 같이 예매했구요.
그리고 똑같았어요. 연락이 뜸한 거는 원래도 자주 싸우던 일이니 거의 반포기 상태? 였고, 데이트도 평소처럼 했고, 전화든 뭐든 평소랑 다른 거라곤 피곤하다는 말을 계속 했고, 피곤해서 연락이 안 될 거라고 미리 통보도 했던 거? 그거예요.
그리고 피곤해서 연락을 못 하겠다, 내일 하겠다, 얘기하고 바로 이틀 뒤에 헤어지자네요.
울고불고 서로 더 잘하자 다독이던 그때 이미 저에 대한 마음이 다 식었대요. 예전처럼 소중하지가 않고, 연락에 힘을 쏟고 싶지가 않고, 너무 안 맞대요. 그래서 얼굴 보러 가서는 제가 잡았어요. 맞추겠다고. 근데 미안해서 안 되겠대요. 상황도 그렇고(취업한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어서 아직 돈이 하나도 없어요), 마음도 그렇고 예전 같지가 않다네요.
잡아도 잡아도 안 되길래, 그래도 마지막으로 데려다주겠다는 거 뿌리치고 헤어진지 이제 5일째인데, 제가 연락을 해도 바뀌는 건 없겠죠?
헤어질 당일에 저한테 한 번만 안아보자 그랬고, 제가 싫다니까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아까는 안아달라며~(제가 헤어지지 말자고 잡을 때 계속 그랬어요, 손 잡아주면 안 되냐, 안아주면 안 되냐 하고요) 하면서 서로 싫어서 헤어지는 게 아니고 상황이 이래서 헤어지는 거래요.
제가 봤을 땐 제게 마음이 떴는데 미안해서 포장하는 거 같거든요... 사귀면서 정말 정말 힘들었긴 한데, 또 헤어진 당일날 했던 행동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아직 헤어진 게 믿기지가 않고 계속 친구로라도 남고 싶어요.
제가 연락을 해봐도 될까요?
참고로 상대방은 전형적인 회피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