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대략 1달
달력을 봤다. 곧 로즈데이더라.
꽃 가지고 너한테 가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올 차단이기도 하고 저렇게 말하면 오지 말라고 할 테니까
아무 생각 없이 뭐에 홀린거처럼 전여친 집으로 갔다.
차로 2시간 거리.. 연애 초 3번 연속 내가 가고 그 이후로는
나는 한 번도 가지 않고 니가 줄 곳 버스나 기차를타고 왔었지.
2시간 가는 길 설레었다. 왜 설레는지 모르겠다.
뭔가를 기대 한건가? 모르겠다.
나는 한 번도 너한테 꽃 선물을 한 적이 없다.
넌 나한테 안개 꽃이 좋다고 했었지.
그래서 꽃집가서 장미랑 안개꽃 섞어달라했다.
마카롱을 좋아하는 너라서 마카롱을 사려고 그 동네를 다 뒤졌는데
문 닫았거나 마감이더라. 참 운도 없지..
너네 집 앞에 꽃을 놔두었다.
혹시나.. 너가 연락이 와서 얼굴 한번 보자 할까 봐
말도 안 되는 기대였나 보다.
집 앞에 꽃을 두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그 동네를 차 타고 맴돌았다.
어느새 밤이 됐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너의 방 불이 켜지는 걸 봤다.
네가 꽃을 본 모양이다.
카톡을 계속 껏다 켯다 하다 보니 네가 차단 풀는 걸 확인했다.
이게 뭐라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전여친 집 앞에서 카톡을 했다.
결론은 좋은 소리 하나도 못 들었다. 내 자존심 다 내려놓고 밑바닥 보여줬다.
뭣도 없는 놈이지만 자존감과 자존심 하나는 굉장히 센 편인데 너한테는 그냥 바닥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술 한잔하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마지막 희망을 놓친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내가 전여친 집 앞이라는 걸 몰라서 어찌 보면 다행이다.
스토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이게 마지막의 연락이 될 거 같은 촉이 와서 마지막으로 헤어짐의 이유를 물었다.
자기관리, 청소, 집요한 성격, 같은 말 반복, 집 데이트 등등
난 일부러 구질구질하게 굴면서 네가 나한테 독한 말을 하게끔 유도했다.
그래야 잊을 거 같아서 내 삶을 살 거 같아서.
오늘하루 참 길다.
난 참 쓰레기처럼 연애했다.
네가 페북을 하라 했는데 안 했다. 근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친한 친구들의 남자친구와 비교가 엄청났을거다.
너는 내 방구석에 내팽개쳐져 있는 네가 준 선물을 봤다.
일 때문에 매번 약속을 취소했다.
어디 놀러도 안 가고 집 데이트만 했다.
청소 잘 하겠다고 자기관리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았다.
내가 사는 지역으로 오는데도 난 일 때문에 굳이 지하철까지 갈아타서 우리 집 가까운 곳으로 오게 하거나 버스 타고 내 집까지 네가 찾아왔다.
너한테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을 여기에 써보려 한다.
3월 중순쯤이었을 거다. 마지막 데이트 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약속해놓고 끝내 버스터미널에 데려다준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너랑 이대로 데이트를 해버리면 도저히 연애에 답이 없는 거 같아서 서울~부산 장거리도 이 정도로 못 만나지는 않을 거 같아서
너한테는 말 안 했지만 이직하려고 준비했고 최종 이직할 직장에 확답을 4월 10일에 받았다.
이직할 직장은 새벽까지 일할 일이 절대 없고 주말도 내가 알아서 조절해서 쉴 수 있는 프리한 곳이었다.
그걸 너한테 말해주고 싶었는데 결국 말하지 못했네 그땐 이미 우린 남이 되어 버렸으니까..
힘들다 피곤하다 징징거려서 미안하다. 근데 정말 힘들었다. 네가 걱정할까봐
퇴근했다고 거짓말하고 새벽까지 일한적이 수없이 많았다.
당장의 연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했지만 난 일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긴 군 생활로 인해 남들보다 몇년을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이다 보니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빨리 연봉이 오른다. 나는 너와 당장의 오늘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생각했었다.
네가 사랑하는 동생도 내가 무조건 먹여살려야겠다고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얼마나 만났다고 이런 다짐을 한다고 누군가는 비웃겠지만 이 여자라면 내 인생의 마지막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네가 내 삶의 전부라고 느끼고 이제 제대로 연애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 너는 이미 마음 정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연애의 아쉬움이 2가지라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못한 나 자신과
네가 나한테 가진 불만들을 제대로 표시해주지 않은 것
아이러니하다. 내가 너한테 반한 순간이 내 잘못해대해 팩폭할때 였는데 말이다.
너는 판을 하지 않는 여자라 이걸 읽어볼 일이 없겠지만
이렇게 여기에 써보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