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추위를 몰고 왔는지 입춘이 지나자 마자 많은 눈과 함께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
다. 그리고 아침 일찍 내린 눈이 도로에 꽁꽁 얼어붙는 바람에 도로는 미끄럼틀을 방불케
합니다. 그러나 제가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 문을 나설 무렵에는 도로의 눈은 어느 정도
녹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함박눈이 퍼붓기 시작합니
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타고서 함박눈을 맞으며 도로를 달리는 기분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
니어서 오늘도 보성읍 우산리 장미힐 아파트를 향하여 천천히 달려갑니다.
장미 아파트에서 소포를 하나 배달하려고 승강기에서 아파트 8층으로 오르는 버튼을 누른
후에 승강기를 오르는 순간 할인마트의 물건을 배달하는 청년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청
년과 승강기를 동승하여 아파트의 8층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데 그 청년의 인상이 별로 좋
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네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는가?" 하고 물었더니 그 청년이
"참! 사람들이 너무 한단 말입니다!" 하는 겁니다. "아니! 어떤 사람들이 너무 하는데?" 하
고 물었더니 청년이 한 손에 들고있는 조그만 검은 비닐 봉지를 가리키더니
"참! 이런 것을 다 배달해달라고 한 단말입니다! 전부 해도 돈 5천원 어치도 되지 않는 것
을 배달해달라고 하니 자꾸 짜증만 나서 힘들어 죽겠어요!" 합니다. "이 사람아! 그런 생각
을 말게 자장면 한 그릇이면 3천 원인데 자장면 한 그릇 주문하고서는 빨리 배달해 주지 않
는다고 야단을 치는 사람도 있다는데 5천 원어치면 상당히 큰돈 아닌가? 자장면 배달하는
사람에 비하면 자네는 그래도 굉장히 비싼 물건을 배달하는 셈인데 그렇게 인상을 팍 쓰면
서 짜증을 내면 결국은 자네만 더 힘이 들게 되는 법이라네! 기왕에 하는 일이니 즐거운 마
음으로 하게나!" 하였더니
"아저씨 말씀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은데요! 어떤 때는 배달할 물건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
가 쌓일 때가 많거든요!" 하기에 "같은 일을 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면 더욱 즐
겁고 신이 나지만 자꾸 짜증이나 신경질을 내게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일에 염증을 느
끼게 되고 그리고 그 일은 결국 오래 할 수가 없게 된다네 일을 하지 않으려고 작정을 하였
다면 모르겠지만 기왕에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신나게 일을 하게 그러면 마
음 속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는 법이라네!" 하였더니
"그래서 아저씨는 항상 웃는 얼굴이세요?" 하고 묻습니다. "왜? 나라고 짜증나는 일이 없겠
나? 나도 사람인데! 그러나 기왕에 하는 일이니까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고 한
다네!" 하였더니 "정말 그러겠네요!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승강기
는 벌써 8층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 하는 여
자 분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예! 집배원입니다! 소포가 하나왔네요!" 하였더니 현관문이 열
리면서 아주머니께서 "우리 집에 소포 올게 없는데!" 하시며
"아저씨 어디서 소포가 왔어요?" 하고 묻습니다. "예 내용물이 장뇌산삼이라고 쓰여있는데
요!" 하면서 소포의 내용물이 쓰여있는 곳을 가리키자 아주머니께서는 "아저씨 잠깐만요!
제가 우리 집 아기 아빠에게 전화를 한번 해 보고요!" 하시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
합니다. 그러더니 "자기야? 아니 무슨 장뇌산삼이라는 소포가 하나 왔는데 자기가 주문한거
야? 뭐? 나 먹으라고 주문했다고? 아니 지금 우리 형편에 장뇌산삼 먹을 형편이야? 나 그냥
소포 반송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알았지?" 하고 전화를 끊더니
"아저씨 죄송한데요! 소포를 다시 반송시키면 안될까요?" 하고 묻습니다. "아니 아저씨께서
사모님 생각하고 주문한 것 같은데 다시 반송을 시키려고 그러십니까?" 하였더니 "아이구
아저씨~이 왜? 남자들은 이렇게 속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우리 애들 학비만 해도 얼마
가 들어가야 하는 판인데 제가 이런 것을 어떻게 먹겠어요? 아저씨 미안하지만 이 소포 그
냥 반송시켜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하시는 겁니다. "그래도 사모님 생각하는 사람은 애
들 아빠 밖에는 없는데 왜 남자들은 속이 없다고 하세요?
그리고 저녁에 애들 아빠오시면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러면 아저씨 기죽습니다!" 하면서
소포를 가지고 나오자 아주머니께서는 아무 소리 없이 그저 빙긋이 웃고 계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