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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미투 지난 10년간, 앞으로도 잊지못할

기억나니 |2019.05.25 23:51
조회 1,833 |추천 15
안녕하세요. 현재 24살 여자입니다.
요새 잔나비 멤버부터 효린까지 학폭미투에 대해 거론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지난 10년 동안 괜찮아질만하면 저를 중2로 되돌려버리는 일을 얘기해 보려합니다.
저는 수원의 사립 여자중학교를 나왔습니다.
10년 전인 2009년에 저는 중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건 수행평가 기간에 과학시험을 보던 때였어요.
수행평가로 서술형 문제를 풀고 채점을 위해 줄끼리 서로 시험지를 바꿔 채점을 했습니다.
저는 수행평가를 잘보고 싶은 마음에 제 시험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찾아 매너채점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매너채점은 틀린답을 썼으면 고치고 맞는 답을 써서 맞게 해주는 등의 행위 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분명 저의 잘못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도 저에게 자신도 매너채점을 해달라 했고, 저는 그 친구의 시험지를 찾아 고르고 채점을 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선생님께 들켜버렸구요.
왜 들켰냐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가 서술형인 시험지에 답이 하나도 안적혀있었다면 이해가 가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매너채점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답을 적어주며 맞았다 해주었고, 서술형 답안을 채우다 보니 저말고는 모두 채점을 끝낸 후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왜이렇게 오래 걸리냐며 저에게 오셨고 그 결과 들키게 된겁니다. 
(그와중에 제 시험지를 확인해 보니 그 친구는 서로 매너채점을 해주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더군요...)
저는 선생님께 불려가서 사실을 고했고, 선생님께서는 그 친구와 저에게 재시험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친구는 그 소식을 듣고 매우 억울해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친구의 친구들은 저를 욕했구요.
재시험을 보는 날 과학실에서 시험을 본 후 반으로 돌아와 그 친구가 시험을 못봤다며 울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반에 앉아있는 저에게 앞에서 대놓고 "쟤는 양심도 없냐 애가 이렇게 우는데 가만히 있네"라는 겁니다.
(재시험을 잘보지 못한건 저 때문이 아닌 본인이 공부를 안해서인데요..)
저는 들킨 후에도 사과를 했고, 계속해서 눈치를 보고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재시험을 망치고 나서 저에 대해 더 쌀쌀맞아 지더라구요.
그와 동시에 그 친구와 친했던 친구들이 반에서 목소리가 큰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저는 거의 은따를 당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매일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여자아이들이 무서운것이 신체적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도 사람을 고통받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계속 되는 그 아이들의 눈치와 기죽임으로 너무 힘들어 집에 가서 혼자 울고 죽고싶다는 생각으로 커터칼을 들었다가 죽을 용기도 없어 애꿋은 손목만 그어댔습니다.
저는 이 힘들었던 일이 때때로 꿈에도 나오고 잊을만하면 계속 생각이 납니다.
그 친구들은 그때 당시 제가 그렇게 힘든줄도 몰랐겠죠...
혹시나 이 글을 볼까 그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려 합니다.

너희는 이 일을 아마 까맣게 잊고 살고 있거나 술자리 안주거리로 꺼낼지도 모르겠어.
근데 나는 너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힘들었어
너희는 그 친구한테 자세한 정황은 듣고 그랬던건지도 너무 궁금해
너희가 나를 따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너희의 행동은 그랬어.
그리고 반장, 청소시간에 내가 소리내서 울었던 때 기억나?
그 때 하필 담임선생님이 우릴 불렀잖아.
선생님이 우는 나를 보고 왜우냐고 물으셨을 때, 나를 매섭게 쳐다보던 너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
그 때 내가 널 보고 선생님한테 "공부하는게 힘들어서요."라고 했던건 기억나?
누가 봐도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너는 많이 안도했을지도 모르겠다.
10년 가까이 된 일이라 너희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어
내가 왜 이제와서 인터넷에 이런 글을 쓰냐고? 
너희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24살이나 먹고 한 때의 일로 이러냐는 분도 계시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잊지못합니다...
만약 저 친구들한테 연락이 오거나 한다면 글을 추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15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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