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주에 저희 아파트단지에서 중고장터를 여는데
친한 분이 자치회 임원이라 강제(?)로 판매자에 이름을 올렸어요.
연말에 회사에서 중고 물품 기부행사를 한 터라
장터에 내놓을 게 별로 없어서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졌네요ㅠㅠ
지난 목욜에 남편이 시댁에 김치 가지러 갔다가
아파트 중고장터 얘길 했대요.
어머님이 아이스박스 하나 주워왔는데
안 잘 되는 거 같다고 하셔서
남편이 살펴보니 안쪽에 크게 깨진 부분이 있더래요.
새거 하나 사드린다 하니 비싸니까 관두라 하셔서
인터넷 중고물품사이트 찾아보든가
아파트 중고장터 하니까 거기 나온 거 있으면 사오겠다 하다가
제가 장터에 판매자로 나간다는 얘기까지 나왔댑니다.
그러고 어제 아침에 시어머니께서
중고 내놓을 거 모아놨으니 가지러 오라고 전화를 하셔서
남편이랑 시댁 갔다가 깜놀했네요.
작은 방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옷들 보여주시며
"이거 다 팔면 쏠쏠하겠지?" 하셨지만
하나 같이 그냥 버려야 할 옷들..
옅은 색깔 옷들은 다 목부분이 누렇게 돼 있고
헤진 부분도 많고 이염된 옷들도 많았어요.
짙은 색 옷들도 여기저기 색 바래고 보풀 마구 인 것들..
그나마 좀 상태가 나아보이는 옷은
블라우스 단추가 없거나 바지 단추나 후크 부분이 사라짐.
심지어 오래 된 어머님 내복(자주색, 분홍색 레이스 달린)과
아버님 런닝들까지 한 무더기 나와있는 걸 보고 경악.
다리미랑 드라이기도 가져가라고 옆에 두셨는데
혹시나 해서 남편이 코드 꼽아보니 둘 다 작동이 안 됨-_-;;
당황하고 있는 중에 어머님께서
그것들 싸주신다고 보자기들을 들고 오셨고
"어머님, 이걸 어떻게 팔아요~" 한마디 했다가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남편이 "엄마, 이런 건 버려야지. 누가 이런 걸 산다고 그래"했지만
어머님은 저한테만 화를 내시면서
"너 내가 이거 팔면 너 어떡할래?
내가 중고장터 나가서 팔테니까 끝나고 보자" ...
우리 아파트 중고장터에 그걸 다 들고 와서 파시겠대요.
아들한테 몇 시부터 하냐 어디로 가면 되냐 물으시는 거
안 가르쳐 드리고 있지만 그래도 막무가내로 오실 것 같아요.
어머님의 주장은, 중고물품 파는 데 가보면
다 이런 거 내놓고 5백원 천원 한다고..
니가 그런 데 안 가봐서 그렇지 사는 사람은 다 산다고..
고장난 다리미와 드라이기는 고쳐서 쓸 생각 하고
천원 주고 사는 거라고..
황학동 시장 이런 데(?)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진짜 그런가요?
그렇다고 한다면 거기 가서 팔아오시지
왜 우리 아파트단지에 오시겠다는 건지ㅠㅠ
저 판매자로 올려놓은 친한 언니한테
얘기했더니 생각 좀 해보겠다 하곤 아까 연락이 왔어요.
판매자에서 빼주겠다, 니가 판매대 차지하고 있으면
어머님이 오셔서 거기다 그 옷들 올리려 하실 거고
그걸 자치회에서 말리긴 어렵지만
아예 니가 없으면 아파트주민만 참여 가능으로
제재하면 되지 않겠냐고..
이론상(?)으론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지만
지금 어머님 기세로는 그날 바리바리 들고 나타나셔선
왜 안 되냐고 우리 아들이 몇동 몇호 산다느니
버럭버럭 하실 것 같아요. 그럼 동네 망신 뻔하고ㅠㅠ
남편은 "그냥 우리 1박2일로 어디 여행 가버릴까?"
이딴 걸 해결책이라고 제시하고 있네요.
하.. 진짜 어쩜 좋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