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랑 지나가다 신축 중인 아파트를 봤다. 엄마는 여기 삼촌이 사줬댄다. '내 사촌오빠'에게.
위치 아주 대박인데? 하고 집에와서 검색해봤더니 18억, 26억이다..
그 집 재산에 비하면 저건 정말 껌값이라 놀랄 가치도 없지만 실물로 볼 때는 기분이 틀리다.. 역시 나와 다른 세계
서울 최고 비싼 교통 요충지에 친척들의 대형 건물들도 많다.
밖에 나가 놀 때 껍적거리고 잘 산다는 집 자식들 많이 봤지만 우리 친척들만큼 잘 사는 집은 아마 본 적이 없는 정도다. 20대인데 20억 물려받았다고 자랑하던 그. 눈물나게 부러웠던 나. 근데 걔네들도 범접못할 세계다.
자식도 많지만 저 자식에게 저거 하나만 주고 끝날 것도 아니다.
나는 평생을 겪었다. 극기훈련도 두번 다 빠져야 했고, 준비물도 비싸다 싶은건 못 샀고, 외식한번 제대로 못하고, 소풍갔을 때 놀이공원 가면 남들 놀이기구 타는거 혼자 앉아서 바라보며 재밌겠다.., 남들 다하는 생일잔치 집에서 한 번 못해본 나다. 그런 내가 친척들 잘 사는 것 평생 봐야 했다.
엄마는 너를 더 고생시켜야 했다고 한다.
나는 원래 참 착하고 구순하고 이해심이 많은 스타일이다. 아빠가 없다고, 우리집 돈이 없다고 한번도 불평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엄마에게 들들 볶였다. 너네 낳아서 내 인생 망쳤다고. 사람들이 다 아빠한테 애들 주고 시집가라 한다고. 너네 없었으면 지금 나 새시집가도 된다 얼마나 좋았겠냐고.. 두발에 철컹철컹 너네 이렇게 족쇄처럼 붙어있는 거라고. 너네들이 말을 안 들어서 엄마 언제 집 비우고 없어질지 모른다, 학교에서 하교하고 오면 엄마가 집에 없을까봐 걱정됐다..
그래서 나는 유년시절이란 게 없다. 늘 자신감 없었고 중학교 때는 자살이란걸 알게 되었다.
엄마가 우릴 너무 때리고 욕설(많이 배운 여자가 왜 년이 심심찮게 붙어나오나 싶다. 없이 살면 사람이 이렇게 망가진다.) 혼낸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 할 때마다 너네가 너무 싸워서랜다.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문제아도 아니고 과격한 성격도 아니었던 우리 자매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만 싸워도 인생이 힘겨운 편모에게는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엄마는 항상 더 못사는 집 애들도 서울대 가고 의대 가고 한다고 어릴때부처 말했다. 그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다가, 언니는 "그럼
다른 엄마들은 혼자 사는데 다들 돈 잘 버는데 엄마는 못벌어?" 하니까 어릴때 직업교육도 못받고 그냥 시집가면 되는줄 아는 집안상황이었댄다. 본인은 핑계가 많다. 남보다 좋은 조건에서도 시집도 잘 못가고 직업도 못 갖고 그랬음서 우리는 남보다 나쁜 조건에서도 남보다 잘하지 못하니까 못났다고 매일 탓한다.
아빠없는거 돈 없는거 한번도 탓하지 않는데 오롯이 피해를 당한 자식들한테만 화풀이하던 엄마,
그런 탓은 본인 돈 다 먹어버린 형제들이나 아빠한테 해야 맞는 거 아닐까?
사촌들과 비교하며, "돈 있는 집 애들이 더 착하더라." 라는 개소리를 잘 한다.
나는, "돈 있는 집 애들은 착하지 엄마처럼 본인 가난과 불운을 자식들한테 화풀이하지도 않고, 이것저것 다 시주고 교육시켜주고 지원하면서도 더 해줄것 없나 하고 오는 말이 고우니까 자식도 당연히 가는 말이 곱지. 나도 좋은 착한 딸이고 싶고 효도하고 싶은데 엄마가 맨날 이년저년 거리고 죄없이도 때리고 화풀이까지 해서 같이 잘해줄 수가 없어. 나는 좋은 부모를 만나 같이 잘해볼 그런 기회조차 없었던 거야 너무 슬퍼." 라고 하니까 또 지랄...
"엄마 그런 소리 하지마 내주변 사람들한테 말하니까 엄마 다들 미쳤다고 한다. 돈있는집 애들은 많이 받고 살고 부모가 이뻐하니까 당연히 같이 잘하지. 엄마 어디나가서 그런소리 하지마 욕먹어." 하고 내가 겁나 지랄하니까 요새는 말 안한다.
나는 엄마가 가엾다고 생각했다. 가난한것 엄마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나는 죽을정도로 심장이 곪아썩어도 한번도 탓하지 않았다. 근데 우리에게 화풀이하는 엄마 때문에 가난과 학대의 이중고를 겪게 되면서 더이상 잘해주고 싶지 않았다. 20살에 깨우쳤다. 30살엔 아동심리학을 배우면서 책에 엄마가 아이를 이렇게 키워야 한다를 죄다 반대로 키운 것을 보면서 그 다섯 줄 정도를 읽으면서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자존감을 죽이는 나쁜 부모.
돈없어서 그렇잖아도 없는 자존감을.
애 안 낳아서, 불행 반복하지 않을 거다. 완벽한 삶이란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