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걸렸지.
난 그때 너의 가치를 몰랐다.
연애에 관한 한 나의 기준을 세워놓고 너를 짜맞추기 바빴던 나다.
내 기준에선 너는 동생으로 남으면 제일 좋은 여자였지. 그리고 오랫동안 우리는 각자의 연애를 하며 연락이 닿았다가 끊겼다가 하면서도 좋은 남매로 계속 지냈지.
불현듯 우리가 둘다 혼자일 때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 이런 연애 이런 결혼은 어떨까 하면서도 다음에 놀러도 가고 맛난 것도 사 먹자고 약속했었지.
늘 너는 나에게 연애상담을 했었지. 믿을 사람이 나뿐이라며 찾아오는 너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넌 나에게 소중한 동생이었으니까. 그냥 이야기만 들어줘도 표정이 좋아지는 너는 그냥 좋은 동생이었지.
하나 둘씩 너를 이해하면서 나는 너의 내면이 궁금하게 되었다. 그렇게 너를 알고 싶어지게 되었다. 넌 늘 나에게 그랬지.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게 티가 난다고 말이지.
불현듯 어느날 저녁 술에 취해 오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냐며 이야기하고 잠이 든 너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다음 날 아무 기억도 못하는 네가 난 궁금해졌다.
점점 그렇게 나에게 스며들어오고 나니 나는 이제 너를 더 알아가면서 너의 과거와 습관을 모두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너는 소중하니까. 장난으로 주고받은 사진은 고이 내 소지품에 담아두었다. 너의 그 상자에도 내 사진이 있듯이.
네가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는지 안다. 너의 몸이 얼마나 약한지도 안다. 너의 미래가 불안한 것도 안다.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가 만난 일들과 2년이 넘게 서로의 연애를 하느라 끊긴 시간을 제외하면 매일 이야기하던 우리를 나는 기억한다. 그 시간이 그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해 주었다.
지금은 다른 남자에게 가 있어서 그저 말 못하고 이러고 있네. 이대로 네가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해도 좋다.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다 이해한다. 그게 너의 길이니까.
그렇지만 만약 한번이라도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나는 아침부터 가보지 않은 꽃시장에 가고 간 적 없는 호텔 레스토랑에 예약을 잡고 입을 일이 없는 정장을 입고 너를 초대하고 싶다. 그때 내 진심을 이야기하면 받아주면 좋겠다. 받아주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돌아온 단 한번의 기회에 너를 내 옆에 두고 싶어했던 기억으로 만족할 생각이다.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