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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마음이 없다는 사람 기다리기

마꾸마꾸 |2019.07.07 21:48
조회 1,543 |추천 0
안녕하세요. 서울 상위권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대생입니다. 저는 저를 정말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요. 저희는 중학교 친구였는데 고등학교 때 우연히 연락이 다시 닿아 친한 친구로 지냈습니다. 고등학생인만큼 저희는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저보다 훨씬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곤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하던 연애처럼 사귀는 날짜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요.

저는 특목고에 다니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일반고에서 공부를 아주 잘하는 의대지망생이었어요. 저희 고등학교는 전원 기숙사인데다 학교가 동네보다 멀어서 남자친구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이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땐 주말마다 만났고 고3 때에는 서로에게 너무 중요한 시기이기에 한 달에 한번 꼴로 만났어요.

둘 다 수험생이었지만 저는 특목고이기 때문에 입시에 유리한 위치여서 그 사람보다는 덜 힘들었어요.(수능최저도 없는 수시전형으로 대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성격은 워낙 낙천적이고 그래서 성격상으로도 제가 덜 힘들었을 것이고요. 저는 남자친구만을 위해 헌신적인 연애를 했어요. 제 힘든걸 말하면 남자친구한테 피해를 주는거 같아서 혼자 삭혔고 항상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입장이었어요. 그리고 남자친구는 워낙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이라 수험생 시기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어서 애정표현도 끊어버리고 잘 만나주지 않았어요. 자기관리를 정말 확실히 하는 사람이었죠. 그렇게 입시가 끝나고 저는 서울 상위권 대학들에 합격하고 남자친구는 재수가 확정되었어요.

저희는 어린 나이였지만 서로 굉장히 깊고 성숙한 연애를 했습니다. 늘 멀리보자는 남자친구의 말을 되새기며 저도 같이 성숙해지고 양쪽 가족들도 저희를 매우 응원해주셨어요. 또, 저를 이렇게까지 사랑해주고 배려해주고 모든 걸 다 이해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습니다. 성숙한 그 아이의 태도에 저는 매순간이 감동이었고 저도 사랑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였어요.

그렇게 각자의 20살 인생이 확정되고 많은 것들을 약속하며 저는 대학생활, 그 아이는 재수생활이 시작되었어요. 2019년 3월. 저는 대학생활에 충실하려고 했고 그 아이는 저의 대학생활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친해진 남자동기들과 함께 놀 때 너무나도 큰 죄책감이 들고 어디 가서 놀고 있어도 무엇을 먹고 있어도 그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는데 저 혼자만 놀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롭고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어요. 동기와 선배들은 재수생과 연애는 힘들다. 왜 기다려주냐. 곧 헤어질거다. 이런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았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혼란스럽고 대학생활을 즐기다보니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평소보다 많이 해주지 못했어요. 말 그대로 애정이 조금 식고 소홀해진 것이죠. 그러다 남자친구랑 어느 날 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서로 감정이 격해지다가 남자친구가 이럴거면 그만하자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은 진심이 아닌 제 마음을 확인하기 위한 말이었죠. 하지만 입시가 끝나고 몇 번 싸울 때에도 불안한 마음에 자꾸 제 마음을 확인하려 2번이나 헤어지자고 했었지만 전 무시하고 평소처럼 지냈어요. 자꾸 이런 식으로 제게 상처주는것이 싫었던 것인지, 정말 헤어지고 싶었던 것인지 헷갈리지만 그래. 그만하자. 라고 답했어요. 남자친구가 실수한 걸 알았는지 3일 동안 전화로 사과하고 저를 붙잡았어요. 마음이 찢어지는 말들이었지만 저는 그 아이의 마음이 더 찢어지는 나쁜 말들을 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정말 안좋게 헤어졌습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한 말중에 남자 동기들이랑 놀 때 네가 너무 신경쓰여서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가장 크게 받아들인 채로요.

남자친구는 저의 엄마와 언니에게도 연락하고 정말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별로 힘들지가 않았어요 헤어지고 나서는요. 하지만 점점 힘들어지더라고요. 너무 후회스럽고 즉흥적으로 이별한거 같아서요. 또, 마음에 없는 상태로 헤어진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2주 뒤에 그렇게 모진 말을 다 해놓고 남자친구에게 다시 연락해서 붙잡았어요. 남자친구는 저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은 상태였어요. 만나서 많은 대화를 했어요. 저는 수도없이 미안하다고 말했고 남자친구는 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저를 계속 달래주었어요. 자기는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사랑한다고요.. 그렇게 다시 잘해보기로 한 저희는 2틀에 한번씩 전화를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저는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야하는 과제를 하던 중이었는데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알콩달콩하게 평소처럼 전화를 하다가 남자친구가 헤어졌던 때를 언급했어요. 사실 전화를 할 때마다 헤어졌던 때를 자꾸 상기시키면서 자신이 힘들었던 것을 말했어요. 그 때마다 저는 계속 사과하고 할 말이 없다고 하고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아이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씩 울고 그랬어요. 그 날은 제가 해야할 일도 있는데 저도 알고 있는 저의 죄를 자꾸 상기시키고 대화를 늘어뜨리는 남자친구가 미워서 퉁명스럽게 답했어요.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고 좋지 않게 전화를 끊었죠. 그 전화는 5월 중순에 한 전화였어요. 전화 내용 중 그 아이는 제가 다시 잘해보기로 한지 몇 일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태도이면 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 말이 너무 걸렸지만 과제에 대한 마음이 급해 짜증만 냈어요.

그렇게 그 전화를 한 후로 1달동안 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카톡만 할 뿐이었죠. 전 재결합 이후로 그 아이에게 신뢰를 심어주려고 매일 제 일상을 보내놓곤 했어요. 그 아이는 재수학원이 끝나고 잠깐 제가 보내놓은 카톡에 세마디 정도 답장하는게 저희 대화의 전부였어요. 한 달동안 전화를 안하는건 아니다 싶어서 제가 먼저 전화를 걸어봤어요. 평소처럼 그 아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해 얘기하고 공감해주고 하하호호 웃으며 통화했어요. 그렇게 전 매일 일상을 카톡으로 보내놓고 그 아이의 짧은 답장들에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냈죠. 그러다 종강을 하고 전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남자친구도 고향 독재 재수학원을 다녀서 그나마 주말에라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설레였어요.

하지만 갑자기 11일 째 제 카톡과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카톡에 답을 안한 기간이 최대 4일이었는데 공백이 너무 길어져 저는 걱정이 많았죠.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저에 대한 마음이 식었나.. 이 두가지 마음으로 복잡한 11일을 보냈어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그 아이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 앞으로 찾아갔습니다. 가까스로 그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아이는 저를 보자마자 짜증을 냈죠. 왜 왔냐.는 말이 저를 보자마자 한 말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한 말들을 쭈욱 적겠습니다..)

왜왔냐. 너는 왜 다짜고짜 찾아왔냐. 이렇게 찾아오면 내가 그 이후로 일정이 어떻게 될줄 알고 오냐. 너 때문에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느냐. 난 너때문에 재수생활 다 망쳤다. 그 때 한 전화(5월 중순에 한 전화) 이후로 너에 대한 마음이 없어졌다. 넌 왜자꾸 나를 괴롭히냐. 너 이렇게 만나고 너 보내고 나면 나는 또 얼마나 신경쓰이겠냐. 그냥 보고싶고 답답해서 찾아온거 아니냐. 난 내 입시가 잘되어도 널 원망할거 같고 잘 못되어도 원망할거 같다. 난 너에 대한 신뢰도가 아예없다. 없는 것을 넘어서 마이너스다. 니가 날 정말 위하고 생각한다면 묵묵히 기다렸어야지. 내가 아무 말없이 연락 안한건 잘못이지만 난 네 연락 보기가 싫었다. 네 연락보면 너무 힘들다. 네가 나한테 신뢰를 주려고 매일 카톡 보내놓는건 알겠지만 그래도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너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뭐하는거냐. 등등..이었어요.

저는 이런 이 아이에게 니 마음이 어떻든 기다리겠다. 미안하다. 너를 괴롭게 하려던 건 아니었다. 난 정말 니가 걱정돼서 온거다. 등등.. 이었어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남자친구가 각자 집 가자고해서 따로 집을 갔어요. (같은 동네이지만..)

저는 저에게 마음이 이제 없다는 재수생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의 관계를 이렇게 만든 것도 저라서 매일 밤이 괴롭지만 전 극복하고 싶어요.. 그리고 헤어지더라도 재수기간을 기다리고 나서도 제게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 때 헤어지고 싶어요. 이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이 아이만큼 저를 사랑해줄 사람이 없을 거 같아요. 그리고 대화가 너무 잘통하고 공통점도 너무 많아요. 생일도 같아요.. 운명이라 생각했던 이 아이를 기다리는게 맞는 걸까요..?
제가 딱 하나 희망을 갖는 이유는 학원 앞에서 한 대화의 일부 때문이에요.

저: 나는 네가 어떻든 다 감수하고 여기 온거야..
남자친구: 난 너에 대한 마음이 없는데 다 감수하고 왔다며. 그럼 이제 그만인거야? 난 이렇게 또 니 마음 확인한건데 감수했다며.
저: 그런 뜻이 아니라 네 마음이 어떻든 기다리겠다는 뜻이었어..

이 대화내용 때문이에요.. 제 마음을 확인하려했다는 말. 이제 그만인거냐고 되묻는 말.. 그런데 저에 대한 마음은 이제 없다고 말하네요..

수능까지 4달이 남았는데 기다리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그 이후에 저희 관계는 건강한 연애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저를 끝까지 원망한다면 그럴 수 없겠죠..정말 저를 사랑해주었어요. 제가 다시 잡았을 때도 저를 안아주며 괜찮다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오히려 위로해주던 그 아이였어요. 그저 눈물만 나고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 아이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거 같고 저희 관계를 이렇게 망쳐버린게 저때문이라는 죄책감이 너무 큽니다..너무 괴로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결정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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