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보니 빡침이 느껴져서 음슴체를 쓰겠습니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일임
나는 할머니와 단 둘이 복도식 아파트에 살았고, 5년 넘게 사귄 남친과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음
당시의 남친이 나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할머니께 인사도 드리겠다 하여 같이 집에 들어갔는데,
막 여름이 지나갈 시기라 할머니는 그때 대문을 항상 열어놓았었고, 거기에 수 년을 살면서 문제 되었던 적이 없었던지라 나도 문을 그대로 연 상태로 집에 들어갔음
그렇게 거실에서 할머니, 남친(남편), 나 이렇게 셋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복도 쪽에서 어떤 빼빼 마르고 주름많고 왜소한 아저씨가 우리를 계속 쳐다보는거임
웃으면서 쳐다 보길래 처음엔 할머니 지인인줄 알았음
그래서 허리숙여 인사드리고 누구시냐니까
옆집에 사는 사람이라는거임
난 직장을 다니면서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들어왔던지라 옆집 사람인줄 몰랐음
근데 할머니도 잘 모르시는 것 같았음
옆집에 이사온지 10년은 됐다고 함..
그래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나와 남편에게 신혼부부냐고 묻는거임
아래부터는 대화체.
아저씨 ㅡ 신혼부부여?
나 ㅡ 네
아저씨 ㅡ 집 보러왔나보네?
나 ㅡ 아뇨, 여기 저희 할머니 집이에요
아저씨 ㅡ 아 그래? 부동산서 집 보러 온 신혼부부인 줄 알았네
(집에 대한 얘기를 한 3ㅡ5분 간 함)
그리곤 잠시 뜸을 드리더니 가히 충격적인 말을 하기 시작함
아저씨 ㅡ 집 아직 안구했으면 보증금, 월세 이런거 전혀 없이 우리집에서 사는게 어때?
나 ㅡ 네?
(이때만 해도 옆집을 판다는 얘긴 줄 알았음)
아저씨 ㅡ 대신에 나 아침밥과 저녁밥만 해줘.
혹시 불편하면 집 내에 가벽은 세워줄게.
딸도 따로 살고, 나도 매일 노가다 하느라 힘이 부대끼는데
다른 것보다 밥이 문제더라고.
남편 밥 차리는 김에... 내것도 해줬음 좋겠는데...
대신에 집에서 사는 비용은 안받을게.
ᆢᆢᆢ
진심 이렇게 말함.
어이가 없어서 할머니, 나, 남편 셋 다 아무말도 못함.
나는 당장 꺼지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할머니가 정중히 이미 애들 집 구했다고 생각없다고 하며 그 아저씨를 집 밖으로 내보냈음
나는 더 따지고 싶었지만, 혹여 다시 찾아와 해코지를 당할까봐 가만히 있었음... 그도 그럴게 진짜 바로 옆집임...
얼마나 나와 할머니를 우습게 봤으면 그딴 말을 하는지 지금도 열불이 남
그날 이후로는 현관문 닫고 살았음
그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음..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결론
밥에 미쳐서 사리분간 못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 수 있으니
현관문 잘 잠그고 다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