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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의 긴 연애를 끝내며.

횬이 |2019.08.01 01:50
조회 474 |추천 1

안녕하세요. 24살 여자입니다.

 

 

22살 추웠던 겨울,

할 일을 마치고 집에 가던 밤, 누군가 저를 붙잡았고 너무 마음에 든다며 번호를 줄 수 있냐고 물었었습니다.

 

 

저는 친구든, 인연이든 모든 사람을 사귈 때 얼굴은 전혀 보지 않고 가치관을 보는 타입이라

' 내 얼굴만 보고 좋다는거야..? 그건 너무 진정성 없지 않나? ' 하는 생각에

번호를 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5번 정도 만나면서 얘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고민끝에 번호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후, 몇번을 만났는데

 


저랑 좋아하는 것도 비슷했고, 웃음 포인트나,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 예를들어 개인적인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가, 서로 연락하는 걸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 어떤 부분까지 받아줄 수 있는가 ) 도 잘 맞았고,

무엇보다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마음이 눈에띄게 보였습니다.

 

 

어느 날은, 제가 케이크를 정말 정말 좋아해서 디저트를 먹으로 갔는데

저와 같이 케이크를 먹으면서 " 정말 맛있다. 많이먹어 " 라고 하는 말을 해주었는데

표정은 별로 안기뻐보이길래

" 사실대로 말해봐. 케이크 별로지? " 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빵 종류를 별로 안좋아한다고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빵을 너무 좋아하니까 자기도 나를 위해서 먹어준거라고.

맛 없어도 행복하다고, 제가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괜찮다고.

 

그렇게 다정했던 사람입니다.

 

 

그렇게 저희의 연애는 2년동안 뜨거웠고, 다른 커플보다도 한 것도 많고

서로가 서로를 닮아갔고, 각자가 서로의 삶속의 커다란 퍼즐처럼 끼워맞춰진 상태였습니다.

 

 

여행도 많이 다녀왔었고,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를 위해 참고 기다려준 사람이었고,

전국 방방곳곳 안돌아다닌 곳도 없고, 특히 제가 빵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저를 위해 전국 맛있는 빵집까지 돌아다닐 정도로 저를 위해 많이 맞춰주고 아껴준 사람입니다.

손잡고 돌아다니지 않은 빵집이 없을 정도로.

 

 

저 또한 오빠의 진심이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받을수도 있구나 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서운한 일이 있어도 그냥 다시한번 생각해보면서, 아 그럴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넘어간 적도 많고

생전 운동이란걸 해보지 않았던 제가, 운동을 좋아하는 오빠 따라서 헬스도 같이 하면서 하하호호 웃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오빠였기 때문에, 술자리나 아니면 기타 모임같은 곳에도

흔쾌히 보내주고, 오빠를 믿고 많이 존중하고 아껴주었습니다.

 

 

그렇게 2년동안 서로 좋아죽는 연애를 하다가,

저희에게도 권태기가 왔나봅니다.

 

 

아니, 권태기도 아니에요.

권태기란 건 서로가 쌍방으로 겪는 감정이니까요.

저는 아직도 오빠가 좋고 항상 챙겨주고싶고 보면 아련하고 애틋합니다.

 

근데 2년이 지났을 때, 오빠는 아니였나봐요.

제가 질린건지, 아니면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웠던 건지,

그게 아니라면 그만두고 싶었던건지..

 

 

하루가 다르게 날마다 변해가더라구요.

 

 

제가 " 어디 빵 먹고싶은데 거기 가자 " 하면 흔쾌히 좋아해주던 오빠가

" 나 빵 싫어하는거 알잖아~ " 하면서 혼자 갔다오라고 하고,

 

2017, 2018년 겨울.

서로 손이 시려워 손을 꼭 잡고 걸어가다가 붕어빵 점포가 보이면

서로 말 없이 쳐다보다가 5초 후에 웃으면서 너도? 나도! 하면서 붕어빵집에 달려가

붕어빵을 사서 호 호 불어주며 먹여주었었는데

 

올 해 겨울은, 길가다가 붕어빵집을 보아도 아무 반응없이 휴대폰만 보며 걷던 오빠.

저 혼자만 겨울이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제가 귀찮아졌는지 투정부리는 날도 많았고

분명 만나기로 한 날인데도, 너무 피곤하다고 다음에 만나면 안되냐고 약속을 깨기도 다반사.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에 웃고 반응해주던 오빠가 이제는 무미건조하게 " 그렇구나.. 휴 " 라고만 하고,

" 오빠 그때 우리 여기 갔던거 기억나? " 하고 물어보면  " 그랬었나 ?? " 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쌓아온 추억들을 기억하지 못할 때.

 

그 중에서도 가장 서러운건, 나는 아직도 오빠가 가장 소중하고 1순위인데

오빠한테 저는 점점 공동순위가 되어가고 있더라구요. 자기 친구들이나 직장 사람들과.

 

 

중요한 것에는 우선순위를 두고, 저에게 좀 더 집중해주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더라구요.

 

 

저도 알아요. 가끔은 저보다 다른 사람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는거.

자기 친구도 중요하겠죠.

 

근데 그게 가끔이아니고, 일상처럼 되어버리는 걸 알아차린 순간

저는 집에서 혼자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올해 2월부터 저도 슬슬 마음정리를 했습니다.

 

누군가를 잊는다는게 이렇게 오래 걸리는 줄은 몰랐어요.

6개월이 조금 안되게나 걸렸네요.

 

 

마음정리를 하는 동안, 가끔 오빠가 저한테 보이는 사소한 배려나 사랑에

' 그냥 다시 예전처럼 지내볼까 ? 헤어지는건 아니겠지 ? ' 하고 생각 든 순간도 많았지만

 

이미 제 자신이 제 마음을 의심하고, 오빠의 마음을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정리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오늘에야 걸쳐 저는 정리를 끝낸 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끝낸게 아니고 묻어두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마음정리가 끝나니까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고

오빠가 뭘 하든 궁금하지가 않고, 혼자 지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된 포인트는

사실 어제 데이트를 하기로 했었는데, 2일 전 저한테 카톡이 오더라구요.

" 내일 만나? "

누가 봐도 만나기 싫은 눈치여서

" 웅 왜? 귀찮으면 다음에 보자! " 라고 답장 했더니

" 그럼 금요일날 보자 " 라고 답장이 온 걸 보고 확신했습니다.

 

아. 끝내는게 맞구나.

 

더이상 눈물도 나지 않았고, 상처 받지도 않았습니다.

여태까지 많이 받아왔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알겠다고 하고, 카톡을 씹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날 만나면 이별을 고하려고 합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아니면 카톡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 지.

 

하고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만나서 하자니 눈물이 터져서 말을 제대로 못할 것 같고

카톡으로 하자니 너무 길어져서 마지막까지 내가 비참해질거 같고.

 

 

24년간 살아오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밤은 처음입니다.

뭐가 맞는걸까요 .

 

 

저는 8월1일 오늘. 오빠를 다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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