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연애 2년 결혼 9년차 남편 얘기

송중기닮은... |2019.08.08 12:34
조회 220,283 |추천 2,251

자세히 쓰면 지인들이 알아볼까봐 인적사항은 대충 둘러대겠슴.

쓰기 편하게 반말, 음슴체 쓸게. 죄송.

 

 

남편은 나보다 연하.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한 번 만나고 사귀자고 하길래

그냥 재미삼아 튕겼더니 한 달을 죽자사자 쫒아다님.

나도 원래 나쁘지 않았는데 못 이기는척 사귀어 줌 ㅋㅋ

 

 

만난지 두 달만에 결혼하자고 하더라고

내가 그때 결혼 적령기라 선자리가 많이 들어왔고

그게 불안하다고. 이러다가 나 버리고 딴 잘난남자랑 결혼하는 거 아니냐고.

 

 

만난지 세 달만에 상견례했는데

집안 막내에다가 위에 누님들과 형님들이 아무도 결혼 안해서

시부모님이 그 사이에 혹시 누구라도 먼저 결혼하게 거진 2년 후에 결혼 날짜 잡아주심.

 

그 2년 동안 정말 너무너무 재밌게 연애했다.

결혼하기로 했으니 대놓고 여행도 정말 많이 하고 외박도;;;

 

그런데 결혼 6개월 앞두고 아이 가지는데 문제 없는지 친정엄마랑 산부인과 가서

검사하는 과정에서 내가 자궁에 혹이 발견됨.

크기가 어른 주먹만해서 그거 떼어낼 때 자궁에 칼대야 되고

아이 못 가질 수도 있다고 했음.

 

친정부모님이 남편 놔주자고 함.

나도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 헤어지자고 했고

이유도 다 말했는데

며칠 후 나 데리고 친정집 가서(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었음)

무릎 꿇고 아이 못 낳아도 상관없다고 막내라서 대 이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둘이서만 살아도 좋으니까 결혼 시켜달라고 펑펑 움.

 

 

양가 부모님 다시 만나서 우리엄빠 죄인되구...

그게 싫어서 남편한테 개지랄했음... 니가 뭔데.. 우리엄빠 절케 힘들게 하냐..

나 니랑 결혼 안한다.. 그랬더니 남편이 너랑 헤어지고 집에 가는데

울 집에서 지네 집까지 차로 20분인데 세 시간이 걸렸다 함..

너무 눈물이 나서 운전을 못하겠어서 중간중간 서서 울면서 가느라고...

도저히 못 헤어지겠어서 그러니까 나 한번만 살려달라구..

 

 

그래서 수술하고..

남편이 병원에서 일주일 내내 같이 있으면서 케어해주고...

엄빠가 그거보고 꼭 나랑 결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나중에 얘기해주심.

 

 

 예정대로 결혼했음.

결혼식 날 남편이 너무 울어서 좀.. 그럴 정도로..여튼 그랬음

나중에 알고보니 나 전에 만났던 여자가 4년인가 만난 씨씨였어서...

신부대기실에 그렇게 남편 쪽 여사친들이 내 얼굴 엄청 보고 가더라..

 

 

여튼 글케글케 결혼하고 같이 유학감.

허니문 베이비가 생김... 진짜 헐...

근데 자궁 외 임신... 나란 여자도 참 가지가지..

 

 

수술하는데 말도 안 통하고 너무 무섭고

보험은 되는지 어쩌는지도 몰랐어서 수술비 너무 많이 나올까봐

걱정되고 정말 불안의 끝이었는데 울보 남편이 그때만큼은 진짜 든든하게

영어공부 막 해서 의사샘이랑 사전찾아가며 물어보고 그랬어.

다행히 수술 잘 했지만 남편이 혹시라도 또 애 생겨서 너 고생시키기 싫다고

애 낳지 말자고 자기 묶어버린대서 말리느라고 힘들었슴. 

 

 

1년 신혼 생활 하고 내가 너무 아기 가지고 싶어서 남편 졸랐음.

남편은 너무 무서워 하고.. 근데 신기하게 진짜 한 번에 지금 큰 아이가 생겼음.

 

 

입덧이 너무 심한데 외국이라서 먹을게 없구(깡시골이었슴 ㅜㅜ)

그때 내 소원이 파리바게트랑 김밥천국이었으니 말 다했지..

진짜 임신기간 내내 울면서 지냈음... 입덧이 너무 심해서

먹을 수 잇는게 과일이랑 과일 주스 밖에 없고

 

 

그때 마침 남편이 석사졸작 하는 시기랑 맞물려서 남편도 진짜 죽을 똥싸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피죽도 못 먹고 말라가고... 큰 애 가졌을 때 4킬로 쪗으니 말다함...

 

딸기가 먹고싶은데 딸기가 내가 상상하는 그 맛이 아님...

사과가 먹고 싶은데 내가 상상하는 그 제삿상에 올라오는 큼직한 부사..

그 달콤한 맛이 아니라 쪼만해서 약간 시큼한 그런 맛...

종자가 다르니까 어쩔수 없는데 괜히 남편한테 온갖 지랄지랄 다함...

 

남편 학교 가기 전에 집에 있는 과일 다 깎아서 접시에 담아 랩 씌워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가는게 일이었는데 냉장고가 너무 냄새 나서(하나도 안 나도 나한텐 미친 냉장고 냄새...)

못 꺼내 먹음..

 

 

남편이 그런 날 보고 지도 안먹음..

너가 안 먹는데 내가 넘어가냐면서... 같이 말라감...ㅎㅎㅎ

여자저차 애 낳구.... 거기서 우리 세 식구 정말 행복했어.

아무도 방해 받지 않고 오롯이 우리 셋만 집중했던 그 시간.

 

 

 

남편은 집안 청소랑 빨래를 정말 잘하고 좋아해서 그건 지금도 자기가 다하고

나는 요리하는 거 좋아해서 밥 만함.. 설거지도 남편 몫.

 

 

쓰다보니 넘 길어져서 더 얘기가 많지만 일축..

 

 

 

11년을 지냈지만 한 번을 화를 안내.

화가 날 일이 없대. 결혼 안 한다고 했다가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성치 않은 몸으로 애 둘 낳아준 것만으로도 자기는 널 떠받들고 살아야 한다고

늘 말함. 눈뜨면 이쁘다를 달고 삼. 밥 먹는것도 이쁘고 자는 것도 이쁘고 

똥 싸도 잘 쌌냐고 물어봄;;;

 

 

하루에 이쁘다는 소리 10번은 듣고 사는 듯. 나 그냥 흔녀임..

트와이스 정연 좋아해서 정연이 이쁘냐 내가 이쁘냐 하면 정색하며 정연이 이쁘다함 ㅋㅋㅋ

근데 정연이랑 너랑 바꾸라고 하면 못 바꾼다며;;;; 꺼져라.. 남편아..

 

 

아이들한테도 늘 말해. 우리 애들 7살 4살인데.

아빠는 엄마가 젤 좋고 너네는 2등이라고 그러니까 니네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순간

너희는 얄짤 없다.  우리 애들 맨날 나한테 물어봐 엄마 힘들어?

아니 안 힘들어, 하면 아빠! 엄마 안 힘들대! 그게 우리집 레파토리야.

 

 

 

난 워킹맘인데 아침에 잠이 많아서 알람 듣고 간신히 일어나면

우리 애들 벌써 아침밥 다 먹고 준 비다하고 가방메고 티비보고 있어.

그래놓고도 부시시 일어난 내게 잘 잤냐고 자고 일어났는데

왤케 이쁘냐고 묻는 내 남편.

 

 

 

 

 

귀찮아서 화장 안하면 청순 하다고

화장하고 출근하려고 하면 넘 섹시하니까 살살하라고

 

하루에도 수시로 전화해서 자기 동선 알려주고 어디간다고 뭐한다고

카톡으로 어쩌다 하트 보내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아직도 핸폰 바탕화면은 내 사진인..

 

 

애들 재우면서 피곤해서 잠들었다 손길에 눈 떠보면 내 머리를 쓰다 듬어주고 있고

추우면 추울까 더우면 더울까 배고프진 않은지 아프진 않은지 힘들진 않은지

항상 내 상태를 살피는 남편인데 언젠가 그렇게 사는게 피곤하지는 않은지

물어보니까 나의 불만은 오로지 니가 날 덜 만져줘서 그렇지 널 챙기는거는

그냥 숨쉬는 거랑 같다. 숨쉬는 데 피곤하냐. 쓸데없는 걱정하지말래.

 

 

다시 태어나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혼자 훌훌 살고 싶다 하니까

왜 그런 소리 하냐고 난 다시 태어나서도 너랑 결혼하고

우리 애들 낳을 거라고 질질우는 울보 남편.

 

 

 

올해 2월에 내가 엄청 아파서 정말 간신히 회사 다녀오면

계속 누워있고 이랬는데 남편이 단 한번을 그만 좀 하라고 말을 안함.

 

 

퇴근하고 와서 애들 밥해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재워주고

집 치우고 빨래 해서 널구 애들 재우고 와서야 내 옆으로 와서 아프지 말라고

너 아프면 나 너무 무섭다고 울고... 근데 아프니까 청초해보인다고 울다가 웃고 ㅎㅎ

 

 

내가 진짜 어디서 이런 복덩이 남편을 만났는지...

결혼 안한 언니들아.. 진짜 나 사랑해주는 남자 만나..

 

그냥 늘 행복하고 삶이 충만해.

물론 돈 때문에 치일 때도 있고 아이들 땜에 힘들 때도 있고

회사땜에 빡칠때도 있지만...

 

남편이 늘 모든 것을 감싸주고 안아주고

날 웃게 만들어줘.

 

아빠가 하도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도

엄마는 아프면 안되고 힘들면 안되고 엄청 이쁘다가 각인되어있음 ㅋㅋㅋ

 

 

아 마지막을 어케 하지.. 여튼 날 사랑해주는 남자랑 행복하다는 얘기.

 

 

 

 

 

 

 

 

 

 

 

 

 

 

 

 

 

 

추천수2,251
반대수74
베플ㅇㅇ|2019.08.08 12:57
세상에 그런 남편이 진짜 있어요????????????????????????????????? 부럽네요........
베플|2019.08.08 16:48
내 남편도 비슷함 다만 내 남편은 잘 안움 ㅋㅋㅋㅋ 연애4년 결혼3년 지내면서 한결같음 어찌나 애도 잘보는지 16개월 아들래미 아빠 퇴근하고 오면 총알같이 나가서 앵김 판 보면 미친인간들 많아서 결혼혐오 생긴다는데 실제로는 좋은 배우자 행복한부부 도 많습니다
찬반남자ㅇㅇ|2019.08.08 19:40 전체보기
소설 티난다 ㄹㅇ ㅋㅋㅋ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