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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집에 안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쓰니 |2019.08.13 10:48
조회 82 |추천 0

고등학교 1학년 쓰니예요.
말 그대로 할아버지가 집에 안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할아버지는 요양병원에 계세요. 이번 여름휴가 때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고 잠시 병원에 모신거거든요.
할아버지는 치매에 지난번에 넘어지신것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세요. 그래서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돌보고 계십니다. 부모님은 맞벌이시고, 저는 학교가 저녁 8시에 끝나고 집과 거리가 1시간 정도여서 평일에는 거의 할머니와 동생이 할아버지를 보조해요.

그러다가 이번 여름이 되었어요. 아버지가 이번 여름에는 꼭 할머니를 모시고 휴가를 가겠다고 할아버지는 잠깐 요양병원에 모셔두자고 그러시더라고요. 여름휴가 기간이 8/6~8/8이었는데 할머니가 이왕 모시는 김에 조금 더 계시게 하자고 8/14까지 요양병원에 있는 기간을 늘렸어요.

어제였어요.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이부자리랑 식탁의자를 치우시더라구요. 이젠 필요없다고 하시면서. 저는 솔직히 그때 좋았어요. 할아버지가 집에 안 돌아오길 바랬거든요. 요양사분도 집에 가끔 오셔서 할아버지 치매 더디게 하는 그런 활동도 하고 할아버지 식사도 도와주시고 하는데도 어차피 나머지는 할머니가 다 하시니까요... 할머니가 이것만 하시는것도 아니에요. 동생 밥도 챙겨주시고, 가족들 저녁도 챙기시고, 집안일도 다 하시거든요.

할머니 나이도 나이이시잖아요. 지난번에 제 발 때문에 정형외과를 갔을때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시다고 진료를 같이 받은 적이 있었어요. 의사선생님이 할머니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시고는 할머니를 직접 안봤으면 누워서 못 움직이는 사람으로 알았을거라고, 원래 이 뼈 상태는 못 움직이는 뼈라고, 근육이 몸을 버티고 있는거라고 하셨어요. 이대로라면 못 움직일수도 있다고, 수영 같은 운동을 꼬박꼬박 하시라고도 하셨고요.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돌보느라고 그럴 시간이 없으셔서...

그래서 저는 할아버지가 안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은 아니세요. 저를 제일 손주들 중에 제일 아껴주셨고, 제가 받은 사랑이 많다는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할머니가 고생하시는건 보고싶지않아요. 할머니가 지금이라도 친구분들 만나러 다니시고 할아버지처럼 몸 안좋아지기 전에 많이 돌아다니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할머니 불쌍한 사람이에요.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안되는데 정말 그래요. 젊으실때 큰아빠랑 아빠, 할아버지 먹여살리시겠다고 아침일찍 과외 나가서 밤 늦게 돌아오고 하셨어요. 더 공부하셨으면 약사 되실수 있었는데 할머니 친가 쪽 때문에 공부도 못하셨고, 할아버지가 할머니 안 챙겨주니까 오히려 시댁에서 더 할머니를 챙겨주고 그랬어요. 아빠가 웃자는 소리로 할머니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할 정도로요.

그런데 병원에서 대화 상대없이 티비만 보고계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결정권이 저에게 없는데도 죄책감이 들어요. 예전에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눈물도 안나올것같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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