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래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외국가서 공부한답시고, 평생 돈을 한푼도 벌어보지를 않았어요
공부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가족들에게 손벌려가면서 근 10여년을 살고 있던 애에요
저는 그친구를 싫어하지 않았어요 성격좋고 활발하기로 소문난 애였거든요
한국에 가끔 들어올때마다 술자리 나가서 오만원 십만원 용돈을 쥐어주곤 했어요
물론 민망할까봐 다른 친구들 모르게 손에다 숨겨서 주었습니다.
고마와하더라고요
저는 아깝지도 않았어요 어차피 한국에서 직장생활 잘하고 있고, 나름 연봉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문제는 이친구가 부산에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원래 걔네 집이 부산이거든요
뭐 저도 나쁠건 없겠다 싶어 둘이 짐을 싸서 부산에 내려가려는데 여행경비야 각자 내더라도
기차표까지는 도와주자 싶어서 두명분으로 KTX보다 한단계 낮은 왕복표를 끊어줬습니다.
기분좋게 자기도 하고 먹기도 하면서 부산에 가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걔한테 전화를 한거에요
잘오고 있냐구 물어봤나봐요
그랬더니 그친구가 씩 웃으며 굉장히 알뜰하신 S양께서 KTX도 아니고 새마을을 끊어주셔서
2시간반이 아니고 두배넘는 시간 주구장창 내려가는 길이다 라는거에요
사실 제표만 끊으면 KTX끊는게 무슨 문제겠습니까? 그런데 어차피 여행일정이 한가하니
친구 도와주려고 사준 티켓을 저렇게 폄하하다니? 어이가 없더라고요
근데 그건 전초전이었습니다.
부산에 내려서 목이 마르다길래 함께 편의점에 갔는데 물을 집더니 밍기적거리더라고요
물산다고 들어간 애가 뭘 기다리나 과자라도 사려나 했는데 저만 쳐다보길래 황당무개했습니다.
계속 신경전 하기는 우습고 일단 물값 계산하고 밖에 나와서 회비를 걷자고 했더니 3만원씩
내자는 겁니다. 저기요.. 둘이 저녁먹고 술만 마셔도 그 회비로 모자랄수도 있는데요?
이게 무슨 개소리랍니까 그럼 남은 2박 3일은 매일매일 회비를 걷자는 뜻인가요
그건 말이 안된다 누가봐도 어이가 없는 금액이다 잠은 어떻게 자고 밥과 술은 어떻게
먹을래 했는데 고집을 부리더라고요
일단 하자는대로 걷었고요 밥과 술을 마시니 역시나 조금 남더라고요
근데 바닷가에 앉아 맥주 한잔 하자는데 저더러 사오라고 하더라고요
회비는? 했더니 남은돈 주는데 5천원도 안되는 겁니다
내가 용돈을 주고 기차표 사주니 호구로 보이나? 내가 니 남친이니 싶어졌습니다.
그후로는 철저하게 회비 걷어 밥먹고 술마시고 심지어 첫날 둘이 찜질방 가서 잤어요 8천원짜리 각자내고
여행 내내 기분 더럽더라고요 회비 다 떨어졌다고 하면 회비 또 내야되냐고 물어보지를 않나
그렇게 돈아끼고 싶으면 숙소 니네집에 하루 자는건 어떻냐니 방이 없어서 안된다더라고요
그럼 부산에 애초에 왜 오자고 했냐 난 회비를 걷어야겠다하고 싸웠어요
그렇게 찜찜한 와중에 아는 지인이 한명 합류했는데 회비 다 함께 걷고 다 떨어지니 저만 쳐다보길래 사비로 회 8만원어치 사주고 돌아오는 길에 빈정상해서 말도 안하고 헤어졌습니다.
이게 벌써 6년전일 인데 얼마전 연락와서 자기 한국왔다고 또 만나자고 지랄하더군요
저는 그후로 걔랑 따로 연락안하고 지냈거든요
한국에 막상 오니 또 내돈으로 술이 마시고 싶구나 싶어서 니가 사냐고 물어보니 잠시 조용하더라고요
그래서 부산 여행 이야기는 빼고, 둘이 같이 아는 친구C가 회사 사장 꼬셔서 아파트를 얻은
모양이라고 저한테 뒷담화 깠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저한테는 뒷담화 까면서 또 C 한테는 동시에 엄청 친한척 굴더라고요
저한테 보낸 카톡을 가감없이 보내주니 C도 손절했고요 저도 난 너가 좋은 친구란 생각 안든다 하고 손절했고요
내가 기분좋게 줬었던 용돈과 부분부분 떼어먹은 회비는 입금하라고 할껄 그랬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