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정말 귀중한 감정을 배웠습니다.

미련남 |2019.08.21 21:16
조회 827 |추천 4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바람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생각난게 판이라 한번 써봅니다. 읽어보시고 쓴소리좀 해주세요..

저는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는 N포세대..거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남성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연애도 상대방에게 실례되는 일이라 생각하여 포기하고 살아왔던 흔하디 흔한 한명의 한국 남성이죠.

그래도 사람인지라 혼자서만 살아가기엔 무리가 있었고 종종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낙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네.. 그곳에서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습니다. 

27살에 독특한 염색과 피어싱, 문신같은 뭔가 쌔보이는 느낌의 외모와 다르게 어딘가 맹한 느낌과 귀여운 말투, 잘웃고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정말 잘하던 친구였습니다. 업종도 비슷한지라 말도 너무 잘통했죠. 그게 너무나 좋았던 것 같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고 그 행복감은 짧은 생이지만 살아오며 느낀 그 어떤것보다 달콤했습니다. 힘든 순간에도 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모든게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모두에게 친절했고 그 친구를 노리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제 착각이겠지만 그럼에도 그 친구는 제 주위에서만 맴돌았고 제 앞에서만 웃었습니다. 네.. 착각이겠죠 아마. 

그렇게 6개월간 모임에서 만나다가 문득 이 친구를 언젠가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임의 룰을 깨고서 연락처를 먼저 물어봤습니다. 있는듯 없는 지키지 않는 룰이었지만 저는 참 잘지켰었구나 싶네요.. 

그 친구도 마찬가지였는지, 아니면 그게 부담되었는지 그 친구가 먼저 자신은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핸드폰이 따로있는데 이걸 알려주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때의 실망감이란.. 그래도 모임에서 만날 수 있으니 만족하고 그 친구가 부담스러워할까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같이 모임이 끝난 뒤 간단히 산책을 하게 된것이나, 집 근처에서 우연찮게 마주쳐서 인사하고 이야기했던 일이나.. 일적으로 많은 상담도 해주고.. 

그러다가 결국 끝은 찾아왔습니다. 어느날엔가 모임이 끝나고 언제나처럼 둘이서 같이 걸어가는데 품에 폭 안겨왔습니다. 이렇게 거리감없는 행동을 해온건 처음인지라 당황스러웠지만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사정이 생겨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고, 언젠간 다시 돌아올테니까 그때 보자고... 너무 당황스러웠고 그때는 이런 감정도 몰랐던지라 그저 알겠다고만, 돌아올때 연락달라고만 하고 헤어졌습니다. 

네.. 헤어지고 이제 두달이 좀 넘었습니다. 헤어진 다음날 업무용으로 사용한다던 핸드폰이 해지된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 이후 처음 한주간은 멍한 상태로 그친구 생각을 했습니다.그러다 모임에 나가 그 친구와 안면이 좀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거냐고, 집안 사정이라고만 알고있더군요. 다들 옅게 알고지내는 관계다보니.. 별 소득도 없었습니다.

3주차쯤되니 걱정이 되더군요. 큰일이 있는건 아닌가하고, 그래서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 무던히 괴롭혔습니다. 소식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당연히 다들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모임에서는 쫓겨났네요. 

그리고 현재까지 이르러서 이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게되었네요. 아 나는 이 친구를 좋아했구나하고..

남은건 정말 후회뿐입니다. 왜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럴때 쓰라고 있는 명함 아니었나.. 하는 연락할 방법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혼자 착각하고 좋아하는 감정 너무 볼품없다고 생각해왔기에 조심한건지, 오랜 짝사랑을 이미 해봤기에 조심해졌던건지... 결국 이 감정은 갈피를 잡지못하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지나쳐가는 사람이 나에게는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 감정이 나를 어떻게 변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배웠습니다. 때론 이기적이게 때론 과감하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이해해주고 싶게 만든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게 만드니까요. 

요 근래에 가장 답답했던 것들은 주변의 그 어떤 친구들도 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으라며 소개해주는 친구들이 가장 미웠네요. 고마운 일인데도.. 

그리고 이제는 마음이 좀 잔잔해지는 와중에 다시 또 문득 가슴을 헤집어놓네요. 이제는 미운 마음도 듭니다. 연락처를 알려주는 일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번호를 지워버린건 혹시 내가 싫어서일까같은 생각들을 하게되니까요.  아직까지는 이런 감정을 알게해준 그 친구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지만요...

정말 답답한 마음에 한번 끄적여봤는데 너무 횡설수설한 것 같네요.

하아.. 이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텐데... 읽어주셨다면 정말로 감사합니다. 위로나 조언 또는 쓴소리를 해주신다면 그것 또한 감사합니다.

인연은 제대로 맺지 못했지만 운명이 이어져있다면 언젠간 만나겠죠... 
추천수4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