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초본을 제출할 일이 생겨서 초본(주민번호 없는거)을 떼야하는데 엄마가 죽어도 싫다고 피곤하다고 니 알아서 하라고 해서 학교 가기 전에 동사무소 들러서 초본 떼서 학교 가기로 했어요. 학교는 선생님께 늦는다고 말씀드렸구요.
당일날 아침되어서 필요한 서류 체크하고 엄마한테 나가자고 하니까 갑자기 동사무소까지 갔다가 학교를 가야하냐는 겁니다. 동사무소가 무슨 몇십키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도 아니고 차로 다녀오는 건데 엄청 힘든 일인 것 처럼 얘기하고. 어제 약속했으니까 가자고 했더니 동사무소에서 초본 떼는동안 본인은 어디서 기다리냐고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고... 사실 초본 떼는 일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가기 싫다면서 만원 주면서 택시타고 혼자 다녀오래요.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동사무소까지 갔는데 제가 사정이 있어서 학생증, 청소년증, 민증 이런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주민번호 기재된 초본 밖에 없어서 그걸 들고 동사무소까지 갔더니 지문등록도 안되어있고 초본만으론 본인인지 식별이 안되어서 주민번호 없는 초본을 발급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미리 알고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실 이건 제 부주의라고 생각해요.
급하게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가 신분증 챙겨서 와달라고 했더니 '너 참 사람 힘들게 한다' 이러면서 아무말도 안하다가 전화를 끊는겁니다. 저는 엄마가 오는 줄 알고 30분동안 동사무소에서 기다렸는데 엄마는 안오고 내가 계속 전화를 하니까 전원을 꺼버렸어요. 아무런 연락도 없이. 하는 수 없이 아빠한테 전화해서 동사무소 끝나는 시간 전까지 와달라고 해서 어찌어찌 초본은 떼기는 했습니다.
이게 오늘 아침~저녁동안 있었던 일입니다.
방금 화장실 다녀오는데 엄마랑 아빠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서 거실 복도쪽에 서있었는데 둘이서 제 욕을 하고 계시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진짜 사람 미쳐버릴 것 같아요 아까 아빠차에서 아빠가 너무 터무니 없는 소릴 화내면서 하시길래 그냥 화돋구지 말자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자기도 아무말 못하더라고~'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구요. 온갖 나에 대한 불만사항들. 내 과거... 아무리 방끼리 거리가 멀다지만 적어도 한지붕 아래서 내 욕을 할거면 방문은 닫고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본인 잘못은 생각도 안하고 우리 원망만 할거야~'이런 식으로 하는 그런소리들...
과거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저는 심한 폭력에 시달려 왔었어요. 엄마는 본인도 그렇게 자랐다면서 별 문제 아니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저는 아직도 제가 맞았던 물건들만 보면 손이 떨려요. 대금, 단소, 우산, 파리채, 장구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주 많이 맞아왔어요. 기억나는 건 옆단지 놀이터가 가고 싶어 다녀왔다가 본인을 걱정시켰다며 장구채로 맞았던 일, 심부름을 시켰는데 거스름돈 2000원이 부족하다며 심하게 매질한 일... 일년 전 부모님이랑 심하게 다투고 이런 기억들에 대해 얘기했는데 엄마랑 아빠는 기억하지 못하시겠다네요. 기억이 전혀 안나신대요. 제 기억이 조작된 거라고, 왜 사람을 나쁜 사람 만드냐고 말씀하시네요. 단순히 맞기만 했다면 제가 이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엄마는 저를 정신적으로 꾸준히 갉아먹어 왔어요. 중학생 땐 엄마가 정신과약과 수면제를 복용하셨고, 수면제 여러 알을 드시고 자살시도를 한 적이 계세요. 혀가 풀린 채 하던 나를 원망하던 말, 방문을 닫고 눈을 감고 있으면 약에 취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엄마가 불규칙한 발걸음으로 거실과 주방을 쿵쿵거리며 오가는 소리가 아직도 기억이나요. 엄마는 '약에 대해 터치하지마'라며 제가 얘기하는 불만들을 모조리 무시하셨어요. 엄마가 약에 취해 '너는 진짜 이기적인 년이야. 넌 뭐 사주기만 하면 좋다고 헤헤 따라가는 년이잖아. 난 콱 죽어버릴거야. 난 너때문에 이렇게 사는거야' 이런 소리들을 하셨던 걸 저는 분명히 기억하는데도. 그래서 저는 중학생 내내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는 섭식장애를 갖고 살았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이상한 강박 같은 것에 사로잡혀서요.
작년 여름방학엔 그 끔찍한 폭염 속에 저는 에어컨리모컨을 빼앗긴 채 실내 온도가 34도가 되어가는 방에서 허덕이며 살았습니다. 같이 밥을 먹지도 않았어요. 그 여름 제게 삿대질하며 나무라던 아빠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그 날 저는 제 방 창 난간에 한시간을 서있었어요.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높은 층이 아니여서 뛰어내려도 제대로 죽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뛰어내리지 못했습니다. 꼭대기 층에 올라갔더니 옥상문도 잠겨있더라구요. 당연하겠지만. 사실 죽기로 작정하면 얼마든지 죽을 수 있었을텐데 저는 조금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냥 모든 것들이.
그리고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의대 진학을 꿈꾸는 제게 '니가 의사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니 같은 년이 무슨 의사? 뭐 장의사 같은거?' 라고 하셨던 엄마에게 꼭 의대합격증을쥐어드리고 싶어요. 수능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목표했던 대학에 합격하고, 엄마 손에 합격증을 쥐어드리면 그 땐 미련없이 죽으려구요. 항상 죽겠다고 생각하고 계획해 왔는데,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용기있게 헤쳐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부모님이 제 욕을 하는 걸 들으니까 또 마음이 아프네요.
부모님께서 이 글을 보시면 분명 제게 화를 내면서 자긴 그런적이 없다고 하실거겠죠?
내가 너무 사랑해서, 내가 너무 미워하는 엄마.내가 엄마를 며칠 전 엄마를 바라보며 웃었던 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서가 아니야. 그냥 내가 죽어버리기 전까지 엄마에게 내 계획을 들키지 않으려고, 멀쩡한 척 하려고 하는거야. 그냥 문제 만들기가 싫어서.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인생을 버렸다는 엄마. 나는 엄마를 보면서 절대로 결혼 같은 건 하고싶지가 않아졌어. 엄마같은 부모가 될 것 만 같아서. 엄마 나 좀 살려주지 그랬어. 내가 정신과 보내달라고 했을 때 좀 보내주지 그랬어. 나 진짜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럽고 더러워서 당장 죽어버리고 싶어 나도 내가 미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