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댓글 몇개 달렸는데 다 제 욕이라 제 입장 하나만 추가하겠습니다.
전 돈을 잘 법니다. (와이프 2.5배 정도.) 별도로 정년 없습니다.
서울에 신축 아파트 해왔습니다. (와이프도 혼수 탄탄히 했습니다)
돈 얘기 말곤 와이프보다 잘하는 게 없는 거 같아서ㅠ 욕 좀 덜 먹고자 이걸로 어필해보려합니다.
물론 가사 육아 반반합니다. (말이 반반이지 육아는 와이프 손이 저 가서 가사는 밥 차리는 거 제외하면 거의 제가 전담하듯 합니다.)
버는 돈 와이프 주고 용돈 타서 씁니다.
나름 착실하게 가정 생활 중이니 욕의 강도를 조금만 줄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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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다음주면 결혼 5주년을 앞둔 헌신랑입니다.
결혼기념일 선물을 고르다가 급 뽐뿌와서 몇자 와이프 자랑 글을 써보려 합니다.
저희 부모님 결혼하시고 6년을 아이가 안생기다가 간신히 낳은 아들이 접니다.
동년배 부모님에 비해 연세 있으시고, 결시친에서 싫어들 하시는 옛날 사고방식 많이 가지고 계셨지요.
남아 선호, 아들 최고. 같은.
처음 와이프가 찾아뵙던 날 어머니께서 과일 깎기를 시키셨습니다.
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도 못했죠.
집에 가는 길을 배웅해주는데 와이프가 그러더라고요.
"처음이고 네 부모님이니 한 번은 기꺼이 했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 순순히 하는 건 두 번은 없을테니 그동안 말 잘 해둬라."
그때까지만 해도 손님이 과일 깎게 한 게 서운할 순 있겠지만 식사도 어머니께서 손수 차려서 대접했고, 또 예비 며느리라고 생각해서 부탁하신 건데 와이프가 너무 딱부러지게 선을 그은 것 같아 저도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제가 등X이었죠.
두 번째 만남에서 어머니께서 결혼하면 퇴사하고 살림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와이프가 그러더라고요.
"싫어요, 어머님. 전 일하는 게 좋아요."
속으로 조금 놀랐습니다.
거절을 하더라도 돈 때문이라거나, 생각해보겠다거나, 애둘어서 거절할 줄 알았가든요.
부모님께서도 당황하신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붙임성이 좋고 살갑게 웃으며 답변하는 데 뭐라 더 말을 잇지 못하시더라고요.
이후 부모님께선 흔한 덕담을 가장한 잔소리를 이어나가셨고
ex. 딸 같은 며느리가 되어다오. 남편 내조를 잘 부탁한다.
와이프는 한결같이 웃는 얼굴로 그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 그러더라고요
"날 잡자."
사실 두 시간이나 부모님의 미주알고주알 들은 직후에 바로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 시대, 그 환경을 사신 분들이 그 사고방식인 거 당연하고 이해한다. 내게 와닿은 대목은 두가지다"
1. 일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씀 드린 후, 모든 대화가 "일을 하더라도 밥은 잘 챙겨먹어라"하는 식으로, '일을 하더라도~'로 시작했다.
니가 좋든 말든 그만 둬, 가 아니고, 좋아하는 건 당연히 한다는 전제 하에 대화를 이어나가주시더라.
앞으로 마주하는 여러 갈등을 대화와 이해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분들이라 여겼다.
2. 아이 이야길 묻지 않으시더라. 너 늦게본 아들닌데 손주 좀 궁금하셨겠냐. 그런데 당신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오래 고생해서 아이가 낳고 싶다고 낳아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신 건지, 아예 얘기 조차 안꺼내시더라.
받은 상처 나는 안받게 언행 신중하신 분들이라면 존경할 수 있다.
그러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와이프가 현명한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역시 우리 부모님께서는 좋은 분들이야! 하고 생각했죠..
이후 회사에서, 부모님과 와이프의 친분을 자랑할 겸 이 얘길 했더니 -
다들 깜짝 놀라며 기겁하더라고요.
"아니, 일하고 싶댔더니 일하면서 살림도 잘 챙기라고 했다고요???"
"두 번째 만남에서 애 얘기 안꺼낸 게 당연한 거지 뭘 그걸로.."
하는 반응.
물론 표현은 훨씬 순화해서 말했으나 결론은 저 말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전 와이프가 아주 특별하게 생각해 준 거라는 걸 알았죠.
이쯤보면 와이프가 그냥 너무 착한 바보아니야? 하는 분들 계실 겁니다.
결혼식 진행 과정 내내, 와이프는 본인이 원한 모든 걸 이뤘습니다.
와이프 회사 근처 신혼집, 덕질방(와이프가 문구류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3칸 신혼집 중 1칸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습니다ㅎㅎ) 등이요
대신 와이프는 본인이 그다지 이렇든 저렇든 상관 없는 걸 먼저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건 신혼집 도어락키였습니다.
나중에 비밀번호 전쟁할 거 뭐 있냐, 경우가 있는 분들이라면 키가 있어도 연락하고 오실 것이고 경우가 없는 분들이라면 키가 없어도 와서 문열라고 하지 않겠냐며
저희 부모님은 경우가 있는 분들이라고 믿는다고요.
글 써보는 게 처음이라 좀 이리저리 얘기가 횡설수설하는 것 같은데ㅠㅠㅠㅠㅎㅎㅎㅎ
아무튼, 5년간 와이프는 한결같습니다.
방문? 본인이 원할 때.
전화? 본인이 원할 때.
대신 그 본인이 비교적 자주 원합니다
하고싶은 말 다 하며 사니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거죠
기억남는 와이프 명언 몇가지는 -
"칭찬도 세 번 들으면 듣기 싫은데 통화할 때 서운한 말씀 또 하시면 이제 전화 안드릴거예요."
(와이프가 급 10키로가 쪄서 몸 걱정되니 운동 좀 하라고 잔소리하셨는데, 옛날 분들이라 적당히 안하시고 애국가 4절 찍으니 와이프가 협박을..ㅎㅎ 아버지 깜짝 놀라서 살 얘기 쏙 들어가셨습니다)
"어머니 고생하시는 것도 싫고, 저 고생하기도 싫고. 식기 세척기 건조기 요즘 잘 나와요. 시집 온 첫해니까 큰 맘 먹고 미리 당겨서 아버님 생신 선물은 세척기, 어머님 선물는 건조기 해드릴게요."
"아마 노는 것도 의무가 되면 싫어질 거예요. 달에 1번 방문 같이 정하는 거 싫어요. 뵙고 싶을 때 연락드리고 안바쁘시면 놀러올게요"
어머니 아버지 두분, 옛날 분들이라시지만 애교 많고 살가운 며느리한티 아주 꿈뻑 죽어 끌려다니십니다.
늘 제게 와이프 같은 여자 없으니 잘 하라고 하시고요.
ㅎㅎㅎㅎ우리 예쁜 공주님도 엄마아빠 양가 할아버지할머니 사랑 듬뿍 받으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결시친 보시는 분들 중 시가 스트레스 받는 분들도 -
그 시대, 그 환경, 그 교육으로 인해 사고방식만 그리 형성되신 건지
아니면 심성이 고약한 분들인지 한 번 잘 보시고,
전자라면 한 번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며느리 바보 시부모님을 보시게 될지도 모릅니다ㅎㅎ
(유산도 며느리 다 줄거라셔요 ㅎㅎ 혹시라도 당신들 돌아가시고 제가 말년에 헛짓거리하면 갖다 버리고 살라면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