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그 사람한테 내 우울을 드러내는게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의지할 곳이 생겼다는 들뜬 마음에 머저리같이 주절주절 모든걸 쏟아붓기나 하고, 그 결과가 이 모양이지.
난 아직도 당신의 행동이 옳은 건지 옳지 못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 하나부터 열 까지 전부 내 문제인데, 정작 나는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지. 4년이야. 내가 버틴 세월. 당신은 참고만 있어서는 해결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지. 나도 아는데, 나는 알다시피 용기가 없는 사람이잖아. 선생님. 당신도 잘 알잖아. 그래서 선생님이 나 대신 이 사실을 알린다는 거, 나도 알고는 있지만.
결국 나는 내 문제조차 남에게 떠넘기는 한심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자꾸만.
왜 나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당신의 입을 통해서 알려야하는걸까. 나는 왜 그런 인간일까. 자신의 고통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그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인걸까. 당신에게 드는 고마움보다 내 자신에게 드는 혐오감이 먼저 앞서버린다.
엄마 나 아파. 혼자서 정신병원 문의도 해보고, 여러가지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나 좀 도와주라.
무미건조하게 내뱉는 그 문장 몇마디가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동정섞인 당신의 목소리로 밖에 전달할 수 없는걸까. 타인의 입에서 듣는 제 딸의 고통에 더욱이 상처받을 엄마를 알면서도, 나는 왜 오늘도 그저 엄마 옆에 누워 침묵하는가. 조용히 눈을 감고. 아, 모든게 나랑 상관 없는 일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망치는 상상만 하면서.
차라리 말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하기엔, 나는 지금이 너무나도 숨막혀서. 누군가 억지로 뚫어준 숨구멍을 통해, 비참함으로 얼룩진 호흡이라도 내쉬고 싶어서.
내 우울은 뭐가 그리도 거창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