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즐거운 일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집 근처에서 저를 성추행했던 범죄자를 만난 후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기억력이 남들보다 좋은 편이라 그런지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갑작스레 10년 전의 악몽이 떠오른 시점에서 네이트판에 글을 써봅니다.
(긴 글이니 시간 없으시거나 귀찮으신 분은 맨 아래 5줄 정리 참고 해주세요!)
저는 26세 직장인 여성입니다.
9년 전에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17살 봄의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후 노래방을 같이 가기를 약속하여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곳으로 가려면 언덕을 넘어 걸어가야 했습니다.
부모님 몰래 밤에 나와 친구들을 만나러 갈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오르막길을 넘던 중이었습니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저를 쳐다보더군요.
당시에 겁이 없는 성격이었던 저는 아무렇지 않게 남자를 지나쳤습니다.
오르막길을 넘은 후 내리막길은 골목이 많았습니다.
당시엔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밤길이 꽤나 어두웠습니다.
늦은 밤이었기에 이곳을 빨리 지나쳐야겠단 생각에 지름길로 갔습니다.
지름길은 좁은 골목을 한 번만 지나치면 큰 길이 나와 약속 장소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지요.
경사진 좁은 골목을 내려가는 도중에 밑에서 어떤 남자가 걸어올라 오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를 자세히 보니 아까 오르막길에서 본 노란색 점퍼를 입은 남자였습니다.
순간 기분이 쎄해졌고 설마 나한테 다가오진 않겠지 하고 그 남자를 지나치려던 순간 ,
그 남자가 저를 벽으로 확 밀치더군요.
너무 놀라고 경황이 없어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제 가슴을 만지고 다리를 만지고 중요부위도 만지고 제 몸의 만질 수 있는 곳을 다 만지더군요.갑자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하고만 있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아 소리를 질렀습니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그 남자가 제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저는 계속 저항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너무 무서웠지만 안간 힘을 썼습니다.
제가 악을 지르는 소리에 동네 주민들이 1~2명씩 나오는데 남자는 이미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제 가방을 훔쳐 달아났네요.(글을 쓰는 와중에도 치가 떨리네요.)
저는 그 자리에서 정신 나간 채로 가만히 서있었어요.
아, 내가 방금 성추행을 당했구나를 깨닫는데 몇 분이 걸렸습니다.
주민들께서 저를 위로하고 진정시킨 후에야 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정신 차려 생각해보니 그 성추행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근처에서 자주 보던 아저씨인 것을 100% 확신했어요.
다음 날 엄마와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인상착의 및 길에서 자주 봤던 사람임을 알렸습니다.
평소에 동네에서 아는 분이 많으셨던 부모님께서도 주변에 수소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성추행범이 자수를 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엄마와 파출소로 달려갔습니다.
당장이라도 가서 사정없이 때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하
지만, 경찰은 저를 파출소 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았습니다.
파출소 외부의 창문으로 성추행범의 얼굴이 맞냐고 저한테 확인만 시키더군요. 성추행범이 울고 있었습니다.
성추행을 당한 저도 울지 않았는데 저 x끼가 왜 울고 있는지 싶었습니다.
경찰은 확인만 받고 부모님과 저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사과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경찰이 죽도록 미웠습니다.(진술서를 쓸 때에도 제가 당한 것이 강간이 아닌 추행이기 때문에 큰 효력이 없을 거라고 했었습니다.)
죽어도 합의를 해 줄 마음이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저와 부모님은 성추행범의 처참한 결과만을 기다렸습니다.
며칠 뒤에 황당한 사실을 들었습니다.
성추행범이 동네에서 가장 큰 교회의 전도사라는 사실, 또한 그 교회 사람들이 그 놈이 죄를 받지 않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 했다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아내와 처자식까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경찰은 사건에 대한 연락도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그 놈은 몇 년 간 제 꿈에 나와 저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물론 받았습니다.
2년 전에 주민센터에 투표를 하러갔는데 성추행범이 선거도우미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놈은 저를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엄마가 시청에 성추행범이 선거도우미를 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 민원을 넣었습니다.
다신 동네에서 그림자도 비추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부탁은 부탁일 뿐이었습니다.
이번 추석에 편의점에 가는 길에 저 멀리서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내려오는 성추행범을 만났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그 사람에게 다가가 내가 누군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누구세요 하더군요. 그 놈은 아직 제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사과도 받지 못한 제가 억울해서 반말로 너가 9년 전에 나를 성추행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이 제가 반말을 했다고 ‘이 새끼가 말 똑바로 해!’ 라며 죽일 듯이 노려봅니다.
9년 전 저를 추행하던 눈빛과 똑같았습니다.
그 놈은 저의 반말이 그렇게도 화가 나나봅니다.동방예의지국이라 범죄자에게도 예의범절을 지켜야 하는 걸까요?
이어서 자기도 저 때문에 300만원 벌금을 냈으니 자기한테 피해주지 말랍니다.
(저는 그 사람이 벌금을 낸지도 몰랐을 정도로 경찰 측에서 무심했습니다.)
300만원으로 제 정신적 피해와 9년간의 고통, 받지 못한 사과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저는 두렵고 무섭습니다.
아직도 그 놈과 같은 동네에 살고, 앞으로도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에 제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 같습니다.
그 놈의 눈빛을 보면 반성의 기미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저는 아직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힘들어 하고 있는데요...
그 놈 사건 당시에 경찰한테 제가 미성년자가 아니라 성인인 줄 알고 성추행 했다고 말하던 놈입니다. 성인이면 성추행 해도 되는건가요?
이 사건 이후로 좁은 골목으로는 절대 다니지 않고, 큰길로 다녀도 뒤에 누가 따라 오면 반복적으로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도 용서가 안됩니다.
한국 법에는 같은 동네에 성추행범이 살면 쫓아내는 그것도 없잖아요?
제가 어리석고 나약한 걸까요...
가슴에 그냥 묻고 없었던 일인 듯 살아가는 게 맞을까요.
그 놈을 본 이후로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마음도 불안정하고, 걱정이 되어 아무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여러분께 도움을 받고자판에 글을 씁니다.
여러분의 따끔한 충고, 깊은 조언, 응원의 메세지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냥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자유롭게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여러분은 이러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은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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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줄 정리★
1. 9년 전 글쓴이 17살 때 성추행 당함.
2. 일주일 뒤에 성추행범 자수. 알고보니 동네 교회 전도사, 교회사람들 탄원서 제출함.
3. 합의 절대 안봐준다는 의사표시. 이후에 경찰은 결과에 대한 연락 뜸해짐.
4. 9년 후 지금, 집 근처에서 성추행범 만남. 성추행범은 글쓴이 못알아봄.
5. 성추행범 글쓴이가 반말했다고 빡침 자기도 300만원 벌금 물었으니 과거 이야기로 피해주지 말라고 함. 글쓴이 사과도 못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