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내니.
우리가 남이 된 지 딱 3개월이 되었네.
그 시간동안 난 참 많이 변한 거 같아.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았는데 이제는 너 없이도 밥도 잘 챙겨먹고, 친구들도 잘 만나고, 내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게 되었어.
너와 했던 것들을 혼자 하려니 아직은 좀 벅차고 슬프긴 하지만 참아볼게.
넌 너대로 나라는 애는 다 잊고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으니.
난 어쩌다 우리가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었는지 알고싶어.
그걸 알고 싶다고 해서 예전처럼 널 사랑하진 않을거야.
마음 아파서 혼자 울지도 않을거야, 힘들어도 힘든 척 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하면 너의 마음이 약해지기는 커녕 내 마음이 약해져서 널 또 다시 잡게 될 거 같으니까.
오랜 시간이 흘렀네.
처음 손 잡고 걸으며 길가에 놓인 작은 코스모스 하나 보며 웃던 우리가, 예쁘지 않은 돌멩이를 주우며 물수제비 하자고 멀리서 달려오던 네가, 뜨거운 건 못 먹는 나였기에 음식 나오면 앞접시에 덜어주던 네가, 술이라곤 소주 밖에 안 먹던 니가, 나로 인해 청포도 맥주를 알게 되고 그 이후론 맥주는 청포도만 먹던 네가, 싸우다 울때면 말 없이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같이 울어주던 네가, 내가 수줍게 볼에 입맞춤 했던 그 순간 예쁘게 미소짓던 니가 이젠 내 옆에 없다?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아.
전화해서 밤 길 무섭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데리러 올 거 같은데, 우울하다고 하면 피시방 가자고 해줄 거 같은데, 닭발 먹고 싶다하면 매운 거 못 먹는데 왜 먹냐 물어보면서 같이 먹어줄 거 같은데, 술 먹자고 하면 술찌랑 안 마신다 하며 못 이기는 척 먹어줄 거 같은데 나한테 아직까지 너무나도 다정하게 대해줄 거 같은데 그럴것만 같았는데 이제 다 나의 작은 바람인가봐.
나 아직 너 못 잊겠어.
다시 돌아와달란 말, 내가 잘하겠단 말 안 할게.
너도 나 만나며 못했던 거 다 하며 내가 봤을 때 잘 지내는구나 싶을만큼 미련이 더 커지지않게 잘 지내줘.
너가 처음 알려준 노래, 지금은 내가 매일 듣는 노래가 되었고, 네가 알려준 빨래 방식으로 난 빨래를 돌리게 되었으며, 장보는 방법 또한 과일과 채소는 뭐가 더 좋은건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물은 왜 끓여먹어야 하는건지 알지 않아도 됐던 사소한 것을 알고 그 뒤로는 물을 끓여먹게 되었고, 간장달걀밥을 프라이펜에 볶으면 더 맛있어지는 거 또한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론 내가 알고 했던 그 방식들을 너로 인해 하나씩 너의 방식처럼 하게 되었다. 난 아직 나의 모든게 너의 습관들로 물들어 있는데 정작 넌 내게 많은 걸 남겨주고 떠났구나.
보고싶어도 참을게. 보고싶은 사람이 있는데 만나지 못할 땐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쓰래.
너가 생각이 날 때면, 아무도 모르게 편지를 써 받는 사람도 없는 그 편지를 하늘에 띄울게.
띄운 그 편지가 자유롭게 날다 툭 떨어졌을 땐 너의 앞이었으면 좋겠어.
나 이렇게 힘들게 할거면 잘 지내란 말 하지 말지.
떠날거면 널 사랑하게 하지 말지.
사소한것까지 너로 물들게 할거면 떠나지말지.
이번엔 너와 정말로 끝인데, 끝났는데 보고싶게 할거면 애초에 나 만나지 말아주지.
너무 좋아했는데 그게 문제였나봐. 항상 끝은 나만 이래. 나만 힘든 거 같아. 넌 나 따위는 다 잊고 잘 사는 거 같은데.
나 조금만 더 울게, 조금만 더 그리워할게, 조금만 더 너와 했던 추억 회상할게, 너가 알려준 노래 조금만 더 들을게, 너가 알려줬던 그 게임 조금만 더 할게.
그러면 나 다 잊을 수 있을 거 같아. 나 떠나서 잘 지내는 모습 봐도 아무렇지 않을 거 같아 정말이야.
잘 지내, 내 몫까지.
난 네 생각에 조금만 더 울다 행복할게.
난 네 생각에 조금만 더 잠을 설치다 잠이 들게.
넌 나보다 더 빨리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래도 내가 사랑했으니까, 내가 더 좋아했으니까
내가 더 아파도 되는거잖아. 그렇게 할게.
나중에 내 이름이 들리면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냐고 물어봐줘. 너가 내 이름을 듣게 되는 그 날엔 잘 살고 있을테니.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널 사랑하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