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리는 것을 잘 한다.
타고난 인내심 덕분일까, 도 생각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라는 이유에
모든 기다림이 가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는 당신이라는 사람이
시간을 내어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
우선이 될 때, 섭섭함이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이해한다.
어떻게 시간을 내어 나만 만나겠는가.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겠지.
나는 단지 당신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당신이 다른 일로 바쁘기에 섭섭한 게 아니다.
당신의 말이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 되기에,
나를 이 시간에 보러 올 수 있다던 말이
어쩌다 보니, 몇 시간이고 늦어졌다고 하는 말이
되어버리고, 그게 몇 번이고 반복되다 보니
나는 당신이 하는 약속들이 두려워졌다.
이번에 내게 건네는 말은
과연 이루어질 약속은 맞을까?
그래서 나는 나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방어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 시쯤에는 올 것 같다는 당신의 말에
차라리 몇 시에 오라고 말을 해버리게 된다.
이날 무엇을 가자고 하는 당신의 말에
그날 당신이 시간이 나면 그때 정하자라고 말한다.
어디를 가자는 말과
언제 만나자는 말이
나에게 이렇게 매 번 신경을 곤두서야 한다는 게
나는 요즘 힘이 들어온다.
나는 이제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