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수능도 망쳤다
ㅇㅇ
|2019.11.15 03:59
조회 116,066 |추천 977
친구들이 다 좋은 대학교에 갔다. 나도 가고 싶었다. 아쉬움은 나를 세번째 수능까지 이끌었다.잘 살지 못한 형편에도 내 도전을 응원해준 부모님 덕에 원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하루종일 똑같은 삶을 3년째 보냈다. 덕분에 내 나이는 열아홉에서 멈췄다. 친구들은 어른이 된 것 같은데 나만 고3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삼수를 시작하고 첫 달은 아침에 눈뜨는게 지옥같았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게, 그리고 이 삶을 앞으로 9개월 더 해야한다는게 끔찍했다. 그럼에도 적응해나갔다. 친했던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겨갔다. 외롭고 힘들었다. 그래도 버텼다. 하루는 학원비를 결제하고 영수증을 보며 혼자 숨어서 펑펑 울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너무 미안했다.
매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늘 지나와보면 내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마음보다는 늘 아쉬움이 제일 크게 남는 것 같다. 왜 더 독해지지 못했을까, 왜 더 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과 자괴감이 가장 크게 남는다.
오늘도 수능을 망쳤다. 현역 때부터 발목을 잡던 국어는 끝까지 내 발목을 잡았다.
세번의 수능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고 늘었다고 느꼈는데 오늘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허무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있어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대학이 전부가 아니란 걸 느꼈다면 삼수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결국 다 내 탓인데, 누굴 탓해.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 기대했을 가족과 친구들, 삼수했는데 이 정도 밖에 못해 라는 주변의 평가들, 우리 가족을 무시했던 사람들까지. 나도 할 수 있단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보여주지 못했다.
너무 비참한데 말할 곳이 없다. 부모님 앞에서 울면 너무 속상해하실거 같고, 친구들 앞에서 울면 너무 나약해 보일 것 같다. 원래 힘든걸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성격탓도 있다.
여기다 쓰면 좀 나아질까?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 아니, 사실 진짜 괜찮지가 않다. 하나도 안 괜찮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주까지 있는 논술시험 열심히 보고 올 수 있게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
- 베플ㅡㅡ|2019.11.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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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겪었던 부분이라 공감이 많이 갑니다. 수능은 아니지만 고시공부 시작하면서 남들은 벌써 대리다. 남들은 벌써 연봉이 얼마다. 남들은 차가 있다. 남들은 결혼을 한다. 4년여 공부하면서 들은 말입니다. 도움은 될지 모르겠지만 글쓴분처럼 내가 뒤쳐지는거 같고, 가족 모두가 힘든게 다 내 탓인거 같고 할때마다 떠올렸던 글이 있습니다.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이 빠르다 그렇지만 캘리포니아가 느리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22살에 대학에 졸업을 하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위해 5년을 쓰게 된다 누군가는 25살에 CEO가 되지만 50살에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다른 누군가는 50살에 CEO가 되지만 90세까지 살아가기도 한다 누군가는 아직까지 솔로일 테지만 다른 누군가는 기혼자이다 오바마는 55살에 퇴임했지만 트럼프는 70살에 취임하였다 이 세상에 모든사람들은 자기만의 시간틀 안에 살아간다 너의 주변에 어떤이들은 너보다 앞섰을터이다 다른 어떤이들은 너보다 뒤쳐졌을터이다 그들을 시기하지 말아라 그들을 조롱하지 말아라 그들은 그들의 시간틀안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너도 너의 시간틀에 있을 뿐이다 인생은 행동하기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는데 달려있다 이미 늦은 것이 아니다 너무 이른 것도 아니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시간이다 이 글을 보고 힘을 냈습니다. 뒤쳐진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글쓴분보다 빠른 것도 아니에요. 이런말은 위로가 되지 못하겠지만, 원하는 대학이 있으면 한번 더 노력해보는 것도 좋고, 정말 힘들다면 점수에 맞춘 대학에 가도 좋아요. 누군가는 제 말을 듣고 괜히 희망고문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학레벨이 전부는아닙니다.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구요. 물론 대학레벨이 아예 상관이 없는 건 또 아닙니다. 가끔은 대학레벨이 발목잡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꿈에 다가가는 데 길을 조금 돌아갈 뿐 그 끝에 다다를 수 없는건 아닙니다. 대학교 들어가는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잖아요. 점수 발표가 나기전까지는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의 꿈이 뭔지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글쓴분이 좋은 대학 원하는 대학이 인생의 목표중 하나일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남들과는 다른시간에 살고있다. 라고 마음 먹으며 한번 더 달려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이야기는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털어놓으세요. 부모님은 말씀 안하셔도 글쓴분의 이야기를 가장 듣고싶어할겁니다. 그리고 꿈을 응원해주실거에요. 마지막으로 힘든 공부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무슨 선택을 하건 원하는 꿈을 이루는 멋진 사람이 되길 간절히 빕니다.
- 베플H|2019.11.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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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짜 이런데에 댓글 안다는데 그냥 지나가기에는 글이 너무 마음에 남네요. 수능을 망친거지 인생을 망친게 아니라는거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도 삼수까지 하고나서 현역때랑 비슷한 성적으로 평범하게 대학을 갔었는데요, 정말 그 이후에 또 너무나 많은 일이 있더라구요. 본문에 대학이 전부가 아니란걸 느꼈다면 삼수까지 안왔을꺼라고 하는데 이건 이 이후에 삶을 살다보면 또 다르게 느낄수있는 부분이에요. 너무 글이 우울한거 같아서 걱정되는데 수능으로 비참함을 느끼기엔 본인은, 그리고 본인의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너무 상처받지말란 말 꼭 해주고 싶어요. 수고 많았어요 누구보다
- 베플ㅇㅇ|2019.11.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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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약전이지만 예전에 최고대학 악대나왔어요 뿌듯하고 학벌땜에 으쓱하고 십년? 길면 십오년?근데요 솔직히 저보다 공부못하고 머했던애들 성공한애들 더많아요 더잘살구 저는 그냥저냥 그런데 부동산투자한친구 쇼핑몰한친구 시집잘간친구 그냥 다떠나서 행복해보이는 얼굴 살면서 내가 한발앞섰다 자만했던적도 있는데 어는새 저 지나쳐서 더 잘사는애들 많더라구요 공부다가 아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