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생 때였어
그때 우리 집 화장실은 변기에 앉으면 바로 좌측에 문이 있고
그 문을 살짝 열어 두면 거실이 보였어.
그날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도착할 때쯤 되니까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현관에서 큰소리로 갔다 왔다는 인사만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어.
문도 제대로 못닫아서 화장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데
열린 문틈 사이로 청바지 입은 엄마가 거실을 지나가는 거야.
근데
'이상하다 엄마가 저렇게 딱 붙는 청바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니 순간 지나간 사람 얼굴을 확인 못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는 거야.
그래서 괜히 "엄마!" 하고 불렀더니 엄마가 "왜!" 하고 답을 또 하더라고 그래서 안심하고 "나 오줌 싸고 있다고~" 하고 말하고 그냥 볼일 다 보고 나가서 엄마를 찾았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요리하고 계시더라고
펄럭펄럭 편한 치마를 입고...
순간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엄마한테 선뜻 다가가지도 못했어
시간이 좀 지나고 엄마한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지
"엄마 아까 청바지 입었어?"
"아니? 왜 청바지 찾아?"
"아까 청바지 입고 안 지나갔어?"
"아니, 오늘 아침부터 이거 입고 있었어"
"그럼 집에 누구 다른 사람 와있어?"
"아니"
뭘 더 물어볼 수가 없었어
그냥 '헐...나 좀 전에 뭘 봤어', '좀 전에 누굴 봤어'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럼 진짜 내가 너무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결국 더 말을 못 했어.
아직도 그 문틈 사이로 지나갔던 밝은색 청바지가 눈에 선해